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무 씨의 냉장고

by 박정아

16.

“여기 내려놓으시고, 앉아 계시는 건데….”

옷을 챙겨 입고 나온 직원이 간이 테이블과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 뭐… 잠깐 인데요….”

“잠깐 여기라도 앉으실까요?”

“네네.”

직원이 자리를 잡고 앉은 테이블 위에 무무 씨는 조심히 동지팥죽을 내려놓았다.

“지금 따뜻해서… 괜찮으시면, 지금 드시면…”

“오늘 바빠서 저녁식사를 못했는데, 어떻게 아시고 이렇게…”

“아, 그러셨군요! 그럼, 그래도, 다행이네요. 어서 드세요.”

“네네. 잠깐만요.”

직원이 카운터 쪽으로 가서 일회용 수저를 챙기면서 야간 근무자에게 양해를 구했다. 야간 근무자는 본인이 늦어서 미안한 마음인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근데, 이거 저 혼자 먹어도 되요?”

직원이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아, 그럼요. 당연하죠! 이 시간까지 저녁도 못 드시고, 배고프실 텐데 다 드세요!”

“네, 그럼… 감사히 먹겠습니다!”

직원은 냄비 뚜껑을 열며 말했다.

“와, 새알심까지 있네요! 저 팥죽도 좋아하고, 팥죽에 새알심도 좋아하거든요!”

직원은 맛있게 동지팥죽을 먹는다.

무무 씨는 동지팥죽의 주인을 제대로 찾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점심도 시간이 애매해서 먹지 못했는데, 오늘따라 은근히 쉴 시간도 없더라구요.”

“아, 근무시간이 어떻게…?”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요.”

“2시 전에 점심도 못 드시고… 오늘만 그러신 거죠?”

“그게… 그렇죠…”

애매한 대답에 무무 씨가 약간 커진 눈으로 직원을 바라봤다.

“아, 보통은 대충이라도 먹어요. 오늘은 그 대충도 못 먹은 거지만…”

“집에서 오시는 게 아닌가 봐요.”

“오전에 도서관에 갔다가 여기로 와요.”

“오! 도서관이요? 책 많이 읽으시나 봐요.”

“뭐…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무무 씨는 어떤 공부를 하는지 더 묻고 싶었지만, 직원 옆 의자의 한자리를 차지할 만큼 묵직해 보이는 배낭을 보고 묻지 않았다. 점심을 왜 대충 먹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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