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뒷담화의 원칙

당신이 배우자에 대한 뒷담화를 시작하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한 가지

by Jong

뒷담화. 뒷말이나 뒷소리, 혹은 험담에 대한 비표준어적 표현. 남을 헐뜯는 소리. 혹은 그러한 말.


결혼 후 배우자에 대한 뒷담화를 하는 남편이나 아내를 본 적이 있는가. 배우자가 저지른 큰 사고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자문을 구하는 식의 일회성 이야기가 아니라 배우자의 사소한 습관이나 행동양태와 같은 작은 정보까지 가정 밖의 제삼자에게 전달하고 이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공유하는 방식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뒷담화 말이다. 나는 이러한 행위가 생각보다 빈번하게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알고 꽤 놀란 적이 있다. 물론 뒷담화의 발화 주체가 되는 당사자의 사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얼마나 힘들면 타인에게 그러한 치부를 털어놓겠는가. 또한 뒷담화의 대상이 되는 배우자의 사정 역시 십분 이해가 된다. 오죽하면 배우자가 자신의 치부를 타인에게 드러내겠는가. 어쩌면 <동치미>와 같은 프로그램이 배우자 뒷담화에 대한 정당성을 마련해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위의 프로그램처럼 공개적으로 배우자가 인지하는 상태에서 (혹은 배우자 앞에서) 불평이나 불만을 털어놓는 것과 배우자가 없는 시공간에서 배우자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사이에는 꽤 큰 차이가 존재한다. 오늘은 이 차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주변의 사례를 주워 들어 보면, 주로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배우자에 대한 뒷담화가 이루어진다. 내 아내가 이러했는데, 내 남편이 오늘도 이렇게 했는데, 하면서 가볍게 시작하다 보면 자신의 담화에 인과관계를 부여하기 위해 시시콜콜한 배우자의 정보까지 공개하게 된다. 그 담화의 끝에서 발화자가 얻고 싶어 하는 것은 공감, 위로와 같은 감정적인 지지와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에 대한 이성적인 지지일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배우자 험담은 '네이트판'이나 '블라인드'와 같은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 공간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요즘에는 주로 인스타그램에서 숏폼의 형태로 자주 접할 수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사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은 끝에 등장하는 문구는 "제가 틀렸나요?", "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와 같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내심 바라는 수요조사다. 이를 종합해 보면 온, 오프라인에서 관찰되는 배우자 험담의 기능성은 어느 정도 일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배우자와의 갈등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하는 '대나무숲'의 기능, 그리고 배우자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힐링 프로세스로서의 기능. 이 정도가 아닐까.


"추측"이라고 쓴 이유는 나는 위와 같은 형태와 목적성을 지닌 험담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아내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를 타인에게 전혀 하지 않는 이유는, 그 발화를 입 밖으로 꺼냄과 동시에 배우자뿐 아니라 나 자신 역시 몹시 우습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결혼생활 8년 차인 나는 아직 아내와 나를 완전히 분리해내지 못하고 있다. 즉, 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아내와 나를 동일시하는 오류를 습관적으로 저지른다. 아내와 나는 완전히 분리된 타인임에도 불구하고, 나와 다르게 행동하고 사고하는 아내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왜 나와 다를까?'라는 생각이 불쑥 마음속에서 튀어나온다. 아마 많은 이들이 이 지점에서 갈등 양상을 빚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그래서 뒷담화로 이어질 수도 있고. 나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는 것까지는 동일하지만 이후 해결 과정에서 침묵을 주로 활용하는 편이다. 내가 적응해야 할 문제로 돌려버린다. 아내는 나와 다르며 쉽게 바꿀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에 굴복하는 쪽을 택한다. 그래서 뒷담화는 아내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침을 뱉는 행위로 인식된다. 아내에 대한 험담을 한다고 한들 가정 안에서 벌어진 일은 결코 쉽게 해결되지 않으며, 여전히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아내의 가치를 끌어 내려서 그가 오류를 범하는 인간임을 타인에게 까발린다면, 그 순간 아내뿐 아니라 나 역시 몹시 우습고 보잘것없는 존재가 되어버릴 수밖에 없다. 어머니가 물어볼 때에도, 친구가 물어볼 때에도, 회사 동료가 물어볼 때에도 나는 항상 "아내는 항상 최고"라고 답하며 아내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부각하려 노력한다. 과장은 있을지언정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아내의 좋은 점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내를 가장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야 하는 사람은 오직 나라는 사실도 잘 인식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손가락질할 때에도 이 사람은 괜찮은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나여야 할 것이다. 험담은 이와 반대 방향으로 진행되므로, 나에게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위인 것이다.


물론 뒷담화를 하는 이들에게도 나름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이들에게는 고단한 결혼생활을 어떻게든 계속 이어나가 보려는 의지가 전제된다. 배우자에 대해 아무런 애정도 남아 있지 않다면 상대방에 대한 미움조차 헛것으로 느껴질 것이다. 보다 나은 관계를 위해 이루어지는 일종의 치유 수단, 혹은 사적 컨설팅을 통해 보다 나은 해결방안의 도출 과정으로서의 험담은 어느 정도 이해될 수 있다. 이들의 행위를 탓하고 싶지 않다. 뒷담화라는 행위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각자 나름의 사정이 있고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 차원으로 뻗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사정이 전적으로 이해된다 하더라도, 배우자의 뒷담화를 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배우자에 대한 험담을 누군가에게 했다는 사실을 배우자가 절대 알게 하면 안 된다. 배우자가 자신의 험담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모르고의 차이는 매우 크다. 배우자가 나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상호 신뢰의 문제로 번지게 된다. 그것을 회복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성공적인 결혼 생활은 상대방에 대한 완전한 믿음으로 시작하고, 의지를 통해 진행되며, 감사를 통해 완성된다. 나는 아직 세상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은 가족 안에 존재하는 배우자라고 믿는, 조금은 순진한 가치관을 유지하는 사람이다. 앞서 말했듯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부정하거나 나를 비난하는 상황에서도 아내는 비빌 언덕으로 그 자리에 있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런 사람이 나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큰 상처와 함께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될 것이 뻔하다. 불특정 다수에게 질타를 받는 것보다 타격이 훨씬 더 클 것 같다. 이 상처를 회복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뒷담화는 상당히 큰 리스크를 지닌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잘 인지하여 부디 성공적인 뒷담화를 완성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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