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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꽃 Jul 26. 2022

2016년, 어느 날의 기록

2016년의 기록


맘은 있어도 이자는 뭘 못하겄다

몸이 하도 아퍼싸서

맘은 굴뚝인디 인자는 뭘 못허겄당께

어자끄 뒤안이 하도 드러서

그거좀 치우고

조구새끼좀 다듬었드만 어찌나 속이 애리고

허리가 끊어지게 아픙가 죽겄더만

구루마 끌고 병원가서 물리치료 좀 받고

거시기혔더니 좀 괜찮고만..

어디좀 아프먼 뽀르르 가고 뽀르르 가니께

긍게 안죽는다

안그냐 ? 아퍼죽겄다고 그걸 못참응께 병원

댕긴게 죽겄냐 ?


이제는 뭣도 못히먹겄는디

그리도 추석에 니네 삼춘들이랑 오믄

먹을것이 있어야지

니네 고모도 지네 딸년이야 시집것이야

전 부쳐줘야헌다허고

내가 뭘 좀 허야겄는디 몸띵이가 아퍼서

꼼지락거릴수가 있가니 ?..”


“할머니 나이가 벌써 얼매라고

아직도 교회 식구들 밥해주고 명절에

전을 부친대 ?

할머니가 교회서 질로 대장이지 ?”


“아녀 아녀

내가 시번째다

구십일곱 먹은 양반 하나 있는디~!

그 양반이 젤로 첫번찌고

내가 시번째여~

우리 교회는 죄다 늙은이들만 있어가지고

천국갈 노인네들만 있어 큰일이다

하도 집사들이 삐쳐싸가지고 교회를 안나오니

밥을 할 사람이 있간디 ?

그리도 내가 움직거링게 무시좀 썰고

나물좀 무치믄 다들 맛나다고 안 잘 먹냐 ?

일 헐 사람이 없어 ..”


“할머니.. 내가 일찍 가서 전도 부치고

나물도 무치고 할께

긍께 걱정허지 마 ..”


“글믄 다행이다, 그려

니가 올참여 ? 토요일날 오겄고만 ?”


****

잠이 안 오는 새벽에 아이폰의 메모장을 뒤적이다가

발견한 기록입니다.


그 때의 나는 할머니를 매우 사랑하던 손녀였던지라

할머니와 통화가 끝나면 대화내용을 기록해두곤 했었습니다.


그러길  잘했다 싶은 이유는  날의 할머니와의 전화 할 때의 느낌과 분위기가 너무 생생하게 기억이 나게 때문입니다.


추석 전에 할머니와 통화를 했던 내용입니다. 교회식구들 밥을 해 먹이느라 바빠서 몸이 아팠다는 할머니는 추석 전에 자손들을 맞이하려고 아픈 몸에 기력을 넣으려고 읍내 병원에 갔다왔던 일을 얘기하셨습니다. 그리고 추석 음식을 준비하는 일을 걱정하셨는데 제가 일찍 내려가 같이 해 드린다 하니 매우 좋아하셨었더랬죠.


난 친정 식구들을 매우 많이 사랑했던게 분명합니다.

 기록을 다시 보며  때의 기억이 반가움으로 심장에 퍼집니다.


기록이 남아있어서 오늘 새벽엔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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