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나페홀로 May 01. 2021

[오늘 자본을 읽다]2편 상품과 화폐

강신준/오늘자본을 읽다/길

'자본주의 사회는 모든 것을 양으로 환산한다.'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 

-교환이 가져온 변화: 부가 상품으로 

상품이란 교환되는 물건을 의미한다. 그 상품이 부의 기본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다. 즉 교환되지 않으면 그것은 상품이 아니고 현물일 뿐이다. 


'상품으로.......인간의 여러 가지 욕망을 충족시키는 물적 존재......사용가치......이다.'(제1권87~88)


 사용가치는 '부의 사회적 형태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자본주의든 아니든 모든 사회의 부에 공통된다. 즉 사용가치는 상품에도, 현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말그대로 사용할만한 가치가 있는 쓸모를 사용가치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상품과 현물의 차이를 가르는 것은 바로 '교환가치'다. 현물은 교환되지 않기에 교환가치가 없다. 


 '교환가치는 우선 양적 관계, 즉 어떤 하나의 사용가치가 다른 종류의 사용가치와 교환되는 비율로 나타나며......(제1권:89)'


가치론의 세 가지 교훈


자본주의 본질에 관한 세 가지 의미.

첫째, '모든 사회에 존재하는'사용가치가 '자본주의의 고유한 특징'인 교환가치의 출발점이다. 

 -사용가치라는 첫째 계단을 거쳐야 교환가치라는 둘째 계단에 이르게 된다. (1편 변증법적 지양의 원리참고)

 '사용가치는 ......교환가치의 소재적 담지자가 된다.(제1권:89)'

 과거는 결코 갈아 엎을 수 없으며 언제나 현재의 발목을 잡고 있는 토대다. 혁명은 과거와 결별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토대로 그 위에 새로운 것을 쌓는 것이다. 

둘째, 사용가치가 교환가치로 발전하는 형태를 보면 '두 개의' 사용가치가 만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하나가 아닌 둘의 '관계'가 중요하다. 교환은 혼자서 할 수 없다. 관계는 이미 그 자체 '사회'를 전제한다. 교환이 없으면 자본주의는 아예 존재할 수 없다. 즉 자본주의는 사회적 관계를 전제로 하며 이 사회적 관계는 자본주의 존립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셋째, 두 개의 사용가치가 만들어내는 교환가치는 양적비율로 나타난다. 자본주의에서 만들어진 사회적 관계는 양적 비교다. 양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질을 굳이 양으로 환산하려는 것이 자본주의다. 현대 사회가 명품이라는 외양에 목매고 성적에 목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질을 양화시키는 자본주의의 특성에 있다. 과거 전통사회의 공동체적 연대의 자발성은 자본주의적 양화의 사태로 이미 변질되어 버렸고, 다시 돌아갈 수도 없다. 


가치: 교환가치의 양적 단위


 교환가치는 양적 비율인 만큼 당연히 양을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두 사용가치의 교환 비율에도 단위가 필요한데 이 기준은 비교하는 두 사용가치에 공통된 것이라야만 한다. 


'교환가치에 나타나는 공통요소는 상품의 가치이다.(제1권:91~92)......어떤 사용가치의 가치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량, 즉 그 사용가치의 생산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 뿐이다. (제1권:93)'


 교환가치를 비교하는 양적 단위가 바로 '가치'이고 그것은 인간의 노동을 의미한다. 따라서 가치는 교환가치 위에 놓인 세번째 계단이 된다. 단 노동의 양은 사회적인 양을 의미하며 곧 사회적 평균을 뜻한다. 같은 종류의 상품을 판매하는 경쟁업체가 가격경쟁을 하면서 일정 수준까지 가격을 낮출수 있는데 그 한계선이 바로 사회적 평균이다. 교환가치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가치이며 그것은 사회적 평균을 의미한다.


교환가치와 가치의 구별 


교환가치는 양이며, 그 양의 기준이 가치인 셈이다. 2만원의 교환가치는 1만원의 교환가치에 비해 가치가 두 배인 것처럼 가치는 도량단위라면 교환가치는 '가치의 크기'라고 부를 수 있다.

 교환가치와 가치의 구별에는 중요한 두가지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이 구별의 부의 변증법적 발전을 보여주면서 자본주의의 미래를 암시한다는 점이다. 자본주의에서 부의 기본형태가 상품이라면 그것이 사용가치에서 교환가치로 발전해나가는 결과물이다. 그런데 교환가치가 되자마자 그것은 양적 기준인 가치를 전제로 하게된다.  

 하나의 사용가치(1)--> 두 사용가치가 만나 교환가치로 발전(2)-> 교환가치는 두 사용가치의 공동요소인 가치를 양적 기준으로 만들어 냄.(3)

이 과정은 자본주의 이전(1), 자본주의로 발전(2), 자본주의 이후(3)로의 발전을 암시한다.

가치는 교환가치를 통해 만난 두 사용가치의 공통요소인 동시에 사회적 평균이며, 자본주의 부의 성격을 넘어서는 자본주의 이후를 암시한다.  비교와 경쟁 너머에 사회적 평균으로 수렴되는 셋째 계단이 이어지는 것이다. (한국의 양극화사회-->북유럽의 복지사회?) 

 두번째 의미는 교환가치가 우리의 눈에 보이는 반면 가치는 직접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교환가치는 현상이며 가치는 본질이다. 



상품에 나타난 노동의 이중성 


 상품의 이중성과 노동의 이중성 

-원래 상품은 소비하기 위해 만든 물건이라 사용가치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모든 사용가치는 인간노동에서 만들어 진다. 그 사용가치가 자본주의에서 교환가치로 발전하는 것인데 사용가치를 만든 노동도 교환가치를 나타내는 노동으로 발전한다. 하나의 노동에서 교환을 통해 비교되는 두 개의 노동이 된다. (구체적 노동과 추상적 노동)


'모든 노동은 한편으로.....동일한 인간노동 또는 추상적 인간 노동이라는 속성을 통해서......상품가치를 형성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 모든 노동은 ......구체적인 유용노동이라는 속성을 통해서 ......사용가치를 생산한다. (제1권:102)'


 가치는 상품을 생산하는 필요한 사회적 평균 노동이다. 이 노동은 처음 사용가치를 만든 노동과는 다르다. 사용가치를 만든 노동은 시장의 교환과정에서 바로 이 사회적 평균노동으로 바뀌는 셈이다. 

 농민이 배추라는 사용가치를 생산하는 데 들이는 노동은 언제나 비교적 일정하다. 그러나 이 노동이 곧바로 교환가치인 배추값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 교환가치는 시장에서 다른 농민들이 생산한 배추와 함께 비교되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결정된다. 그래서 때로는 농민의 노동과는 상관없이 높이 가격이 뛰기도 하고 폭락하기도 한다. 즉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교환가치를 결정하는 것이다. (사회적 성격) 

 따라서 자본주의에서 노동 또한 두 개로 나눠진다. 물론 자본주의 이전에는 인간의 노동은 생산에 들어간 노동 하나뿐이었다. 생산이 교환을 거쳐 소비와 만나게 되면서 생산에 들어간 노동과 교환에서 결정되는 노동으로 두 개가 되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노동이 두 개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 자신의 경제학에서 결정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상품에 포함된 노동의 이러한 이중적 성질을 비판적으로 지적한 것은 내가 처음이다. 이 점은 경제학의 이해에서 결정적인 도약점으로 여기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둘 필요가 있다(제1권:96)


노동의 이중성이 알려주는 진실:GNP와 뉴라이트 주장의 허구성 

 부탄은 GNP는 보잘것 없으나 행복지수는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그런데 여기서 행복은 물질과는 상관이 없다고 오해해서는 안된다. 행복은 사실 조금이나마 물질적 궁핍이 해결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끼니를 거르고 옷이 없는데 행복을 느끼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부탄의 통계는 어찌된 것인가? 바로 노동의 이중성에 그 답이 있다. 국민소득은 사용가치를 생산하는 구체적 노동을 합산한 것이 아니라. 교환가치를 생산한 노동만을 합산한 것이다. 즉 교환가치로 환산되지 않은 사용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이 얼마든지 부탄 안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주부의 가사노동이 교환가치를 만들지는 않으나 삶에서 꼭 필요한 노동인 것처럼 부탄사회에는 그러한 교환가치로 환산되지 않은 사용가치만을 생산하는 노동이 많은 것이다. 

 한편 일제시대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뉴라이트 진영의 주장의 허점도 바로 노동의 이중성을 오해한 것에 있다. 그들이 식민지 시대의 국민소득 증가를 근거로 일본치하가 좋은점도 있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모두 고려하지 못해 발생한 착각이다. 식민지가 되기 이전의 사회는 대부분 생산과 소비가 일치하는 교환이 없는 현물경제였다. 따라서 농민의 노동은 교환가치로 환산되지 않고 사용가치만을 나타내어 국민소득을 계산하면 매우 낮게 잡힐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식민지 편입이 되면 농산물이 해외로 수탈(수출이라고 부르지만)되어 교환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으로 전환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국민소득도 높아지게 되고 이 지표만 보고 식민지 치하의 경제발전을 운운하는 것이다. 정작 그 당시 조선인의 1인당 쌀 소비량은 40%나 감소했다는 점에서 국민소득의 증가가 얼마나 허구적인 지표인지를 알게 해준다.



가치형태와 화폐


가치형태

가치는 오늘날 화폐로 표현된다. 가치가 어떻게 화페로 표현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가치형태론이다. 

'상품체로서의 상품은 감각적으로 분명하게 포착되는데 반해 가치로서의 상품에는 단 한 조각의 자연소재도 들어있지 않다. 그래서 하나하나의 상품을 아무리 돌리고 뒤집어보아도 그것을 가치물로서 포착해낼 수는 없다 (제1권:103)'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눈에 보이는 형태로 표현한 것이 가치형태인데 여기서 자본주의 본질에 대한 두가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첫째, 그것이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원래 상품 속에 있었는데 교환이라는 일정한 조건 때문에 드러난다는 점이다. 

'상품은 하나만 따로 떼어놓고 볼 때는 결코 이런 형태를 취하지 않으며, 오직 제2의 다른 종류의 상품과.....교환관계를 맺을 때에만 이런 형태를 취한다(제1권:119~20)'

2011 아큐파이 운동에서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금융자본가들의 '탐욕'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맑스는 그 탐욕의 원인을 자본주의적 관계로 말한다. 결국 문제의 원천은 자본가들의 탐욕이 아니라 그 탐욕을 유발하는 조건임을 상기시켜준다.

 둘째, 가치형태가 오로지 상대편을 통해서만 표현될 수 있다. 이것은 자본주의적 관계가 철저하게 타인에게 의존하는 사회적 관계라는 점을 알려준다. 

'어떤 상품도 자기 자신에 대해 등가로 관계를 맺을 수는 없기 때문에, 모든 상품은 다른 상품과 등가로서의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으며(제1권:114)'

 그래서 자본주의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살아가는 경향을 보인다.(타인의 욕망을 위해 살아감) 타인이 원하는 자질을 자신에게 강요하고, 명품에 집착하는 태도 역시 자신의 필요가 아닌 타인의 눈을 의식한 결과이다.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가 눈에 보이는 형태로 표현되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의존해야 한다.


가치형태의 발전과 화폐의 탄생

우리가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고, 거울을 통해 볼 수밖에 없는 것처럼 상품도 눈으로 볼 수 없는 자신의 속성인 가치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거울을 사용해야 하고, 그 거울이 바로 가치형태이다. 물론 처음의 거울은 자신과 상품을 교환하고자 마주한 상대방의 상품이었으나 이는 다른 교환에서는 써먹을 수가 없다. 따라서 모든 상품에 대해서 가치를 표현하고자 하는 필요가 생기고 여기서 '일반적 가치형태'가 등장하는데 이것이 곧 '화폐'다. 

하나의 사용가치는 다른 사용가치와 만나면서 교환을 위해 가치가 필요하고 그 가치는 형태로 표현되기 위해 일반적 가치형태를 취한다.그런데 여기서 그 '하나의 사용가치'는 자신을 포기하고 상대방과 동일한 기준을 사용하기로 합의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되어야만 비로소 교환에 성공한다. 결국 자본주의는 사회적 성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성숙해나갈 것이며, 자본주의의 변혁도 '나'를 강조하는 방향이 아니라 '우리'를 강조하는 방향으로만 성공할 수 있다.


자본주의적 관계의 물신성 

화폐는 원래 상품에서 출발했고 이를 현물화폐라고 부른다. 사실 어떤 것이 일반적 가치형태로 합의된 화폐가 될지는 순전히 우연이다. 다만 좀더 효용성이 큰 화폐로 수렴된다. 


 '상품교환이......확대되어감에 따라 화폐형태는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기에 적합하게 태어난 상품, 즉 귀금속으로 옮아간다. ...... 금과 은이 날때부터 화폐인 것은 아니지만 화폐는 날 때부터 금과 은이다.(제1권:155)'


화폐가 이렇게 금과 은으로 고정되고 나면 상품과 화폐는 분리된다. 화폐는 상품에서 나온 것이지만 이제 상품과는 다른 별개의 것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금와 은은 더 간단한 지폐로 대체된다. 지폐는 가치의 양을 표시하는 하나의 표식일 뿐이다. (그런데 이 상태가 오래되니 화폐는 마치 원래부터 상품과 별개로 존재하던 것처럼 보입니다)


상품은 교환을 위해 일반적 가치형태가 필요하고 화폐에 의존해야만 한다. 따라서 정작 화폐는 상품에서 파생된 것임에도 상품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된다. 이렇게 뒤집힌 관계를 '물신적 성격'이라고 부른다.


화폐 존재의 필연성 

자본주의에서 상품은 부의 기본요소라면 부를 지배하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화폐다. 그러다보니 화폐 자체를 없애고자 하는 운동도 역사에 존재했었으나 변증법의 원리에서 배운 것처럼 화폐는 이미 없애려 한다고 없앨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역사의 필연적 법칙으로 자본주의는 발전하고 있고 화폐는 그 가치형태로 자립잡았다. 교환은 가치형태 때문에 화폐가 반드시 필요하다. 


'화폐는 서로 다른 노동생산물이 실제로 서로 등치되고, 따라서 사실상 상품으로 전화되는 교환과정의 필연적인 산물이다.(제1권:152)......화폐형태란 다른 모든 상품의 관계가 반사되어 하나의 상품에 고정된 것일 뿐이다. (제1권:156)'


화폐는 교환으로 인한 사회적 관계를 표현하는 형태일 뿐이기에 화폐로 인한 온갖 해악은 오히려 사회적 관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화폐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적 관계를 해소해야 하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 자본을 읽는다] 1편 변증법,유물론, 추상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