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온 그 다음날 폭설에 상고대가 활짝 이런! 제길..
날짜: 2016년 1월 17일 (일요일)
날씨: 2~7도 봄날 같은 기온으로 더 이상 벗을게 없는데도 더웠다.
코스: 증심사 주차장~증심사~당산나무~봉황대~중머리제~장불재~입석대~서석대~중봉~중머리재~봉황대~주차장 (원점회귀) 12, 5km 6시간 소요
소개: 중머리재 까지는 비교적 완만하고 험하지 않은 길로 대부분 중머리제에서 점심 자리가 넉넉하였다. 서석대를 내려와 중봉까지가 억새능선으로 가을에 오면 참 멋질 것 같다. 다른 국립공원에 비해 너 더 길은 옹기종기 돌을 이어 박아서 그나마 걷기가 편했다.
무등산 서석대에 상고대가 피어있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겨울에 비가 웬 말이더냐..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한 무등산 국립공원 2013년 4월에 가고 3년 만에 다시 찾았다. 길도 몰라보게 바뀐 것 같았고, 내가 기억을 못하는 건지? 광주에서 얼굴 보러 마중 나온 지인의 말에 의하면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서 길을 많이 다듬어서 탐방로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3년 전에는 무척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많이 수월했다. 길이 좋아진 거보다 내 체력이 는 건가?
버스가 주차장으로 진입하니 이미 수십 대의 버스가 주차장에 빼곡하였다. 역시 호남의 명산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북적거리고 증심사 주차장 입구부터 어수선하였다. 버스에서 내리니 체감온도가 확연하게 달랐다. 서울 경기지방은 쌀쌀한 날씨인데 여긴 봄날 같았다. 눈 내린 흔적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느 산은 가면 등산로 입구나 주 들머리 주차장에서 너무 썰렁하여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는데 여기는 사람들이 많으니 나도 괜스레 들뜬다.
10분 정도 걸으니 등에서 땀이 쭈르르 하나씩 벗어가며 올랐는데 더 이상 벗을게 없는데도 너무 더웠다. 서울 추위로 잔뜩 입고 온 옷만 5겹 중 1겹은 배낭 안에 넣고 올라가다 모두 벗어 배낭에 옷으로 가득 찾다.
언더셔츠와 집티만 입었는데도 푹푹 지는듯한 겨울답지 않은 이상 기온으로 너무 덥다고 땀 닦으며 올라가다 보니 투덜거리며 올라가다 보니 살짝 바람 불며 기온이 점차 내려간다. 11시에 산행 시작해서 시간은 이미 밥시간이 넘은 12시 반은 지나고 있어서 더 이상 올라가면 바람 불어서 안될 거 같아서, 중머리제를 지나 바람 안부는 풀숲에서 점심을 한창 먹는데 갑자기 이슬비가 내린다 까짓것 이슬비 정도야 무시하고 계속 먹고 있는대 빗방울이 굵은 빗줄기로 바뀐다. 허둥지둥 반찬 뚜껑 덮고 후다닥 접고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오늘따라 일기예보가 왜 이리 정확하더냐, 시간 딱딱 맞춰 빗방울 떨어지네, 비가 계속 내리니 산행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들머리에 그 많던 사람들이 어디론 다 다 없어지고 오르는 사람들보다 내려오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우리는 후진은 없다. 폭우가 아닌 이상 계속 올라갔다 예보에 1~5미리 온다고 해서 설마 눈으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쓸데없이 따듯한 광주광역시의 기온으로 눈대신 비가 내려버렸다.
당산나무를 지나자 사람들이 내려오면서 눈과 비를 동시에 만났다고 푸념하며 내려오길래 위에 눈 내려요? 여쭤보니 중머리제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거기부터 눈 내린다고 하여 비보단 눈이 행복하지 싱글벙글하며 빨리 비 구역을 벗어나자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중머리부터 비는 진눈깨비로 바꿔야 내리고 있고 장불재에 도착하니 완전한 눈으로 내렸다. 옆으로 불어오는 세찬 바람과 함께 장불재 이후 입석대로 올라가는 길 폭이 좁아지면서 정체로 올가 가지 않고 서있다.
왜 이리 못 가지? 잠시 멍하니 서다 가다 5분 반복하니 이런... 입석대 작은 정상석 앞에서 한무리 친목 산악회 아줌마 아저씨들이 가뜩이나 좁다란 길을 떡하니 막고 사진 찍느라 정체였던 거다. 아~ 거참 길을 막고 사진을 찍으면 어떡해요! 비켜서서 찍어야지 내가 소리쳤다.
정말 노 매너 무 개념들이 많다. 남 생각 안 하고 나만 좋으면 그만이다. 그 구간을 지나가니 쌩쌩 잘만 뚫린다 그럼 그렇지 막힐 상황이 아닌데 막히는 건 이상하단 말이야..
다가온 입석대 서석대는 구름 안갯속에 가려서 또렷하게 보이지 않았고 구름안개로 시야는 막혔다. 제길 행운이 오늘은 따라주지 않는구나 서석대를 지나 중봉으로 내려가서 중머리제에서 토끼 등 쪽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날씨도 안 좋고 시간도 넉넉하지 못하여 그냥 장불재에서 증심사로 직행하였다. 에이~ 원점회귀 코스 재미없는데 어쩔 수 없었다.
내려오는 길은 잔설이 빗물에 모두 녹아 봄날 해빙기 진창길을 만들어 놨고 증심사까지 내려와서 바지를 살펴보니 흙탕물이 등산화는 흙강아지가 됐고 바지뒷단부터 허벅지까지 범벅이었다. 무등산은 좋게도 증심사 주차장 가는 길 입구에 등산화를 씻는 시설을 해놓은 걸 올라오면서 봐뒀다. 솔까지 구비되어 있어서 등산화는 대충 씻고 바지는 집에 가서 자리 잡아 닦고서 빨아야겠다.
아래쪽에는 비가 오전보다 더 많이 내리고 있었다. 주룩주룩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우산까지는 필요 없지만 오래 맞았더니 재킷도 눅눅해졌다. 무등산을 다녀온 다음날 기온은 급강하하였고 눈은 펑펑 내려 대설주의보와 입석대, 서석대에는 내가 원하는 그림이었던 순백색의 상고대가 반짝거리는 사진이 여기저기 SNS에 올라왔다.
100대 명산 인증까지 했으니 이제 무등산에 또 올 기회가 생길지 모르겠다. 먼 훗날 무등산 기억이 잊힐 즘 다시 오리라..
여기서부터 비가 내렸다. 그것도 많이 하여 카메라를 꺼낼 수 없을 정도로 모자 챙을 타고 떨어지는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 레인커버에 후득후득 빗방울 소리 듣기는 좋지만 꿉꿉하다. 중머리제에 가까워지며 비는 눈으로 바뀌어 내려서 다시 촬영 시도하였다.
역시 겨울은 만만의 준비를 해와야지 해발 천 미터가 넘는 겨울산의 오면서 유치원 배낭 같은 거 매고 오는 사람들은 이해가 안 된다, 추워도 더 입을게 없을 것이고 더우면 벗어서 넣을 공간도 없으니 허리춤에 엉거주춤 묶어야지
인증 없이 다녔던 산들 다시 가야 한다 ㅠㅠ 명산인증 처음에는 가는산이 100대 명산이면 인증하고 아님 말고 했는데 하나씩 인증하는맛 이거 맛들렸다 ㅎㅎ 지난 설악산 대청봉에서 버프 안벘었다고 인증 실패라네 봄 되면 다시 갈 거야! 꼭~ 별이 쏟아지는 소청대피소에서 하룻밤 묵고 공룡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