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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박 Apr 24. 2020

퇴사 D-94 : 시급과 월급의 크레바스

7. 

직장인에게 시급은 사실 무의미하다. 최저시급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직장은 포괄임금을 적용하고 있으며, 야근이나 특근에 대한 수당을 챙겨주는 회사가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괜찮아 괜찮아 안 죽어~ 라는 말을 안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하다가는 죽는다. 꽤 죽는다. 길게 일하고 과로하기 때문이다.

특히 길게 일하는 관행, 정시를 지키지 않는 문화는 오히려 생산성에는 독이다.


물론 아주 바쁠 때는 나의 업무 Capacity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그릇이 넘쳐버리는 것처럼 정규시간에 추가적으로 일을 하며 야근이나 조기출근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런 것에는 응당 보상이 따라야 하겠지만 일하는 당사자가 스스로 결심해서 임하는 것이라면 나는 몇 번 정도는 경험으로써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일상화가 되고 상습적으로 이어진다면, 사실상 시급이 곤두박질치는 효과와 동일하다.

월급이 변함없는 상황에서 하루 8시간 일하는 사람과 하루 14시간 일하는 사람을 비교해보면

당연히 분모가 커져버리는 사람의 시급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우리의 윗 세대는 주 6일을 당연스럽게 일했다.

그보다 윗 세대는 농업 기반 사회로 아마 매일 해 뜰 때부터 해 질 녘까지 열심히 일했을 것이다.

우리는 주 5일, 주 52시간 시대를 맞이했다.

아마 앞으로는 하루에 4시간씩, 주에 2~3일만 일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94일 뒤 나는 퇴사할 것이다.

일하는 시간과 시급에 얽매이는 구형 모델에서 일하기보다는 나의 내재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커리어를 걸어야만 한다. 시급은 그저 분석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메시에게 90분당 n골이라는 수치를 가져다 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보아야 할 측면도 많으며 고려해야 할 부분도 많은 것이 일이고 커리어다.

스스로를 『내가 버는 돈 = 내가 일한 시간 x 시간당 급여(?) 』라는 구식 방정식에 끼워 넣고 싶지 않다.


임금과 시급 사이에는 거대한 크레바스가 존재한다. 사실상 저런 방정식으로 해석하는 시대는 끝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할 일은 결국 임금(수익)을 극대화하든지 (이 경우 시간은 되도록 고려하지 않는다),

아니면 시간당 벌 수 있는 돈(=나의 가치)을 극대화하든지 (이 경우 총얼마는 신경 쓰지 않는다),

이 두 가지의 방향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창업과는 또 다른 이야기, 창업은 첫 번째 접근방식과 닮아있긴 하다.)


종박의 퇴사까지 앞으로

D-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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