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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옥 Oct 30. 2021

당신이 선물입니다

『내 안의 긍정을 춤추게 하라』

진정한 재미는 웃고 싶은 억누를 수 없는 충동과 그 유쾌함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픈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내 안의 긍정을 춤추게 하라』






"150만 원 왔음."


 

택배 박스 사진과 함께 올라온 아들 톡이다. 문자를 받고 나자 사무실 일을 정리하면서도 이미 마음은 집에 가 있다. 서둘러 회사일을 마무리하고 설렘을 안고 차를 몰았다. 거실에 들어서자 노트북 박스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잘 사용하던 노트북이 식탁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기절하면서 주문한 갤럭시북이다. 갤럭시북 프로360은 며칠부터 눈독 들인 제품이다. 첫째 믿을 수 있는 삼성 제품이라 마음이 동했고, 핸드폰과 연동되는 편리성과 가볍고 예쁘다는 점에 끌렸다. 때마침 직원 할인가로 40만 원이 할인되는 찬스도 생겼다. 며칠 고민하다 결국 일을 저질렀고 딸이 주문해 주는 수고로움을 대신했다. 78,000원 쿠폰까지 받아 1,500,000원 금액으로 1,990,000원 갤럭스북을 샀다.



실은 노트북을 사기까지 아이들의 도움을 전적으로 받았다. 갤럭시북을 사고 싶다는 말에 아들은 검색창에 갤럭시북을 쳐서 성능, 가격, 사항 등을 꼼꼼하게 점검했다. 사용자 리뷰를 점검하고 유튜브를 열어 성능을 파악하며 장, 단점을 설명해 주었다. 동영상이나 영화 보기엔 화질이 좋으나 글쓰기에는 조금 뒤처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해주었고, 무게 또한 아들이 들고 는 맥북을 비교하면서 차이를 설명해 주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비교 분석해주는 아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사야겠다'에 방점이 찍혔다.



주문하자 하루 전날 삼성 직원으로부터 내일 노트북이 배달될 것인데 언제쯤 가는 게 좋겠냐는 친절함도 한몫했다. 배달도 주문한 지 하루 만에 약속시간에 맞춰 정확히 배달되었다. 배달 문자를 받고 나서 궁금하던 차에 가족 톡방에 150만 원이 왔다는 아들 문자를 받았다. 아들이 금액을 강조한 문자는 망설인 이유 때문이다. 실은 살까 말까 가장 망설인 이유가 가격 때문이었다. 몇 번이나 주저하다 가족의 관심과 지원으로 산 노트북이다.  



그런 노트북이 왔다는 소식에 집에 오자마자 바빴다. 아이들이 박스를 여는데 같이했다. 환호하는 엄마를 지켜보는 아이들을 모습을 보며 역할이 바뀐 건 아닌지 살짝 의구심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 기쁨을 맘껏 표현하는 게 특기인 엄마이니 체념할 거라 생각하며 박스를 풀자 근사하게 포장된 노트북이 보였다. 들어보니 얇고 가벼웠다. 실물 색상이 어떨지 살짝 걱정했는데 세련된 핑크빛이라 맘에 쏙 들었다. 아들은 노트북을 열어 지문인식 창을 만들고 필요한 파일과 크롬을 깔아주고 배경화면 정리까지 단박에 필요한 사이트를 만들어주었다.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고는 아들은 "150만 원이 맘에 드냐?"며 다시 한번 물어 웃음 짓게 했다. 화면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며 실망하자 유튜브를 열어 화상도를 경험하게 했다. 화질을 보자마자 "세상에"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화질이 전에 쓰던 LG 노트북과 차원이 달랐다. 화면을 채운 색상이 실제보다 선명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아들은 감동하기에 아직 이르다는 듯 펜을 사용해 그림 색칠을 할 수 있는 기능을 보여주었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노트를 열어 자판의 경험을 직접 느껴보길 권했다. 부드러운 자판 터치감에 만족스러웠다. 150만 원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새 노트북에 흠뻑 빠졌다.



때마침 퇴근한 남편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목소리 톤이 높은 걸 보니 무슨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다. 그가 나보다 더 기분 좋은 표정으로 검은 봉지를 내밀었다. 무언가 싶어 열어보니 직접 만든 연필꽂이다. 그동안 사용하던 연필꽂이는 크기가 작아 불편했었다. 뭔가를 찾으려면 연필꽂이를 다 엎어야만 찾을 수 있는 원통형 연필꽂이였다. 불편한 걸 지켜보던 그가 준비한 깜짝 선물이다. 보통 때 같았다면 제대로 고마움을 표현했을 턴데 오늘은 새 노트북에 밀려 가볍게 고맙다는 말만 남기고 새 노트북 성능을 점검하느라 바빴다. 그는 나 대신 연필은 연필끼리 볼펜은 볼펜끼리 정리한 후 씻으러 갔다.



저녁을 해결하고도 여전히 노트북에 푹 빠져 다양한 기능을 살피느라 바빴다. 가장 관심이 갔던 그림 파일을 열어 태블릿 기능으로 전환 후 터치펜으로 색칠 기능을 체험했다. 맘에 드는 색상을 고르고 굵기 조절하고 튀어나온 부분은 지우고 나니 훌쩍 한 시간이 지났다. 그림을 저장하는 데 애를 먹었지만 만족이다. 사용한 펜을 꽂으려다 남편이 만든 연필꽂이가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양이 많아 삐죽이 삐져나왔던 볼펜이 가지런히 정리가 되었고 칸이 나눠져서 연필과 볼펜을 분리되어 깔끔했고 실용적이었다.



새로 산 노트북에 밀려 의문의 1패를 당한 연필꽂이다. 고마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음이 미안해 남편에게 다가가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남편은 별 게 아니라고 했지만 표정은 검은 비닐봉지를 내밀 때의 밝음이다. 남편이 손수 만들어준 연필꽂이는 노트북과 잦은 만남을 갖는 물건 중 하나가 되었다. 노트북을 쓰고 터치펜을 넣을 때마다 독서를 하다가 마음이 가는 글에 밑줄을 그으려 연필을 꺼낼 때도 연필꽂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때마다 입가에 싱긋 미소가 번지는 건 남편의 관심 덕분이다. 불편함을 알아봐 주고 선물해준 마음과 번거로움을 대신해준 아이들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다 함께 모인 식사 자리에서 생뚱맞게 식구들에게 고백했다.



"나, 이 순간이 너무 좋아. 우리 식구가 다 함께  밥 먹는 이 시간 말이야."



가족들은 또 시작이다라며 고개를 저었지만 맥락 없는 고백은 오래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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