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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꽃 Apr 15. 2022

혼자서 서촌 나들이

오늘은 서촌에 혼자 나와봤어요.


와우!! 이거 대따 재밌네요.

아줌마 혼자서 핫한 동네 찾아다니며

커피 마시고 쇼핑하는 거 말이에요.


심심할 줄 알았더니 아니에요.


너무 재밌어요.


누구랑 같이 가려고 상대방의 스케줄이

괜찮은지 미안해하며 묻지 않아도 되고

오십에서 두 살 빠져도 걸음이 너무 빠른데

보폭 맞추지 않아도 되고요.


내가 들어가고 싶은 커피숍 아무 곳이나

기웃거리며 구경해도 괜찮고요.


집에서 그런 생각을 잠깐 했거든요.


나이가 들어가며 자꾸 더 혼자인 게 편한 것이

건강한 건지… 그게 맞는지 잘 모르겠는 거예요.

은둔형 외톨이형은 절대 아닌데 사람을 좋아하지만

요즘엔 타인에게 나의 모습을 맞춰보는 게 사실

번거롭고 신경 쓰여서 예전보다 더 혼자인 게

좋아져 버렸어요.


이래 살아도 진짜로 청할 때 커피 마실 사람 세 사람

정도는 생각납니다.

목동에 미성 씨도 생각나고 일본어 공부 같이 하던

희영 씨도 있고요.

그럼 된 거죠 뭐 ~


딸이랑 같이 나올까 하다 그냥 말았어요.


자꾸 혼자인 거 더 연습해보려고요

백세 인생 반으로 접으면 지금의 제 나이가 세상에

태어나 걸음마를 배울 시기일 수도 있거든요.


진짜 걸음, 혼자의 걸음을 배워나갈 시기일지도

모릅니다.

성장한 딸에게 친구처럼 기대려던 마음도 거둬들였어요.

젊은 자식에게 기대어 외로움 덜려는 추한 노년도 싫거든요.


건강한 중년이고 싶어요.

오늘은 서촌에서 맘먹은 가게로 들어와 혼자 실컷 구경하고

목화솜으로 지은 무릎담요를 사 갑니다.

커피숍 들아와선 그렇게 물었어요.


“여기에서 제일 맛있는 메뉴가 뭔가요?”


가격 저렴한 아이스커피만 찾지 않고 제일 비싼 시그니처

메뉴로 한잔 시켜놓고 볕 좋은데 앉아서 햇볕 쬡니다.


예쁘고 품위 있는 중년 여인이고 싶습니다.

사람에게 기대어 외로움 덜어내려 애쓰는 추한 중년 말고요.


#예쁜 중년 # 인생의 진짜 걸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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