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면”이 아니라 “이렇게만 안 하면” 좋은 리더 됩니다.
리더십은 개인의 관점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기 때문에 세상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리더십의 라벨들이 있다.
리더십 라벨들은 시대적 요구와 유행을 반영한다. 벌써 이십 년 전이지만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직후에는 히딩크 리더십이 유행이었고 영화 ‘명량’이 흥행에 대성공한 2014년에는 이순신 리더십, 그리고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인 젤렌스키의 리더십 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해당 리더십들을 정의하고 그 리더십을 위해 요구되는 자세와 행동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방식은 이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주로 ‘이러이러한 바람직한 행동들을 보이면’ 해당 리더십이 있다고 평가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요즘 나 같은 중년의 직장인들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는 어떻게 하면 부하직원들에게 꼰대 같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을까이다. 그만큼 꼰대 아니기가 참 어렵다.
‘나 때는 말이야’가 꼰대들이 가진 대표적인 특징이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내가 라떼 이즈 홀스를 덜 시전 할수록 꼰대와는 거리가 멀어질 수도 있다.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안 할 때 좀 더 나은 리더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회식자리에서 술 강권하지 않기’, ‘회식 자체를 덜 하거나 하지 않기’, ‘부하직원의 사생활 꼬치꼬치 캐묻지 않기’ 등 직장 내 꼰대가 안 되려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참 많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좋은 리더가 되기 않기 위해서는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다. 어떻게 보면 해야 할 것들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상사의 리더십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부하직원 밖에 없다. 부하직원이 상사를 평가할 때 잘해 준 일들도 기억하겠지만, 부적절한 언행으로 내게 상처 준 것들을 먼저 떠올릴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상사-부하직원 관계는 대부분 상하 혹은 갑을관계이기 때문에, 상사가 갑질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들을 ‘아랫사람’ 다루듯 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좋은 리더를 정의하는 리더십 역량은 해당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해야 할 것’들 보다는 ‘하지 말아야 할 것’들로 구성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개인의 긍정적인 면을 더 많이 보고 강점을 더 부각하자는 긍정심리학이나 AI (강점 탐구: Appreciative Inquiry)에는 역행하기는 하나, 직장 내 세대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좋은 리더보다는 나쁜 상사가 더 많은 현실을 고려한다면 적어도 이런 리더는 되지 말아야 한다는 효과적이고도 합리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 팀장님께서 해 주신 말씀이다. “XX 씨, 윗사람들 하는 거 잘 보고 ‘이건 아니다’ 싶은 것들을 잘 적어놔 봐요. 나중에 리더가 됐을 때 그것들만 안 해도 좋은 리더라고 칭송받을 걸?”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가만히 있으라는 것은 부정적 언행을 하지 말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당연히 중간보다 더 나은 리더가 되려면 가만히만 있으면 안 된다. 부족한 리더가 더 많은 요즘 시대에 부하직원들에게 인정받는 훌륭한 리더가 되고 싶다면 먼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하지 않고, 그다음 다양한 리더십 라벨들에서 정의하는 리더십 역량, 즉 바람직한 태도와 행동들을 하나씩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