14.
“무무선배님, 저녁 뭐 먹을까요?”
누구 씨가 물었다. 누구 씨와 함께 야근 당첨이었다.
“글쎄요, 누구 씨 먹고 싶은 거로….”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어요. 오늘 동지인데, 오랜만에 죽 먹으러 갈까요?”
“아… 오늘이 동지…구나…”
한 달 전에 잠결인데도 생각나던 동지가 지난주에도 당일에도 생각나지 않다니….
“어? 다른 메뉴로 할까요?”
“아니에요! 가요, 죽 먹으러.”
누구 씨는 동지팥죽을 시켰고, 무무 씨는 흑임자죽을 주문했다.
“어? 팥죽 별로였나 보네요, 말씀하시지….”
“아니, 요즘 흰머리가 나는 것 같아서… 탈모도 있는 것 같고요….”
“진짜요?”
무무 씨는 웃으며, 지난주에 편의점에서 있었던 일을 누구 씨에게 말해주었다.
“그래서 동지팥죽은 얼마 전에 먹었어요.”
무무 씨와 누구 씨는 누구 씨의 어머님 방사선 치료 경과와 업무 사이사이 나누었던 이야기의 빈틈을 메우는 이야기를 나누며 맛있게 죽을 먹었다. 누구 씨는 방사선 치료 중에 어머님께서 힘들어하시는 모습에 함께 힘들어하다가, 또 어머님의 의연한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도 함께 단련이 되어 가는 것 같다고 했다.
“누구 씨 얘기 들으니까, 누구 씨와 어머님… 서로에게 곁이 되어주면서 아픔이 그저 아픔으로 끝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네요. 아직 과정이 남아있지만 그렇게 느껴져요….”
“음… 저도 결과가 어떻게 될지 두렵기는 하지만, 지금과는 또 많이 달라져 있을 것 같아요. 엄마가 암인 걸 알고 수술하던 날까지의 저와 지금의 저가 많이 다르거든요.”
“예… 슬픔이 그냥 슬픔으로만 끝나지 않는 이야기… 앞으로도 계속 듣고 싶네요!”
무무 씨는 무무 씨가 아픈 엄마를 지켜주어야 한다고만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켜준다는 의미도 모르면서, 막연한 부담이었다. 엄마를 보내고 한참 시간이 지난 어느 주말, 창가에서 햇빛을 받으며 마른 빨래를 개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프고 약한 모습의 엄마가 실은 무무 씨의 곁에 머무르며 무무 씨를 지켜준 것일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