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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당연필 Apr 17. 2023

[시] 그리고 우린 누군가의 발이 되어 살아간다

2018년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신인작문 공모전 응모작

기가 죽은 채 고개를 떨구고 있다면

그 시선 앞에 놓여진 당신의 발을 보라

낮은 자존감에 풀이 죽어있는 당신을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 버팀이 되어 주는 그 발을 


지치고 고된 삶 속에서 잠시 앉아 쉬고 있다면

퀘퀘한 신발속에서 숨죽여 갖혀 있는 당신의 발을 보라

오늘 하루도 열심히 뛰어다닌 당신을 위해

지금까지 쉬지 않고 움직여준 그 발을 


실패라는 두려움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다면

그런 당신을 세워 지탱해주는 당신의 발을 보라

어깨 축 처진 당신이 주저 앉지 못하게

가장 아래에서 그 무게를 버텨주는 그 발을 


당신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묵묵히 당신의 고된 삶의 무게를 함께 견뎌주는 존재 


그리고 

우리 모두는 또 언젠간 그렇게 누군가의 발이 되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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