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향한 안테나

퇴원 15일 차

by 박종옥


그가 바쁘다.


퇴근하자마자 장을 봐 와서 저녁을 준비한다. 식사가 끝나면 간식까지 챙겨주고, 설거지를 하고, 세탁기를 돌린다. 잠시 숨 돌릴 틈도 없다. 다시 나를 씻기기 위해 욕실로 향한다. 덕분에 나는 편안하게 씻고 나와, 그가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는 곧바로 화장실 청소를 시작한다. 한쪽 발만 쓰는 나를 위해 물기를 깨끗하게 닦아내고 바닥까지 반짝이게 정리한다. 그러곤 묻는다.


“뭐 필요한 거 없어?”


쉴 틈 없는 그에게 미안해 괜찮다고 했지만, 사실 어깨는 쑤시고 아렸다. 그는 알겠다며 안방으로 들어간다. 소파에서 밀린 책을 읽다 밤 11시가 넘어 안방으로 들어갔다. 신랑은 핸드폰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회사일, 집안일, 그리고 아내 돌봄까지… 그의 하루는 길고 무겁다. 그가 편히 잘 수 있도록 조심히 이불속에 들었지만, 작은 의자 끄는 소리, 몸을 눕는 기척에도 그가 눈을 떴다.


“조심, 조심.”


잠결에도 튀어나오는 그의 첫마디. 나는 괜찮다며 얼른 자라고 말했지만, 어깨가 또 말썽이다. 고통이 움직임을 짓누른다. 뜨거운 찜질팩을 준비해 어깨에 대니 조금 가라앉지만, 잠결에 다시 통증이 몰려온다. 내가 끙끙대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그는 내 어깨를 주물러 준다. 덕분에 다시 잠들 수 있었다.


중간에 깨지 않기를 기도하며 눈을 감았다. 밤에는 물 한 모금도 삼갔다. 화장실 가는 일이 보통 힘든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깁스 하지 않은 발로 밀고 가야 하고, 변기에 앉기 전에는 양 어깨에 힘을 주어 한 발로 버텨야 한다. 건강할 땐 아무렇지 않던 일이, 이제는 어깨를 혹사시키는 일이 되어버렸다.


한밤중, 화장실에 가야 할 때였다. 의자에 앉는 것도 버거워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잠결에 어떻게 알았는지 그가 일어나 나를 의자에 앉히고 조심스레 화장실까지 밀고 갔다. 괜찮다고 했지만, 그는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 신랑은 잠든 와중에도 내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의식 깊은 곳에서부터, 나를 향한 미세한 파동이 밤새 흐르고 있었다. 그 온 신경이 나를 향한 ‘맞춤형 안테나’처럼 작동하며, 내 일거수일투족에 닿았다.


나를 향한 안테나가 조용해질 수 있도록, 하루라도 빨리 건강을 되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