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야~ 네가 아무리 추워바라, 내가 방콕하나 산에가지!
날짜: 2016년 1월 24일(일요일)
날씨: 한파주의보 발령 -9~ -13도 (생각보다 안 추워서 산 아래에서는 바람이 없어서 포근한 느낌까지)
코스: 모악산 관광단지 도립미술과~대원사~수왕사~무제봉~모악산~비단길~중인리~심금마을 8.2km 6시간 소요(먹고 놀고 널널하게)
소개: 심설산행이고 날씨가 추워서 계단이나 줄이나 철봉 잡는 구역은 피해서 관광단지부터 올라가 비단길로 하산하는 편안한 워킹 산행 구간으로 중간중간마다 쉼터가 있고 사찰이 있어 식수도 얻을 수 있겠다 쉼터는 지붕이 있어서 나무에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는 눈 폭탄을 피할 수 있었다. 비단길은 서서히 고도를 낮춰가는 능선 길로 하산시 무릎에 부담이 없어서 좋았다.
한파경보로 전 국립공원 입산통제 전국이 꽁꽁~
지난 24일 전국이 한파경보 또는 한파주의보로 꽁꽁 얼고 제주도는 비행기 결항으로 몇천 명 발이 묶였다고 뉴스가 나오는데 한 달 전부터 이미 정기산행으로 예정되어 있던 계방산이 오대산 국립공원 구역이라 통제가 되어 버렸다.
산행일 1주 전부터 날씨나 국립공원 공지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여지없이 통제가 되어버렸다. 추위에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이 저체온증으로 국립공원 내에서 사망하는 뉴스가 잇따르자 국립공원이 아예 통제를 하여 버렸다. 대청봉 정상 일대는 영하 30도의 강추위와 칼바람이 분다고 하였다.
최초 예정지 계방산에서 국공통제로 다시 선자령으로 선자령이 눈도 없고 영하 22도라고 하여 다시 오서산으로 오서산은 두 번이나 정기산행으로 다녀온 곳이라 다시 논의 끝에 운장산으로 변경하였는데 전날부터 갑자기 눈이 많이 내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당일 아침에 버스를 전북 완주로 모악산으로 돌렸다.
서울, 경기지방에 내린 한파주의보로 아침 기온은 새벽 기온은 영하 18도 낮 최고기온이 영하 10도로 강추위로 도로는 매우 한산하였는데 안내 산악회 버스들의 경유하는 메카인 양재역에 가니 여느 때처럼 산악회 버스들은 장사진이었고 아무리 추워도 국립공원 통제를 해도 추위를 피해 변경된 산행지로 움직이는 인파는 그대로였었다.
44인승의 전세버스로 모처럼 넉넉하게 일 인당 두 자리 씩 차지하고 누구는 맨 뒷좌석으로 침대칸을 만들어 누워가고 버스가 대전을 지나가니 그때부터 건조하고 뽀송뽀송한 도로는 점차 눈이 보이더니 충남부터는 눈세상으로 변해가고 있었고 그렇게 버스는 양재를 7시에 출발한지 3시간 남짓 걸려 10시 14분에 모악산 들머리인 관광단지에 도착하였는데 눈이 워낙 많이 와서 승용차들이 미끄러지느라 야트막한 언덕도 못 올라가고 있어 우리는 버스에서 내려 5분 거리를 올라갔고 마치 엘사가 나올듯한 온 세상 겨울 왕국으로 변해버린 모악산 자락에 환호성들이 여기저기서 들렸고 한파주의보라고 하였지만 지리적 요건에 산에 폭 감싸인 바람이 없는 산행지여서 생각보다 의외로 춥지 않았고 그냥 겨울 온도인 모악산을 산행 시작 함박눈이 펑펑 내린 상태였고 바람 없이 조용하게 눈발도 흩날리고 있었다. 나뭇가지마다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작은 바람이라고 불면 눈이 하나 떨어지기 시작하여 나뭇가지에 쌓였던 눈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그 아래 지나가다가 눈 폭탄을 맞아도 그래도 마냥 즐거웠다.
수왕사 근처에 다다르자 지붕이 있는 쉼터가 비어있었다. 우리는 재빨리 점심 자리를 펼치고 산중 뷔페가 펼쳐졌다. 역시 먹거리는 서경이야, 늘 안내 산악회로만 다닐 때에는 할당된 시간이 촉박하여 점심도 컵라면이나 대충 뚝딱 먹고 일어섰는데 서경 정기산행은 점심이 기본 한 시간 반 산에서 이리 먹어대는 사람들 흔치 않을 거라 생각된다.
무거운 석화 귤껍질 채 들고 올라온 아이칸! 센스 있게 마늘과 고추, 초장까지 한 피스씩 플레이팅해서 내놓았고 청하산님은 A++ 클래스의 살살 녹는 고기를 가저 오셔서 구워서 이리저리 배포하셨고 왕새우에 소금까지 가져온 쓸통의 배려에 애피타이저는 새우 소금구이 판이 벌어졌다. 불고기 등 이것저것 메뉴가 더 많았지만 누구 거인지 모르고 그냥 맛있게 먹었다.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 무겁게 가져온 사람의 기쁨이기에..
한파라고 해서 잔뜩 껴입고 갔는데 결국 몃 가지 빼고 전부 벗어서 배낭에 넣고 쉴 때와 정상부 근에서만 약간 추웠고 나머지는 그냥 겨울 산 기온이고 바람도 없이 눈꽃 산행하기 좋은 기온이라 설질 상태도 좋아서 여기저기 막 굴러도 툭툭 털면 털어지는 눈 상태라 올겨울 들어 모처럼 눈 산행 다운 눈 산행을 했다.
나는 워낙 추위를 많이 타서 늘 손이 시려웠지만 어차피 손 시린 건 한순간이고 추억은 영원하게 남는 것이니 그냥 추우면 추운가 보다 하고 핫팩 장갑에 넣고 주머니에 넣고 여기저기 더덕더덕 핫팩 붙이면 손 시린 것만 해결하면 좋았다. 또한 걸으면 자연히 땀이 나와 체온이 올라가니 춥다고 하루 종일 방콕하면 더 춥게 느껴지고 몸이 허약하게 되기 마련인 것 같다.
모악산 정상은 KBS 송신소가 자리 잡고 있고 100대 명산인데도 불구하고 정상석 하나 없이 나무판에 기둥 하나 세워둔 것이 전부였다.
100명산 인증 후 하산은 비단길 능선이라는 곳으로 하산하였는데 이름처럼 길도 비단길이었다. 경사도가 완만한 능선 따라 내려가는 길로 서서히 고도를 낮추는 길이였고 더군다나 폭신폭신한 눈길이 하산을 재미나게 하였다. 나는 다져진 눈보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로 푹신푹신하게 걸었다.
웅장한 전나무 숲길에 내린 눈들은 크리스마스트리들이 되어 있었고 여기저기 사진을 찍어서 카메라에 저장된 사진만 356장이나 되었다. 평균 백여 장을 찍지만 이리저리 카메라를 갖다 대면 모두 그림엽서 풍경이라 마구 찍었다.
비단길 끝은 중인리라는 마을이 있었고 다시 전세버스를 타고 예약해두었던 3대째 내려오는 전통 있는 두부집을 예약해 놨는데 운장산을 갈려고 예약해둔 곳인데 모악산과 거리가 멀어서 차로 시내를 관통하다 보니 한 시간을 허비하여 버렸다.
찾아간 화심 순두부라는 곳은 400석이 넘는 대형 규모의 식당이었고 무엇보다 등산화 끈을 풀지 않고 홀에서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운장산에서 30분 거리라 이곳을 예약해놨는데 버스 기사님은 모악산 아래도 두부집이 많은데 왜 이 먼 곳까지 오냐고 푸념을 해서 죄송스러웠다. 어찌 되었건 모악산 선택은 한파를 피해서 내려온 신의 한수였고 모두가 만족하는 산행이었다.
올겨울 들어 눈 산행 다운 눈 산행을 못해봤는데 모악산에서 눈은 원 없이 보았다. 이제 그만 동장군을 물러가고 꽃 피는 봄이 왔으면 좋겠다.
곧 2월 4일이면 봄이 온다는 입춘이다. 철쭉이 만발한 부운치, 팔랑치, 바래봉을 또 가고 싶다...
서경이 아니면 산에서 이런 거 못 먹는다, 산에서 즉석으로 회도 썰고, 한여름에는 팥빙수까지 만들어서 지나가는 산객들까지 나눠먹었었다. 남들은 상상할수 없는 식도락이 서경에서는 가능하였다 젊음의 힘으로 지고 올라가 나눠먹을때 맛있게 먹어 주면 힘들게 등짐지고 올라온것의 고단함은 싹~ 바로 기분이 드는거겠지?
한 시간에 걸려 도착한 뒤풀이 장소 / 널찍한 홀이 한가롭다 한파로 단체 손님 예약이 모두 취소됐는데 어디쯤 오냐고 자꾸 전화가 왔었다.
소고기 두부버섯전골 大 37,000원 4인이 먹기 알맞다
이 집이 유명한 집이었구나.. 난 다른 산악회가 여기서 식사했다는 거 보고 예약한 건데
엄청난 시간이었다 고작 8.2km를 6시간씩이나 ㅋ 눈길로 인한 보행속도 저하는 없었고 오히려 너걸길이 눈으로 메꿔져서 걷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