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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꽃 Mar 24. 2021

귀한 사람이야

어제 양평으로 혼자서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요즘은 체력도  안되고 일을 하고 나면 지치기도 해서 30 이상 운전을 하기가 싫었었거든요. 그래도 사람이 그리워 나갔던 길이었습니다.

옆에 있어줄 사람이 너무 그리웠는데 예전부터 저희 부부를 오래 알고 계시던 장로님 내외분이 놀러 오라고 하더라고요. 양평의 초행길을 식은땀을 흘리며 더듬더듬 찾아갔었던 길이었어요.


동네를 코 앞에 두고 두 바퀴를 근처를 돌아 찾아간 골목에서 장로님이 행여나 제차가 들어왔는데 집을 못 찾아올까 싶어서 문 앞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저를 기다리고 계시더라고요. 마치... 친정 아빠 같이 말입니다.

반갑게 인사를 드리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  옥수수 냄새 집안이 훈훈했습니다. 지난겨울, 맛있고 귀한 음식을 보관해 놓으셨다가 귀한 사람 왔다면서 대접하시려고 분주하신 장로님 부부 내외분을 마주 뵈고 앉으니 아무 소리 내지 않아도  사랑이  몸을 덮어서 치유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연신 저에게 이 음식, 저 음식 권하시며 해주신 그 말씀 한마디가 내내 고맙고 또 고마웠습니다.


“정은 씨는 정말 귀한 사람이야. 암... 귀하지. “


그 소리에 안 먹어도 배가 불렀습니다. 너무 배고팠던 소리였습니다. 정에 주린 배에 그 소리가 들어가서 피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어제의 나들이를 외출을 오래 기억하려고 합니다.

고장 난 눈물 스위치가 이제야 멈췄습니다. 귓가에 장로님 내외분이 해주셨던 이야기가 계속 맴돕니다.


이제 안 울어도 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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