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종이꽃 Jul 16. 2022

참견쟁이 김 씨 아줌마

제가 한동안 ‘사는  실종 상태였습니다. 아주 사소한 일에 복해 하던 나였는데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어서 이유를 모른 채로 재미없어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동네 친구랑 그룹 PT 하게 됐는데 매일  뜨자마자 운동으로 시작해서 잠들 때까지 운동만 생각하던 일상이   반이 지나자  살만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마치 무쇠를 용광로에 달구듯 영혼을 탈곡기에 넣은  종일을 운동하고 일하고 운동하고 일하며 아주 조금씩 회복 중입니다.


어제도 운동을 네 시간이나 했더니 온 몸이 삭신이 안 아픈 곳이 없네요.


어제 좀 무리를 하긴 했던 모양입니다. 운동 그렇게 무식하게 하루 종일 하는 거 아니라는 거 어제 깨달았습니다. 종일 네 시간이나 지독하게 움직였었거든요.  후유증이었던지 지친 육신이 음식을 갈급하게 찾더라고요.. 그것도 단 것과 맥주를…!


라면도 한 달 반을 참았는데 어제 도저히 맥주는 못 참겠어서 설마 뭐 얼마나 살이 찌겠어 싶어서 남편이랑 동네 단골 맥주집에 갔던 참이었습니다.


일본식 선술집인데 꼬치구이가 맛있거든요.  구워진 꼬치를   베어 물고 맥주  모금을 시원하게 들이켜는 순간 우당탕탕 하며 술집 입구에서 소란이 일더군요. 뭐지 싶어  뒤돌아보니 초저녁인데도 술이 아주 더럽게 취한 취객 남녀 넷이 사장님과 종업원을 상대로 가게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를 하고 있었어요.


취객들이 너무 소란스럽게 요란하게 가게 안으로 들아와 춤을 추고 없는 자리를 내놓으라 행패를 부리니 사장님과 종업원이 그 들을 문 밖으로 나가시라 안내하는 찰나에 문을 거칠게 열며 그들의 행패가 시작된 거죠.


“된장 넨장 네팔 세팔 어쩌고 저쩌고 이 가게 망해 버려라!”

하며 험한 욕을 하는 사람은 삼 심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 취객이었습니다.


 뒤로 셋이 떼로 덤비며 유리문을 열려고 하고 사장님과 종업원이 그들을 막으려는데 여자 취객이 문을 일부러 종업원 다치게  눌러 사람의 팔꿈치가 끼게 만드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순간 참지 못하고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가게 주인을 도와  들을  밖으로 밀어내고 재빠르게 112 전활 했어요. 사장님이 다급하게 “112 전화해!” 외치는데 아르바이트생이 놀라서 어버버 하더라고요.


아! 짜증 나!


왜 영화 보거나 드라마 보면 민폐 캐릭터 한 명씩 나오잖아요. 아르바이트생이 딱 그랬습니다. 사장님과 종업원은 행패 부리는 취객을 상대로 힘겹게 문을 사수하는데 어버버 라니…


아무튼 경찰에 신고해라는 소리를 들은 그 들이 개구리 합창하듯 자기네 못 들어오게 했다고 가게 망하라며 가게 안의 가득 찬 손님들 들으라고 세발 네발 쌍욕 시전하고 사이좋게 골목길로 사라지더라고요.


 내가 분하지! 싶으면서  들이 사라지는 골목의 방향을   뒀습니다. 팔을 다친 종업원이 다시 꼬치를 굽고 사장님은 가게  사람들에게 죄송하다 인사를 하는 사이 경찰이 왔습니다. 여기엔 목격자 진술이 빠지면  되거든요. 제가  아무도  시켰는데 상황을 아주 자세히 설명을  드렸어요.  그리고 가게 주인의 진술을 받는 사이 우리 부부는 맥주 한잔을  마신 상태라 집으로 가려고 가게를 나왔었습니다.


집으로 가려는데 순간 욕설 내뱉고 자기네들은  술을 마시라  그들을  찾고 싶은 거예요. 남편은 많이 말렸는데 그들이 사라진 골목의 선술집  개를 돌다 보니 바깥 테라스에서 시시덕거리며  마시는 그들을 발견할  있었습니다. 별로 오래 걸리지도 않았어요.  사람들은 바깥 테라스 자리를 내놓으라며 소리를 쳤으니 아마 다른 곳에서도 야외에서 마시겠구나 싶었거든요.


다시 가게로 돌아와 그때까지도 가게 종업원의 진술을 받는 경찰에게 그 들이 있는 가게를 알려줬습니다.  곧이어 경찰차가 취객 넷이 있는 가게로 종업원을 태우고 사라졌고 저랑 남편도 조용히 따라가 상황을 나무 뒤에서 지켜봤습니다.


억울하게 다친 종업원이  들이 맞다고 지목하자  들에게 경찰들이 다가가 상황 설명하는 거까지 보고 자리를 떴습니다. 집에 돌아오면서 저는 그냥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누군가를  글을 읽고 그러겠죠?


취객들일 뿐이었다고. 무슨 참견이 그리 태평양이냐고요. 그런데 그 장면이 잊히지가 않았습니다.


팔이 문에 낀 종업원에게 웃으며 욕을 하던 여자 취객의 표정이요. 누군가가 억울한 일을 당하는 걸 지켜보질 못하겠어요.


그래서 또 참견질을 했습니다. 집에 와서 또 샤워를 하며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팔 다친 사람, 약 값은 받아낼 수 있겠다 싶었고 그리고 술에 아무리 더럽게 취해도 타인들에게 그런 행패를 부리면 경찰 아저씨가 와서 귀찮게 한다는 걸 그들도 알았겠거니 싶어서요.


제가 좀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해봐서 그런 참견을 자꾸 하고 다니나 봅니다. 내 편 들어줄 사람 하나 없는 세상을 하나님 의지하고 살았다 생각했지만 돌이켜 보면 내 옆엔 항상 내 편 하나쯤은 언제나 있었더라고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참 다행이다란 마음은 변하지 않습니다. 가게 안 사람들은 저 아줌마가 왜 저리 참견이래? 싶었겠지만 말입니다.


저는 꼭 그렇게 하고 싶었거든요.


침대에 누워서도 몇 시간전의 소동이 자꾸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배시시 웃음이 났습니다.


내가 드디어 실종된 ‘사는 맛’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였거든요.

호기심 많고 참견 잘 하고 다니고 뭐든 재밌어 하는 김씨 아줌마가 드디어 다시 되돌아오고 있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질문! 갱년기가 맞는 걸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