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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한 오늘의 선택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by 박종옥

빅토르 위고는 “가장 무거운 짐은 정말로 사는 것 같지도 않은데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문장은 오래 묵혀둔 질문을 다시 꺼내게 했다. 살아 있는 삶인지, 하루라는 시간을 분명하게 누리고 있는지. 그 질문에 답하고자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일상을 돌아보던 시절이 있었다. 감사일기를 써 내려가는 일도, 꿈을 기록하는 일도 흐름을 만들었다. 그때의 삶은 분명 반짝반짝 빛나는 빛의 방향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몸이 무너지자 그 흐름은 빠르게 흔들렸다. 회복을 위해 잠을 서둘러 들었지만 새벽에 쓰던 글은 지워지듯 사라졌다. “지금은 몸이 먼저”라고 스스로에게 말해도 마음 한 편의 불편함은 남았다. 쌓아온 시간들이 모래성처럼 무너질 것 같은 감각이 따라붙었다.



책은 “하루하루를 삶의 완성처럼 살되 최대한 즐기라”라고 말한다. ‘즐김’이라는 단어 앞에서 걸음이 멈췄다. 지금의 나의 하루는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시간이었고, 시간은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흐르고 있었다. “노년은 지나온 나이를 압축해 최선 아니면 최악을 낳는다”는 문장은 현재라는 자리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했다. 지금의 상태로는 원하는 미래와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또렷해졌다. 흐트러진 삶을 바로 세워야 할 이유가 거기 있었다. 흐트러진 삶을 바로 세우기 위해, 다시 한번 일으켜 세워야 할 때다. 긍정의 시선도 다시 자리로 돌아와야 했다.


현재가 흐릿하면 미래는 상처를 입는다. 미래의 나에게 빚지는 게 싫다. 일상을 지켜내려 애썼던 어제의 의지를 다시 불러오는 일이 필요했다. “멈추는 그곳이 파멸이다”라는 보비오의 말은 정지된 마음을 세차게 흔들었다. 멈춤을 벗어나려면 다시 한번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선명해졌다.



저자는 말한다. “어떤 바퀴도 우리를 완전히 짓눌러버리진 않는다. 잘못된 길로 들어섰더라도 다음 갈림길에서 바로잡으면 된다.” 돌아갈 여지가 있다는 사실은 깊은 위로가 된다. 흐트러진 길을 다시 찾을 수 있는 기회는 언제든 주어진다. 늦지 않았다. 잠시 잊힌 빛을 향해 시선을 들면 된다.



하루의 힘을 조금씩 쌓는 일이 다시 삶의 중심이 된다. 오늘처럼 살아도 후회가 남지 않는 하루라면 이미 괜찮은 삶이다. 미래를 빛나게 만드는 일은 거창한 다짐보다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작가의 말처럼 “시시한 일상이 우리를 구한다.” 사소한 습관과 단단한 루틴으로 삶을 다시 바로 세우기로 다짐한다.


“시간은 우리가 원하는 만큼 다시 시작하기를 허한다.”

이 문장을 품으며 새 출발선에 선다. 좋은 습관을 하나씩 되살리고 차곡차곡 쌓아간다면,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은 더 단단하고 맑은 빛을 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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