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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회상하며 다시 찾은 태백산

태백산은 이제 다시 안 가는 거로...

날짜: 2017년 1월 14일
날씨: 극한의 한파 - 17도 (바람 불어 체감온도 -23도)
위치: 강원도 태백시 소도동
코스: 유일사 출발점~유일사 삼거리~장군봉~천재단~망경사~반재~당골 9.01km 3시간 25분
소개: 태백산맥의 영산이며 겨울산으로 유명한 곳, 당골 눈 축제가 열리는 장소 





수요일 다른 일로 산행 계획을 안 잡고 있다가 취소되는 바람에 급하게 산행지를 골랐다. 태백산은 예전에 가보았지만 5년 전이었고 블약100명산 인증도 해야기에 갔던 산이라 설렘은 없지만 산악회 예약을 하였다. 산행지가 결정되니 날씨를 확인하였다. 점점 추워져서
토요일은 최고점인 영하 17도  정상부는 초속 5미터의 바람이 불어서 체감온도는 영하 23도!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핫팩과 중무장을 하고 태백산으로 향하였다.

버스는 화방재에서 1차로 정차하고 2차로 유일사 출발점에서도 내려줬다. 날씨만 좋으면 화방재에서 시작해도 되겠는데 눈길은 체력 소모도 많고 또 오늘은 겁나게 추우니 짧게! 유일사에서 올라가서 천재단에서 문수봉 쪽으로 돌아서 당골로 내려갈까나? 생각했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생각보다 덜 춥다? 오잉 이 정도 날씨면 괜찮은데? 인파는 꾸역꾸역 여기저기 버스에서 계속해서 내린다.
경찰차까지 와서 교통정리하고 있었다.  태백산만 이번에 3번째이지만 이렇게 사람 많을 때 오긴 처음이었다.

사진에 보이는 태백산 휴게소 저곳이 어묵도 팔고 라면도 팔고 하는 쉼터인데 북새통으로 발 딜 어놀 틈도 없었다.
산행 시작하면서 앞서 몰려가는 대열을 뚫고 올라갔다. 사람들 복장을 보니 흙도 안 묻은 새 등산화에 등산로 입구에서 파는 급조한 4핀 아이젠 등에는 거북이 배낭(유치원급 사이즈) 옷은 빵빵한 헤비 다운, 태백산 눈 축제이다 보니 산행 경험이 별로 없는 일반 행락객들이 많이 몰렸다. 그만큼 등산로 정체는 심각하였다. 경사로 급한 곳 조금만 나오고 앞에서 몃명 버벅거리면 옆에서 추월을 해줘야 정체가 풀리는데 다 같은 행락객들이니 앞아서 머뭇거리면 그냥 다 같이 제자리에 섯!

누가 귀엽게 장난쳐놨어? ㅋㅋ

유일사에서 올라오는 사람과 화방재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모이는 유일사 삼거리에 도착하니 인파들이 몰려서 난리 통속이었다. 사람들이 남들이 안 다니는 곳은 눈이 발목 위로 빠지니까 일반인들은 다져진 길로만 가려고 마냥 마냥 서있기에 나는 이럴 줄 알고 평소에 폭설이 아니면 불편해서 스패치를 안 하고 바지를 등산화 위로 덮으면서 쭉 내려 뒤꿈치에 아이젠을 들고 바지단을 끼게 하면 스패치가 굳이 안 해도 신발안으로 눈이 안 들어가는데 오늘은 미리 버스에서 스패치를 하고 내렸다. 역시나 정체가 되길래 러셀 안된 옆길로 추월해서 몃번을 재끼고 올라갔다.  유일사 삼거리부터 능선이라 우측에서 불어오는 강풍에 체온은 떨어져서 벗어서 배낭에 넣었던 옷들 다시 꺼내 모두 입고서 잠시라도 정체 때문에 서있으니 체온이 식어서 너무 추웠다. 이후부터는 정체 시 계속 길도 없는 곳으로 알바 길을 트며 계속 멈추지 않고 올라갔다.

주목 군락지에 도착하니 곳곳에서 점심들 드시는 쉘터 난민촌이었다.  이 추위에 쉘터도 없이 눈밭에 돗자리 깔고 꿋꿋하게 드시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영하 17도를 육박한다기에 평소 산에서 점심용으로 먹던 컵라면도 안가 저 오고 대신 집에서 아침에 보온병에 수프를 타 왔다.

태백산은 올 때마다~ 춥고 올 때마다~ 상고대는 없었다. 나와는 인연이 맞지 않는 산인가 보다. 젝일슨

바람은 오른쪽 능선 쪽에서 북서풍으로 불면서 오른쪽 뺨을 강타하고 있었다. 물론 눈만 빼고 모든 것을 가렸지만 파고드는 냉동실 냉기에 불어오는 찬바람은 옷깃 속으로 파고들었다. 꼼수로 주목 군락지 쪽으로 바짝 붙으면 바람이 잠잠한 무풍지대였다.

 태백산 와서 그나마 나무에 가장 많이 눈이 붙어있는 모습이 오늘이었다.

 불과 며칠 전에 올라온 사진들 보면 상고대가 만발하던데  바람에 다 날아가 버렸나 보다.

상고대의 흔적은 약간 남아 있었다.

왼쪽은 장군봉 인증 사진 찍는 분들 몇 있었고 나는 천재단으로 직행 블약 인증 장소는  천재단 옆 정상석!

 

 여기서부터 계속해서 바람이 불어와서 얼떨떨하게 추웠다. 재킷 양쪽 주머니에 핫팩이 들었지만 핫팩이 기온이 낮다 보니 열이 미적지근? 하였다. 사진 찍느라 2겹을 끼고 있는 벙어리장갑에서 손을 빼면 바로 얼어붙었다. 속 장갑을 끼고 있는데도 소용없었다. 가뜩이나 나는 손끝, 말끝이 제일 추위를 타는데 손이 얼어버리니 계속해서 주머니에 손 넣고 핫팩을 만지며 손을 계속 녹여가며 걸어갔다. 

 

 

정상석에 도착했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이상한 줄은 엉망으로 서있었고, 추워서 줄 서 있을 수 없어서 근처에서 정상석만 나오게 대충 찍고 최초 계획은 문수봉으로 가려고 하였지만 너무 추워서 포기 바로 아래로 하산하는 망경사를 지나 당골 마을로 최단 코스로 내려갔다. 잠시 망설였다, 문수봉으로 갈까 말까? 거리와 시간을 비교해가면서 망설이는 동안 그 많은 인파 중 문수봉 능선으로 향하는 사람은 딱 두 명 봤다. 이외 나머지 전부다 망경사길로 피신하였다.

사진을 찍는 동안 잠시 버프를 내리니 입이 얼 것만 같았다. 지난번 설악 대청봉처럼 버프 상태로 찍으면 인증 안 해주길래 사진만 찍고 재빨리 버프를 하는데 입김으로 젖었던 버프가 습기로 얼면서 꾸덕꾸덕해지고 있었다.

망경사길로 내려가는 곳은 바람이 불지 않아서 덜 추웠다.

 인파가 몰리며 내려가는 것도 머뭇거린다. 그나마 길이 넓어서 옆으로 쓱~

어이구! 뭔 사람들이 저기에 모여있지? 바람 잠잠한 저곳에서 점심들 드시나 보다?

눈바람이 불어오는 찰나 포착

망경사에 사람들이 많았던 이유는 바람을 막아주는 건물과 따듯한 햇볕도 있었지만 제일 중요한 "사발면" 한라산 진달래밭 대피소처럼 농땡 사발면을 3천 원이나 받으면서 뜨거운 물 부어주며 팔고 있었고 행락객들이 그걸 사 먹느라고 난리통이었다. 차라리 산도 안 높은데 보온병에 컵라면 가져오고 말지, 산에 다니면서 막걸리 장사꾼이나 이런 장사치들은 많이 봤어도 사찰에서 사발면으로 매출 올리는 건 또 처음 봤다. ㅋㅋ 

농땡 사발면은 대형마트에서 6개들이 한 박스에 4,200원인데 그걸 한 개에 3천 원에 팔고 있으니 꽤 짭짤한 매출인 것 같다.

망경사 바람 안부는 후미지고 햇볕 내리쬐는 곳에서 잠시 쉬면서 아침에 준비해 간 수프 400ml가량을 원샷 해 버렸다. 배가 고파서 먹었다기보다. (휴게소에서 아침도 먹었기에 참을만했지만) 추워서 뱃속에 뜨끈한 게 들어가야 몸 좀 녹을 것 같았다. 체온이 낮으면 인체는 열을 내기 위해 칼로리 소모를 하기 때문에 더 허기지고 춥다고 한다. 그래서 추울 때는 뜨근한 국밥 같은 걸 먹으면 일시적으로 몸이 더워지니까~

천 고지가 넘는 산을 3시간 10여 분에 내려온 적은 처음이었다. 보통 산행을 하면 먼 거리 원정이기에 두루두루 느끼며 사진 담으며 다녔던 것이 보통인데 추워도 너무 추워서 도통 엄두가 안 났다. 당골 마을 축제장에서 기웃거리며 소모한 시간을 제외하면 3시간 15분? 에 태백산 산행을 마친 것이다.  함께 온 산악회 대장님은 장거리 종주 전문인데도 춥고 바람 불고 상고대도 없어서 볼 것도 없다고 문수봉으로 안 가고 같이 급! 하산하였다. 당골에 내려가서 뜨근한 거나 먹자고 ㅋㅋ

당골 마을로 내려오니 여기는 축제로 북새통이었다.

눈 없는 태백산 눈 축제장 인공설로 조형물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5년 전 2012년 12월에 왔을 때는 도립공원이었는데 지금은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다.  

오늘이 축제 기간 중 첫 번째 주말이었다. 그러니 인파가 미어 터젔나 보다,  꽃은 피는 시기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축제기간에  산을 찾지만 어디 눈 축제하는 산은 다신 가지 말아야겠다. 특히나! 들머리 고도가 높아서 설렁설렁 오를 수 있는 쉬운 산들은 꼭 인파로 몰린다. 

대체적으로 만항재에서 쉽게 올라가는 함백산, 900미터가 넘는 곳에서 시작하는 유일사 출발점인 태백산과  진고개에서 시작하는 오대산 노인봉~소금강 코스 등이 겨울만 되면 눈 산행으로 밀려드는 행락객 인파가 몰리니까 앞으로 힘들더래도 갸울산행지는 힘든 산으로 가야 사람들 없이 편안한 산행이 될꺼같다. 인증할 곳이 남은 겨울산을 여름에 가서 인증해야지 ㅎㅋ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에서 태백산 기온을 보니 낮기온보다 1도 떨어졌다. 토요일을 정점으로 점차 날씨가 풀린다고 하니 다음 주말에는 봄 날씨 같은 기온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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