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야근을 할 때 별 일 아니라고 여긴 일이 늘어지는 날과 제법 시간이 걸릴 것 같은 일이 착착 진행되는 날이 있는데, 이 날은 후자였다. 30분이라도 더 자고 ‘좋은 아침’ 맞이하자며 누구 씨와 기분 좋게 헤어졌다. 전철 역시 기다리는 시간 없이 바로 환승하여 집에 도착했다. 씻고 나온 무무 씨는 약간의 여유를 캔 맥주로 즐겨볼까 하여 냉장고를 열었다.
엇, 팥죽이다! 새알심이 들어있는 동지팥죽.
무무 씨는 당황했다. ‘지금 혼자 있는데… 누구랑 먹으라는 거지? 혼자 먹는다 해도 이런 경우는 없지 않았는가?’ 지금까지 와는 전혀 다른 상황에 해석이 필요했다. 그 순간, ‘맛이 괜찮더라구요… 맛이 괜찮더라…’ 이 목소리의 주인은… ‘아, 이 팥죽은 편의점 직원의 것인가? 그럼, 편의점까지 가져가야하나? 지금 몇 시지? 10시가 조금 넘었네… 근무시간인지 아닌지도 모르는데…’ 평일 저녁에 근무하는 건 알았지만, 몇 시에 교대하는지 알지 못했다. 가져다 줄 거라면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일단 가져가보고, 생각하자.’ 무무 씨는 두 손을 모아 조심히 팥죽을 꺼냈다. ‘음… 뚜껑! 뚜껑을 어떻게…’ 깊이 생각할 겨를 없이 작은 냄비 뚜껑을 찾아 덮었다. 엉성해 보여도 크기는 딱 맞았다.
편의점이 가까운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무무 씨는 두 손으로 팥죽을 받치고 어깨로 편의점 문을 밀었다.
“어서 오세요.”
아, 이 목소리. 다행이다.
“안녕하세요? 아직 계셨네요.”
“아, 네. 원래 10시 교대인데, 야간 근무자가 아직 안와서요….”
“앗, 다행이네요!”
“네?”
“아, 아니요! 그게…”
“근데, 그게 뭐예요?”
“그러니까, 이거… 동지팥죽인데, 혹시 드실까 해서요.”
“우와, 직접 만드신 거예요?”
“앗, 그건 아닌데….”
“직접 만드신 것처럼 그릇이…”
“그, 그렇죠? 하하…”
그 때, 편의점 문이 열렸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야간 근무자가 들어왔다.
두 사람이 몇 가지 전달 사항을 인수인계하고 교대하는 동안, 무무 씨는 계속 두 손으로 팥죽을 받치고 있었다. 죽의 따뜻함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