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걷기 위해

by 박종옥



"발목 인대가 20%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수술하지 않으면 정말 조심하셔야 해요."


2년 전, 발목을 접질렸다. 병원에서는 남은 인대가 20%뿐이라며 조심하지 않으면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때부터 조심하며 지냈다. 하지만 불안정한 발목은 자주 흔들렸다. 사소한 상황에도 접질리기 일쑤였고, 접질린 뒤에는 통증이 깊게 남았다. 몇 시간씩 교육하느라 서 있거나, 아스팔트 거리를 오래 걷고 나면 발목이 욱신거리고 시큰거려 쉽게 잠들지 못했다. 그래도 그럭저럭 일상을 버텼다.


그러다 점점 상태가 나빠졌다. 다시 찾은 병원에서는 이제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름휴가 기간에 맞춰 수술 날짜를 잡았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직장생활 속에서 한 달을 통째로 비운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망설임이 거듭되던 중, 남편이 말했다.


"아무리 회사가 중요해도, 네 건강보다 중요하진 않아. 그리고 네가 없어도 회사는 잘 굴러가."


산에 오르고 싶었다. 땀 흘리며 실컷 걷고 싶었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릴 만큼 달리고도 싶었다.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한 달이라도 더 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 더구나 지금이 아니면, 언제 수술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머리로는 이해되었지만 쉽게 결정하지 못한 채 걱정만 산처럼 쌓였다. 남편은 회사가 아니라 나를 먼저 보라 몇 번이나 말했다. 의사는 인대가 없는 상태에서 다시 한번 다친다면 골절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하길 간곡히 당부했다. 수술의 강도가 달라진다는 이야기에 덜컥 겁이 났다. 남편의 걱정과 의사의 당부에 결정을 내렸다. 남편의 말대로 회사는 나의 희생을 오래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건강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결심한 바로 다음 날, 또다시 발목을 접질렸다. 남은 인대가 없다 보니 쉽게 흔들렸다. 퇴근 후 남편과 늘 함께 하던 걷기 운동에도 나갈 수 없었다. 식사 후, 남편은 혼자 운동하러 나갔고, 소파에 누워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잠깐 눈을 붙였다가 깨어나니 현관문이 열렸다. 언제나 함께였던 운동을, 오늘은 남편 혼자 다녀왔다. 돌아온 남편을 부러운 듯 빤히 바라보자, 그가 웃으며 한마디 건넸다.


"각시랑 운동하지 않으니 재미가 없네."


씻으러 가는 그를 따라가며, 몇 번이고 되물었다.


"그렇지? 그렇지!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