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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꽃 Apr 01. 2020

잠깐, 영화 보고 갈래?

사울의 아들 . 4월1일의 기록.



나는 오늘도 앞만 보고 걷습니다.

주위를 살피며 걷는 건 너무 고통스러워요.
내 등 뒤의 겉옷에는 특별한 x표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독일인들은 우리 같은 특별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비밀의 운반자라 부릅니다.

오늘도 나와 같은 피부색과 피를 나눠가진
동족들이 가스실로 들어옵니다.
우리는 가스실 문이 잠기고 나면
들리는 아비귀환의 소리에도
아무 감정이 없어야 합니다.
수천의 사람들이 토막이라 불리며
죽어가고 태워집니다.
이런 일을 하는 우리도 6개월 후면
<정리>가 될 겁니다.

오늘...
가스실 문이 열리고 어제와 같이 가스실 안을
청소하는데 숨이 붙어있는 청년을 봤습니다.
독일인 의사가 오더니, 입을 막아 죽이더군요.
특별한 케이스라며 의사는 부검을 한다고 
했습니다.

나는 아까부터 숨을 멈추고 그 광경을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내 아들이었습니다.
내 아들에게 랍비의 기도를 들려주고
최소한의 사랑으로 땅에 묻어주는 자비가
내려졌으면 좋겠습니다.
가능하지 않겠지만, 내 마지막 숨을 다해
노력해볼 생각입니다.


영화 <사울의 아들>을 보고 주인공의 심정으로 적어봤습니다.

사울이 아들의 장례식을 비밀리에 치러낼 수 있을지는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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