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상고대와 눈꽃
날짜: 2016년 1월 9일(토요일)
날씨: -2~-7도
코스: 안성탐방지원센터~동엽령~백암봉~덕유평전~중봉~향적봉대피소~향적봉~설천봉~무주리조트(곤도라) 9,5 km 5시간 45분
소개: 안성 코스는 칠현계곡으로 완만한 경사도로 2시간이면 동엽령에 도달 주능선에 합류하면 오르내림이 있는 쉬운 경사도
팁: 곤도라 줄이 갈 때는 차라리 걸어 내려가는 것이 좋아요. 대기시간만 2시간 추위에 서서 떨고 있는 이 백련사로 하산시 1시간 더 걸려요 3시간 소요
겨울산이라면 아마도 덕유산이 제일 유명하다. 한라산도 겨울산으로 좋지만 거기는 육지가 아니라서 덕유산 상고대를 보고 싶었다.덕유산을 예약해두고 일기 예보를 주시하는데 금요일에 눈 소식이 있다고 나온다. 흐흐 신난다 행운이 따른다면 상고대를 볼 수 있겠다 싶어 금요일에 덕유산 리조트 홈피에 보니 현재 날씨를 매일 알려주는데 아침부터 거침없이 눈발이 흩날리고 있다고 한다. 우아 눈이 많이 내리면 너덜길도 판판하게 메꿔지니 더욱 좋았다.
출발 전날 안내 산악회 상황을 보니 예약자가 없어서 폭파될 위기다. 확인해보니 북덕유는 취소됐고 남덕유로 신청자가 몰리면서 우리 보고 남덕유로 가자고 한다, 나는 눈 덮인 덕유평전이 보고 싶었기에 그럼 다른 안내 산악회로 간다고 하니 안성탐방센터에 내려준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 일행 3명과 모르는 어르신들 4분이 안성 분소에서 내려주며 하산해서 무주리조트를 나와서 국도변 식당에 가 있으라고 하였다. 호젓한 안성 코스는 찾는 이 없어서 한적하게 동엽령까지 오를 수 있었다.
고도 780미터 정도를 오르자 희끗희끗하니 눈발이 조금 날린 상태였었다. 위에 능선 상태가 궁금해서 내려오시는 분께 '위에 눈 있어요?' 했더니 중간쯤 가다가 돌아오는 거라 모른다고 이런... 한참을 더 올라가다 보니 또 위에서 산객 분이 내려오신다 척 보니 산꾼 인증 위에 눈 좀 있어요? 하고 여쭤보니 위에는 미끄러워서 아이젠 차야 한다 하신다 나는 적설량이 궁금해서 얼마나 쌓여있는데요? 하니 많이는 없고 조금이라고 하여 궁금함을 안고서 오르니 고도 1200미터부터 나뭇가지마다 상고대가 다 붙어있다. 우아~ 좋다 좋아
동엽령이 가까워지자 주능선이 보이는 시점에서 1차 탄성 우아~~ 상고대가 하얗게 만들어져있다. 동엽령에 다다르자 바람도 공기도 쏴하게 차가워지고 솔솔바람이 불어 꽤 추웠다. 눈만 빼꼼 모드로 다 싸매고 능선을 걸으니 앞이나 뒤나 온통 상고대로 눈이 호강이다.
전나무에는 눈이 소복하게 쌓여 크리스마스트리가 되어 있고 백암봉에 오르면서 뒤돌아보니 남덕유는 구름 속에 잠겼다 벗어졌다를 반복하고 능선마다 눈꽃이 만발이다. 백암봉을 못 미쳐 양지바르고 바람 안 불고 조망이 좋은 명당자리를 권리금 주고 방 빼는 아저씨들 자리에서 점심 자리를 펼쳤다. 컵라면에 한라산 소주? 덕유산에서 한라산 마셔? 추위로 설익은 컵라면 대충 우걱우걱 먹고 나 먼저 자리를 나선다. 일행들은 한 병 더한다고 나는 사진 찍으면 뒤처지니 먼저 출발했다. 안성 분소를 출발한 거리 7km에 지점에서 덕유평전 조망점이 나온다.
우아! 감동이다 이거 보려고 온 거야.. 광활하게 트이는 해발 1600미터의 고원 덕유평전! 세석평전은 경사지고 연하 선경은 구간이 짧고 역시 덕유평전이다. 중봉에 도착하니 무주리조트에서 곤도라 타고 올라온 관광객들이 꽤 많다. 탄성 지르며 구경하고 좌측 오수자굴로 대부분 내려가거나 다시 설천봉으로 되돌아간다.
중봉에서 사진 수십 장 찍어가며 일행을 기다리는데 바람이 부니까 햇살이 나왔다 안 나왔다 반복하며 예술적인 빛내림이 연출되었다.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한참을 사진 찍고 기다리는데 일행이 오지 않아 먼저 향적봉 갈려던 차에 일행이 도착해서 같이 향적봉으로 가니 엄청난 정상석 줄이 서있다. 차림새가 대부분 곤도라 타고 올라온 관광객들이다. 배낭 없는 빈몸에 일부는 핸드백 들고 단화 신고 온 사람들도 많았다. 백련사로 걸어가고 싶었으나 픽업 오는 산악회 버스 시간이 다 돼서 곤돌아 타고 내려가면 20분이면 내려가니까 시간을 앞당길 생각이었는데 곤도라 탑승줄이 향적봉부터 설천봉까지 600미터를 서 있는 것이다. 줄을 계속해서 움직였지만 정체시간이 600미터 이동하는데 46분이나 걸렸다. 설천봉 샹제루가 보이는 시점에 다다르자 사람들이 막 뛰는 것이다.
저 앞에 줄이 8줄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 시간부터 2시간 15분 동안 눈밭에서 덜덜덜 떨며 곤도라 줄이 줄어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시간이 지체된 상태라 이제서 백련사로 내려가기에는 너무 늦어서 별수 없이 떨며 기다렸다.
걷지 않고 가만히 서있으니 발도 시리고 체온이 계속 식어서 배낭에 있는 다운 베스트를 꺼내서 5겹을 입어도 가만히 서있고 불어오는 바람에 너무 추워서 곳곳에서 아이들은 울기 시작해서 노약자와 어린이는 먼저 보내주자는 소리에 먼저 아이들 대열에서 나오니 아이 두세 명에 어른들이 줄줄이 나오자 보호자는 한 명만 가라고! 고함들이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우리 차례까지 순서가 됐다. 곤도라 운행은 동절기 오후 4시 30분까지 였는데 우리 뒤로 줄이 까마득하다. 무주리조트도 때아닌 호왕에 곤도라는 20초마다 하나씩 돌려가며 승객들을 실어 날랐다.
곤도라 한 칸에 8인 정원인데 어림잡아 3~4천 명은 줄 서있던 것 같았다. 편도는 11,000원 왕복권은 15,000원 오후에만 이날 하루에만 어림잡아 1억이 넘는 곤도라 매출을 올린 거 같다. 너무 비싸다고 푸념들을 한다.
다음에 만약 다시 오게 된다면 그냥 백련사로 하산하리라 다짐을 한다. 2시간 반 떨면서 기다리는 이 3시간 차라리 걷는 게 낮겠다. 우리는 리조트 주차장에서 스키장 무료 셔틀을 타고 주차장 끝 지점까지 타고 내려왔는데 출발할 때 같이 시작한 어르신들은 행방이 묘연하다. 산악회 버스가 와서 탔는데 어르신 네분은 연락됐다 안됐다 하며 20분을 기다리자 그제야 어디서 나타나셨다. 덜덜 떨었던 추위에 이제서 몸이 녹는다. 그래도 상고대 구경은 이제껏 본 것 중에 가장 완벽하게 생성돼서 즐겁기만 하였다.
안성분소애서 날씨는 춥지 않고 괜찮았다.
한적한 들머리에서 계곡물 소리 들으며 살방살방
연리지? 사로 다른 나무가 뿌리가 엉켜서 서로를 휘감고 있다
20분 운행거리에 전기만 돌리는 곤도라 너무 비싸잖아 자나 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