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종이꽃 Mar 04. 2021

서운함도 잡념도 버리고 바쁘게 살아~

한동안 잊고 살았고 멀리했던 하나님을 요즈음의 몇 달은 새벽마다 찾습니다. 어제는 시편 52편을  배웠는데 다윗이 애통한 일을 당하고 멀리 도망하며 하나님께 탄원하는 눈물의 시였습니다.


시편 52편, 1~9절

(시편 52편 / 개역개정)
1. 포악한 자여 네가 어찌하여 악한 계획을 스스로 자랑하는가 하나님의 인자하심은 항상 있도다
2. 네 혀가 심한 악을 꾀하여 날카로운 삭도 같이 간사를 행하는도다
3. 네가 선보다 악을 사랑하며 의를 말함보다 거짓을 사랑하는도다 (셀라)
4. 간사한 혀여 너는 남을 해치는 모든 말을 좋아하는도다
5. 그런즉 하나님이 영원히 너를 멸하심이여 너를 붙잡아 네 장막에서 뽑아내며 살아 있는 땅에서 네 뿌리를 빼시리로다 (셀라)
6. 의인이 보고 두려워하며 또 그를 비웃어 말하기를
7. 이 사람은 하나님을 자기 힘으로 삼지 아니하고 오직 자기 재물의 풍부함을 의지하며 자기의 악으로 스스로 든든하게 하던 자라 하리로다
8. 그러나 나는 하나님의 집에 있는 푸른 감람나무 같음이여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영원히 의지하리로다
9. 주께서 이를 행하셨으므로 내가 영원히 주께 감사하고 주의 이름이 선하시므로 주의 성도 앞에서 내가 주의 이름을 사모 하리이다


다윗은 젊은 장수로 골리앗을 무찌르고 사울왕에게 대적하는 블레셋사람들과 전쟁을 벌여 큰 승리를 거두고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승리한 젊은 장수 다윗을 온 국민이 칭송하며 다윗이 무찌른 자는 만만이고 사울이 무찌른 자는 천천이라며 그를 칭송하죠.

시민들의 칭송을 받는 젊은 다윗에게 늙은 왕 사울은 심한 질투를 느끼고 자신의 딸 미갈과 결혼하기도 한 사위 다윗을 죽이려고 합니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죽음을 피하고자 찾은 놉이란 땅에서 아히멜렉이란 선지자에게 도움을 받게 됩니다. 아히멜렉은 다윗이 사울에게 쫓기는 것인 줄도 몰랐고 전후 사정을 모른 채로 선의로 다윗에게 먹을 음식과 창을 주는데 이걸 도엑이란 자가 보고 사울에게 고해바칩니다.


도엑의 고자질을 들은 사울은 심하게 분노해서 놉의 땅에 거주하는 모든 선지자들을 죽이고 그 땅에 사는 젖먹이까지 몰살시킵니다. 여기까지의 이야기가 사무엘상 22장에 나오는 이야기라는 걸 십여 년 기독교인으로 살았으면서 어제야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시편 52편은 사무엘상 22장의 사고에 대한 다윗의 애통한 탄원의 시입니다. 억울함을 사람에게 찾아가서 탄원하지 않고 자신을 죽이려 하고 나쁜 일을 도모한 도엑에게도 찾아가서 따지질 않습니다.

하나님만을 의지하고 주님이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줄 유일한 구원처라고 고백합니다.


저는 어제, 오늘의 시편에 대한 묵상이 너무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작년 여름에 갑자기 벌어지기 시작했던 가족과 친족 간의 송사는 이제 민사소송으로 불이 옮겨 붙었거든요.


변호사님과 상의하였고 우선은 저의 아버지라는 사람이 의식이 있는 채로 자식을 고소하였고 내가 가진 자신의 돈을 달라고 하는 것이기에 돌려주는 게 백번 맞다는 결론을 내었습니다. 작년 7월 초에 뵈었던 나의 친부는 목에 삽관이 되어 의식만 겨우 있었을 뿐인데 7월 21일 병원을 옮겨간 후 바로 저와 셋째 여동생의 면회를 막은 채 아버지의 상황을 알려주지도 않고 있는데 그런 연유는 이제 따지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나에게 보관되어 있는 그 돈 4천이 탐이 나서 일을 벌이는 한때는 가족이고 혈육이었던 자들이 벌이는 그런 일들에 더 이상은 휘말려 나의 정신이 황폐해지는 걸 막는 게 최우선의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저의 이런 생각을 반론 제기 문을 작성해 변호사님에게 전달하였고 변호사님이 법의 용어로 바꾸는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고생하였던 셋째 여동생은 돈을 돌려준다는 저의 얘기에 심한 우려감을 표했습니다.

저들이 나중에 부양의 의무를 들어 우리가 가진 모든 돈을 다 가지고 간 후에도 아버지의 병원비를 또 청구할지도 모른다면서요.


그런데 저는 이 돈을 돌려줌으로써 모든 도덕적인 의무를 내려놓을 심산이기에 그런 얘기엔 반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남들에겐 얘기하기도 부끄러운 일 아닌가요?

부모가 자식을 고소하고 혈육이 혈육을 도둑으로 몰아 친족들에게 ‘도둑년’이란 형틀을 내 목에 걸어 치욕스럽게 끌고 다니며 전시하는 상황은 제가 더 이상은 견디기 힘든 현실입니다.


지난주, 십수 년간 고생하였던 셋째 여동생에게 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오랜 고생 끝에 좋은 집을 장만하여 집 구경을 오라는 동생의 청에 내려가서 보니 넓은 집에 살림도 단단하게 꾸려놓고 살림을 하는 걸 보니 마음이 너무 흐뭇했습니다.

이젠 셋째 여동생의 고생을 마음 아파하며 울 일이 없을 거 같아 그걸로 족하더라고요. 그리고 새 식구가 되어준 고마운 제부의 손에 금반지 두 돈 껴주고 돌아왔습니다.

그 일이 친정이 무너진 여동생에게 유일하게 남은 친정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반지 해주며 남동생에게 빼서 건네준 제 결혼반지가 또 떠오른 것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여동생도 기분이 좋았던가 봅니다. 제부와 같이 저녁을 먹는 자리였는데 그 자리에서 그런 얘길 하더라고요.


“언니야, 네가 아무리 그래도 고모랑 고모부가 예림이 키워준 은공은 잊으면 안 돼.”


그 말이 마음에 좀 심한 상처를 냈습니다. 여동생은 제가 우울증이 심해져서 자신의 작은 말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형사고소든 민사든 그 주체는 나였지 자신이 아니기에 내가 겪은 고통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동생의 몫이 될 순 없을 겁니다.

고모랑 고모부가 딸이 어렸을 때 3년간 키워준 고마운 일의 주체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 맞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고모와 고모부에게도 심한 배신감을 느꼈었거든요.


막내 여동생이 그 난리를 치며 온 친족에게 저를 나쁜 사람으로 조리돌림 할 때 방관하였고 동조하였고 제가 가진 아빠의 형사합의금을 왜 돌려주지 않냐며 막내의 편을 들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고모와 고모부의 자식들도 제가 그 돈을 들고 도망을 갔다 생각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제가 어떤 고마움을 간직하고 표현을 해야 하는 걸까요? 여동생에게 그 말을 하였더니 저에게 그러더라고요.


“언니야, 그냥 고모랑 고모부를 좀 안쓰럽게 생각하란 거였어. 뭘 또 그렇게 예민하게 받아서 그러는 거야? 그 사람들 너보다 못살아. 네가 형편이 제일 나아! 그니까 우는 소리 좀 그만해!”


요 며칠은 새벽기도를 할 때마다 하나님께 따집니다. 하나님, 제가 무슨 죄를 그리 많이 지었길래 내가 얼마나 잘 먹고 잘 살길래 사람들이 나에게 이렇게 함부로 대하는 거냐고 말입니다. 내가 왜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는 건지를 울며 탄식하며 따지지만 아직은 속 시원한 답변은 듣지 못했습니다.


다만 다윗의 시편의 고백에 작은 위로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성경에 나오는 다윗의 기막힌 처지를 상상해봅니다.

자신을 죽이려 사방을 에워싸는 군사들에게서 목숨을 지켜야 하는 다윗, 그리고 자신을 안쓰럽게 여긴 아히말렉선지자와 놉의 성에 거주했던 자들의 수많은 억울한 죽음 앞에서 얼마나 기가 막혔을 것인가...


기도 할 때마다 눈물이 나지만 남편은 이럴 때일수록 서운함도 잡념도 잊고 바쁘게 살라고 충고해줬습니다.


나는 동생들의 눈물을 닦아주려 애를 쓰며 살았으나 나의 눈물은 닦아줄 사람이 나 자신, 내 스스로여야 합니다.

바쁘게 살고 서운함도 잊고 잡념도 잊으려고 노력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님께 드리는 탄식뿐, 어느 것도 위로가 될 순 없을 거 같습니다.


할머니도 하나님께 기도를  하고 이런 상황을 만든 막내 여동생도 하나님께 기도를 합니다. 셋째 여동생도 하나님께 기도를 하고 막내와 함께 편을 먹고 저를 공격하는 남동생도 하나님께 기도를 하죠. 기가 막힌 우스은 상황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그 모든 혼란스러운 기도를 취합해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주실까요?  각자가 믿는 믿음과 각자가 옳다고 믿는 상황이 다릅니다.  현명하신 주님의 판단으로 모든 어지러운 게 제자리로 돌아가길 바랄 뿐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제 필명을 바꿔봤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