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듬어지지 않은 진정한 야생의 암릉 의지할수 있는 유일한 밧줄 한가닥
날짜: 2017년 4월 7~8일(금요 무박)
날씨: 9도~19도
위치: 전남 해남군 북일면 부터 전남 강진군 도암면까지 서북능선으로 뻗어있음
코스: 오소재~암릉길~작천소령(임도)~주작산(430m)~덕룡산(432m)~서봉~동봉~소석문, 12.4km
시간: 10시간 25분 소요(휴식 포함), 출발 새벽 4시 12분~도착 오후 2시 40분
소개: 주작산. 덕룡산은 땅끝 기맥의 일부로 36개 암릉 봉우리를 타고 넘는 야생의 암릉길 13km 남짓한 거리가 평균 10시간 이상을 기준을 잡는 곳, 밧줄 잡고 직벽 하강 등, 높은 난이도 산행으로, 기어서 통과하는 구간 등, 산꾼이라면 힘들지만 꼭! 한 번은 설악의 공룡능선처럼 통과의례 같은 곳
암릉의 절정! 칼날 같은 암릉을 타고 오르내리는 험난한 코스로 수많은 산을 다녀보았지만 이처럼 손에 땀을 쥐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주작.덕룡 몇 년 전부터 소문을 듣고 또 사진으로 보고 기다려왔다. 드디어! 주작 덕룡의 진모를 볼 수 있는 진달래가 절정으로 피어나는 4월 둘째 주 산악회 공지가 뜬 걸 보고 3주 전부터 예약해놨다.
한편으로는 설렘 한편으로는 다녀온 지인들의 절절한 체험기를 들으면 엄청나게 힘들다는 모두들 한결같이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산꾼이라면 꼭 가봐야 하는 산! 그런데? 왜 이리 멋진 곳을 왜 산림청과 한국의산하는 명산 100 순위에 포함을 시키지 않았을까? 그 이유가 갑자기 궁금해진다.
주작. 덕룡은 산행 소요시간도 길지만 서울에서 해남까지 이동시간 또한 길어서 당일치기로 불가능한 코스라 종주를 하려면 무박 이외에는 시간이 나오지 않는다. 대표적은 종주 코스는 오소재 에서 소석문 또는 역방향으로 소석문 에서 오소재인데 소석문에서 출발하는 산악회가 더 많았지만 오소재에서 출발하는 것이 조금 수월하다는 선답자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무박 산행의 '꽃' 불타오르는 여명과 일출을 볼 수 있는 기회다. 미리 일출시간과 여명시간을 천문우주지식정보 사이트에서 시간을 확인해 봤다. astro.kasi.re.kr
4월 8일 해남군 북일면 일출시간은 06시 11분 여명이 보이는 항해박명 시간은 05시 15분 일출각 정동 쪽에서 북쪽으로 9도 상승이었다. 주작, 덕룡 능선이 서북능선으로 뻗어있어서 산행하면서 시야가 트이는 곳이라면 오른쪽으로 보이는 지형이었다.
루가, 트랭글, 램블러 3개로 기록하였지만 트랭글을 제외한 나머지 앱들은 모두 12.4km를 기록하였다. 트랭글은 랭킹 시스템으로 GPS 트랙이 디테일하게 찍지를 않고 띄엄띄엄 시차를 두고 기록되고, 구불구불 S자로 하산하는 길을 트랙 기록시 모두 일직선으로 만들어 버리면서 거리를 약간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다.
코스 설명: 오소재 시작은 평범한 워킹 산행으로 시작 후. 30분 정도 걷다 보면 첫 번째 오르막 밧줄 구간 시작 암릉 능선에 올라서면 잘잘한 오르내림으로 계속 반복적인 암릉 길을 줄잡고 오르내린다. 몃시간 가다보면 좌측으로 구불구불한 임도가 보인다, 그곳이 작전소령 차들이 올라올 수 있는 임도길이 관통되었다. 작전소령 이후부터는 다시 워킹 산행으로 한동안 걷다가 덕룡산 서봉부터 다시 줄잡고 올라간다. 다시 내리막 후 워킹, 동봉에서 다시 줄잡고 내리막 후부터는 거의 워킹 산행이었다. 서봉을 지나 서면 좌측으로 저수지가 보이고 종료지점인 소석문으로 향하는 국도가 보였다.
새벽 4시 14분 버스가 오소재에 오로지 햇빛산악회 버스 두 대만 도착하였다. 주작, 덕룡을 대부분 소석문에서 시작을 많이들 해서 그런지 오소재에 하차 후 트랭글,루가,램블러 구동하고 랜턴 키고 준비 끝~! 신발 끈은 버스에서 미리 묶었음! ㅎ 나는 산행 준비가 끝났는데 사람들이 도무지 출발할 생각들을 안 한다. 주섬주섬 우왕좌왕, 뭐야! 왜들 안 가는 거야? 다른 산 같으면 먼저 나 혼자 출발했을 텐데 밤길이고 험한 산이라 길잡이로 앞에다가 몇 명 먼저 보내고 따라나설 생각이었다.
사진상에는 안 보이지만 자욱하게 안개가 끼어있었고, 노면은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깜깜해서 암릉산이라 느낄 수 없었다. 들머리에 아무것도 없다! 클일났다. 흔한 간이화장실이 있는 줄 알았는데, 휴게소에서 응가를 했어야 하는데 라면 먹느라 시간이 없어서 응가를 못했다. 꺼림칙한 느낌을 갖고 산행 시작!
1km 정도 걸으니 능선에 올라섰다. 출발할 때는 싸늘하였자만 10분 정도 지나니 땀으로 더워졌다. 능선에서 땀도 닦고 물 한 모금 마시며 뒤돌아 보니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헤드랜턴 불빛만 줄지어 오고 있었다. 잠시 헤드랜턴을 끄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머리 위에서는 별들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2분 정도 휴식
걸은지 한 시간 못미처 이정표가 나왔다, 수양리재 3km라는데 평상시 같으면 산길만 좋으면 3km 정도는 40분에서 길게 한 시간 안팎이면 되지만 고작 3km 밖에 안되는 거리를 무려 5시간 40분이나 걸렸다. 중간에 사진 담고 일출 보고 30분 썼다 해도 엄청나게 긴 시간이었다. 칼날 같은 암릉을 줄잡고 오르내리는 게 도무지 스피드를 낼 수 없는 않는 구간이었다.
걷다가 뒤돌아보니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오로지 랜턴 불빛들만 보였다. 암릉따라 오르내리며 걷는 사람들 불빛이 마치 반딧불처럼 보였다.
암릉을 오르내리다 보니 어느덧 5시 37분 여명이 시작되고 있었다. 금성으로 보이는 별이 아주 환하게 빛나고 있다.
일출 전까지 어둠은 아직 걷히지 않아서 강진군 마을들의 불빛이 농촌의 야경으로 보인다.
5시 50분쯤 밧줄 첫 등장!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줄잡고 올라간다. 올라가는 건 자신감 넘친다. 내려오는 게 힘들지... 그런데 안개로 젖은 노면에 신발은 이미 진흙 투성이고 주작, 덕룡의 바위들에 대체적으로 신발이 붙지를 않는 반질반질한 바위들이라 미끌미끌하였기에 더 조심조심하였다.
여명을 아직 불타오르고 있었고. 이제 앞으로 뻗어있는 능선의 윤곽이 어슴푸레하게 보였다.
좌측은 해남군 아침 운해가 낮게 깔려 있다. 주변 풍경이나 산세나 마치 해발 1500m 급 산을 걷고 있는듯한 착각이 든다. 분명 최고점이 527m 밖에 안되는 낮은산인데 느낌이 달랐다.
주작. 덕룡 종주 구간에 유일하게 두 곳만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봉우리를 건너뛰는 구조라 밧줄로 어려웠나 보다. 예전에 오소재 아래인 두륜산도 힘겹게 올라갔었는데 최근에 착실하게 계단 설치를 해놨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작. 덕룡도 계단이 설치되면 매력은 감소되겠지, 강진군과 해남군은 계단 설치보다 들머리, 날머리의 간단한 매점을 설치하여 식수 등이나 간식 등을 판매하였으면 좋겠다.
많이 환해 저서 멀리 까지도 윤곽이 보인다. 암릉 사이사이로 진달래가 만발이었다. 그런데 봉우리 마다 사람들이 많이 서있다. 나는 가까이서 보기 전까지 저 사람들이 일출을 보기 위해 서 있는 줄 알았다.
봉우리 위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이 좀 더 가까이 보였다.
바위를 기어오르는 산객들 저 봉우리만 넘어가면 작전소령까지 줄잡는 구간이 없어서 그나마 수월하였다.
낮은 운해와 암릉과 진달래 금상첨화로 어울린다.
하강 밧줄 경사도가 그럭저럭하다. 줄잡고 서있을 정도의 각도
아래서 보니 별거 아니군 ㅎ
이제 일출을 준비하려나 보다. 하늘이 붉게 타오른다.
좌측 봉우리에 대충 수십 명의 사람들이 보인다. 뭐야? 저곳에 정상석이 있나?
일출을 보고 내려가려고 서성이는데 기가 막힌 조망 터에 텐트 없이 타프로만 비박 중이시다. 나지막이 음악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잠시후 일출을 보는 사람들의 대화소리에 부스럭 거리며 밖으로 나오셨다. "명당자리에서 주무셨네요? " 네에~ ^^" 인사를 드렸다.
산봉우리 뒤로 이미 해가 올려온 듯하다. 방향적으로 천관산 정도 되는 것 같다.
무박으로 피곤하고 힘들지만 산행 중 일출을 보는 매력은 좋다. 그리고 이날은 아침 9시부터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어 더위로 노출된 팔과 얼굴이 빨갛게 익어버렸다. 어두울 때 최대한 많이 걸어두고 해가 뜨면 쉬엄쉬엄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거라 생각된다.
미세먼지가 많고 해무가 끼어서 해남의 바다까지 조망이 좋지는 않았다.
지나온 능선들 구름이 낀곳 뒤로는 두륜산
앞으로 가야할 능선 좌측과 우측으로 구불구불한 임도 길이 희미하게 보인다. 그곳이 작전소령이었다. 작전소령의 지명 유례를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하여 내 맘대로 뜻풀이를 해보니 주작산을 가기전 작은小 소 령(고개) 이 아닐까 생각된다. ㅎ
작전소령 가지전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밧줄, 내가 서있는 각도와 밧줄을 각도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밧줄에 매듭이 없다! 이런 물까지 흘러서 흙들이 젖어 있어서 조심조심 한발 한발 확보해가면서 내려갔다.
내려오고 반대편 봉우리에서 한장 담았다. 소석문에서 출발한 인파가 오려면 아직도 멀었기에 정체가 될만한 밧줄 구간이 한산하여서 다행히 예상된 정체가 없었다.
봉우리에 오르니 삼각대 부대가 포진하고 있었다.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들도 계셨다. 아니 저 무거운 삼각대를 메고 밧줄 잡고 어떻게 오셨지? 여쭤보니 반대 방향에서 올라오면 밧줄구간이 없다고 한다. ㅎ 어쩐지...
어느 진사 분들이 숲에 숨어서 진달래로 역사광이 들어오는 걸 빛으로부터 숨어서 사진을 담고 계셨다. 나도 똑같이 따라 해봤다. 하늘이 흐리멍덩해서 배경은 별로 지만 진달래 잎이 정말 투명하게 담긴다.
이런 낭만 길이 잠시 이어졌다. 산죽과 진달래의 앙상블
석문도 지나고...
봉우리 하나 넘어가니 삼각대 부대가 더 많았다.
이거 뭔지 꽤 많던데 냄새가 완전 꼬릿꼬릿한 냄새가 이상하다.
삼각대 부대가 봉우리에 잔뜩
크랙 따라 졸졸졸 올라가서 밧줄 잡고 오르는데 줄마다 진흙이 잔뜩 묻어 있어서 장갑에 처덕처덕 ㅠㅠ
가장 많은 삼각대 부대가 있던 곳
이 부근에서 평평한 바위에 앉아서 아침으로 사과 1개를 먹었다. 이 종주코스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푸짐한 1식보다는 시간을 두고 계속 조금씩 간식을 먹는 것이 좋았고 한끼를 너무 많이 먹으면 줄잡고 오르는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수많은 삼각대 부대가 이 앵글을 담기 위에서 포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는것 같다. 뒤 배경이 미세먼지인지 안개인지 뿌옇다. 어쩌면 미세먼지일 수도 있었다. 날머리인 소석문 부근에 자갈을 많이 쌓아놓고 파쇄하는 공장이 있었는데 하늘로 무럭무럭 돌을 부순 흰 먼지가 피어오르는 걸 보았다.
이 봉우리 오르기전 아저씨들이 줄잡고 오르는거 뒷사진을 한장 찍어도 되냐고 뭍는다. 마음껏 찍으시라고 초상권 따위는 없으니 실컷 찍으라고 하였다. ㅎ
작전소령에 다다랐다.. 여기까지 모든 승용차들이 올라와 있었다 25인승 콤비 버스만 간신히 올라올 수 정도로 구부러진 도로폭이 크지 않았다. 휴양림 5분 거리에 있었기에 접근이 쉬운 곳이라 그 많은 삼각대 부대가 있었던 거였다.
험난한 여정 땅끝기맥
넘어야할 능선이 구만리길이다 첩첩 산중 까마득~
작전소령 이후 덕룡산 동봉을 가기 전까지 이런 편안한 능선 길로 이어졌다.
걸었던 길을 되돌아보니 뾰족한 암릉들이 송곳처럼 솟구쳐 있었다.
이곳은 이정표가 엉망이다. 덕룡봉 정상은 동봉과 서봉이고 이 정상석은 주작산이였다. 그런데 이정표에는 세로표기에 덕룡산 정상이라고 써있다. 정상석에는 주작산 사칠오 라고 음각으로 새겨놓구선...쯔
작전소령이후 현호색은 흔히 보였다.
힘들었던 암릉길 지나오니 이런 낭만 길로 잠시 살방하게 걸었다.
걸어온 길 다시 보니 마치 지리산 서북능선 부운치에서 팔랑치 가는 길 분위기가 난다. 또는 덕유평전 is 연하선경?
덕룡산 앞이 서봉 뒤가 동봉, 주작산은 잔잔한 오르내림이 있는 반면 덕룡산은 쭉 올라갔다가 정점찍고 다시 훅 떨어지는 곡선이 크게 움직인다. 위험도는 주작보단 수월한데 거의 직벽 수준이라 밧줄이나 철심을 잡고 팔 힘으로 당겨서 올라가야 하는 구간도 있었다.
멀리 월출산이 어렴풋하게 보인다.
매 부리모양? 그 오른쪽은 강아지 귀 쫑긋!
좌측으로 돌아가는 우회로가 있었다. 나는 정면돌파! 스위스 마터호른같이 오버행 구간인데 옆으로 크랙과 줄이 있다.
오소재로 남진하는 산객들이 중간중간마다 물어왔다. 오소재에서 출발하신 거죠? 얼마나 걸려요? "이곳까지 7시간 걸렸네요" 하니 중간에 오다가 자고 왔냐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물어본다. 여기까지 걸어온 것만 9km라고! 보통 산처럼 13km 남짓 거리라고 5~6시간 기준 잡으면 오산이다.
지나가면서 트랭글 거리 경과 알림음을 들으며 깜짝 놀라시는 분들이 있다. 7시간 경과 평균속도 어쩌고 저쩌고 듣더니 " 아이고 클났다. 우리 오소재까지 가려면..." 하였다.
줄잡고 내려오는 남진하는 사람들과 잠시 정체 3분간 대기
각도가 90도를 넘어선다 이건 클리프행어? 튼튼한 호치키스 철심 나보다 무거운 사람들도 내려왔으니 내가 흔들어도 끄떡없겠지? 볼트가 암릉에 잘 박혀있었다.
오르기 쉬운 돌출된 돌기를 잡고 줄 없이도 기어오를 수 있다. 그리고 주작산에 비하여 덕룡산은 진흙이 없었고 바위도 덜 미끄러웠다.
덕룡산 서봉에 올라섰다. 여느 산보다 정말 정말 힘들게 오른 산이었다. 물론 주작, 덕룡 연계를 안 하고 주작산 휴양림에서 시작하여 덕룡만 탄다면 수월하지만 누구나 여기를 오는 산객이라면 주작, 덕룡을 타길 원할 것이기에, 그것이 이산의 매력이라서.
덕룡 서봉에서 보니 봉황 저수지라는 곳도 내려다 보였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봉우리들이 전방으로 줄줄이 이어 저 있었다.
밧줄을 진흙으로 코팅시켜놨다. 줄잡은 다음에 흙 묻은 거 터느라 손뼉 치고 다녔다. 하필 오늘따라 물티슈도 빼놓고 와서 반 장갑이라 손끝에 흙이 처덕처덕 묻은 손으로 맛있게 삼각김밥도 까서 먹었다. ㅎㅠ
뚱땡이 검문소! 살금살금 지나가야 했다. 여기저기 배낭 부악 부악 긁어대는 소리가 들렸다.
블약인증은 동봉이나 서봉 둘 중에 한 곳만 하면 되는데 사람도 없는데 정상석마다 일단 다 인증샷 만들어 놓는다.
3km 까짓것 암릉만 아니면 평속 3km 올리면 한 시간이면 되는 거리를 2시간 반이나 걸렸다.
동봉 지나면 끝인 줄 알았는데 타잔 놀이가 또 남았나 보네... 밧줄에 체중을 싣고서 좌우로 흔들어대는 통에 무서워서 줄을 같이 잡을 수가 없었다. 앞에 사람들 전부다 내려갈 때까지 위에서 관람하고 있다가 나 혼자 안전하게 슝~
덕룡산이 봉황이 날개를 펴고 있는 형상이라더니 저수지도 그런 모양이었다. 그래서 봉황 저수지인가?
주작, 덕룡 날머리 겸 들머리인 소석문 지나 석문산으로 이어지는 땅끝기맥
반대편에서 오던 산객중에 어느 여성분이 끼악~ 소리가 나더니 같은 일행이 미끄러지는걸 손목을 탁 잡아채며 잡아주니 같은 일행중 한명이 구걸진 사투리로 "워미 젋으니껜 조구마이 미끄러질것 같으면 고리 팍 앵겨부러라"
여기는 남도땅이다. 어디서 왔냐고 간혹 지나쳐 가시는 산객들이 인사치레로 물었다. '서울서 왔고 오소재에서 새벽4시반부터 출발했다고'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을 많이 해줬다.ㅎㅎ
이 절벽이 바람이 솟구치는 구조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곳에 자리 잡고 간식을 먹었다. 아침은 사과 1개, 몇 시간 후 다시 빵 3개, 또 몇 시간 후 삼각김밥 한 개, 이곳에서 마지막 삼각김밥 먹고 있는데 햇빛산악회 로즈 대장님을 만났다. 또 다른분도 만났다. 산꾼은 산에서 만난다더니 페이스북 페친을 뵈었는데, 교행하면서 찌는듯한 더위에 고개 땅으로 처박고 잠시 서있었다, 내려오는 사람 비겨주려고 숨 돌리고 있는데 어! 하더니 단번에 나를 알아보셨다. 그러더니 잠시 후 트랭글로 친분이 있는 분을 또 만났다. 주작, 덕룡은 만남의 장소인가 뭐 이리 인연이 많은가 봐?
우아! 드디어 끝이보인다. 저 아래 국도가 보이고 버스들이 주차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마지막 대미는 슬랩이 장식해준다. 다른 사람들은 오른쪽 철심 구간으로 가려고 줄 서 있는데 나는 왼쪽 줄잡고 내려왔다. 전혀 미끄럽지도 않았다. 매듭도 중간마다 있고 경사각도 그냥 저냥했기에...
몇몇 분들은 정자 그늘에서 기나긴 산행시간과 무박으로 수면부족하여 기절한 듯 보였다.
소석문 날머리 겸 들머리 정자 하나 있었다. 산악회에서 제공한 시간은 12분 부족한 "12시간" 이었다. 오후 4시까지 산행 마감인데 1시에 내려온 일부 회원이 버스 기사님이 자고 있는데 문 열어 달라고 했다고 한다.
날머리에 정자 하나와 물 잘 나오는 화장실이 전부였다. 사람들은 하나 같이 내려와서 물을 달라고 찾았지만 흔한 매점하나 노점 하나 없었다. 나는 개울물에 발 담그고 남은 한 시간 반 동안 발 식히며 물에서 놀았다.
버스기사님이 500ml 생수를 한 묶음 사둔 것이 있었는데 산에서 내려온 사람들마다 하나같이 물을 찾았고 그 생수는 불티나게 팔렸다. 다른 산은 아이스께끼 장수도 많더니 차가 올라오는 작전소령에도 없고 소석문에도 아무것도 없었다. 주작, 덕룡을 올 때는 식수는 넉넉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미리 정보를 보고 나는 평소보다 더 많이 식수를 챙겨서 물 부족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