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음식은 사랑입니다

『여덟 단어』

by 박종옥


見을 통해 그전까지 볼 수 없었던 것
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매일 행복한 순간이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안 보이던 게 보여서 나이 드는 것도 정말 좋습니다. 바람도 축복이고, 강물도 기적이에요.

『여덟 단어』




"오늘은 소고기 된장국이야."


저녁 메뉴를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떠있다. 목소리만으로 음식이 맛있게 되었음을 느끼며 개운한 마음으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향했다.



33도를 웃도는 여름 날씨라 저녁인데도 더위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 손에는 휴대용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는 모습이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들이다. 생각 같아서는 시원한 차에 태우고 싶다는 마음도 일었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누군가 합승한다는 일은 위험한 일이기에 생각에 그쳤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그렇고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친절마저도 주저하게 만드는 세상이다. 요즘은 낯선 사람의 친절을 일단 의심부터 해야 된다고 교육하기도 한다. 씁쓸하지만 사실을 확인하면서 '앞으로 펼쳐질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했지만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아 씁쓸했다.



차가 밀려 평소보다 늦게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여는데 집안에서 풍겨져 나오는 찌개 냄새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남편의 전화 목소리를 듣고 짐작한 냄새였기 때문이다. 주부 경력이 26년을 넘어 이제는 냄새만으로도 어느 정도 맛을 짐작할 수 있어 남편이 끓인 된장국 냄새만으로 성공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서둘러 그가 차려놓은 식탁에 앉았다.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극심한 허기를 자극했기에 맘이 급해졌다. 제일 먼저 그가 끓인 된장국을 한술 떴다.



된장국은 생각보다 훨씬 근사한 맛이었다. 26년 경력자인 내가 여태 만들어내지 못한 맛이었다. 몇 숟가락을 먹은 후에야 남편에게 물었다.


"어떻게 이렇게 맛있는 찌개를 끓일 수 있어? 비법이 뭐야?"


남편은 일급비밀이라며 쉽게 가르쳐주지 않을 것 같더니 이내 레시피를 줄줄 말하기 시작했다.


"냄비에 소고기만 약한 불에 천천히 볶다가, 물 넣고 무 넣고 된장 넣고 팔팔 끓여. 끓은 후 불을 꺼서 국물이 식은 후 된장국 재료들을 넣어 다시 끓이기 시작하는데 그때도 잘 익지 않는 것부터 순서대로 넣으면 끝이야."


그는 쉽게 말했지만 된장국 끓인 순서는 복잡해 보였다. 단박에 모든 걸 넣고 끓여내는 나와는 달랐다. 된장찌개를 앞에 놓고 식구들 음식평이 시작되었다. 아들은 아빠가 숨은 고수였다 말했다. 딸은 아빠 음식은 식당 음식보다 더 맛 좋다는 말로 아빠의 음식을 평했다. 으쓱해진 남편은


"우리 식당 차릴까?"라 말했고 제일 먼저 손사래를 친 건 나였다.



그가 여름휴가 기간 동안 해준 된장국도 어느 식당 못지않은 맛이었고, 새우젓이 들어간 김치찌개의 깊은 맛에 놀랐고, 북어라면, 무라면도 예상치 못한 맛 들이었다. 요리 경력이 없던 그를 단박에 실력을 향상한 것은 유튜브였다. 백종원 레시피를 보면서 배웠다는 그의 음식을 보면서 며칠 전 신문에서 읽었던 문장이 떠올랐다. "엄마에게서 딸로 전수되던 요리 비법은 끊겼다. 요리는 엄마가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배운다."(한국경제) 신문을 보면서 그럴 수 있겠다 생각하며 웃었다. 그런데 신랑이 유튜브를 통해 맛있는 음식을 해줄지 몰랐다.



일주일 동안 그가 해준 음식 하나하나가 황홀한 맛이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찌개 솜씨가 나보다 훌륭해서 감동이었지만 그보다 더한 감동은 휴가로 받은 일주일을 오로지 가족을 위해 쓰고 있다는 점이다. 점심과 저녁을 모두 그가 차려준 밥상이 대신했다. 다양한 음식으로 입이 지루하지 않도록 메뉴를 짜서 식사 시간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설거지와 청소, 빨래까지 주부가 해야 할 일들을 솔선수범 해주었다. 그의 휴가 중 2분의 1인 일주일은 가정주부를 보냈지만 그는 나처럼 짜증 내지 않았다. 남편 덕분에 일주일 동안은 주부에서 해방된 시간이었다.



버거운 회사일을 현관문을 열면서 모조리 잊게 만드는 그의 음식은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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