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나페홀로 Jun 02. 2021

'고 손정민 사망사건'과 '가상화폐 열풍'의 공통점

권력의 분산화에서 대중독재로 변모하는 위기의 시대

2021년 상반기, 대한민국의 가장 큰 뉴스 중 하나는 

의외로, 한 청년의 죽음에 관한 것이 기록될 듯 하다.

대한민국 전체가 '손정민' 이라는 젊은 이의 안타까운 죽음에 목메어 있었다는 점.

그리고 그 죽음과 관련한 의혹이 커지고 커져서 결국 사건을 둘러싼 당사자들을 넘어 

이를 바라보는 대중들이 사건의 주체가 되어버린 묘한 역설까지.

정말 가장 기억될만한 뉴스로 이미 결정된 것 같다. 

사고 혹은 사건이 나고 일주일도 안되어 대중의 관심이 부풀어 올랐다. 

참고로 한국에서 하루 평균 자살자만 38명정도이고, 교통사고 사망은 13명 정도,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하루에 사망하는 인구는 상당하다.

그런데 그중에 한 명의 죽음에 전국민이 관심을 가질 정도의 확률은 과연 어느 정도될까? 


그래서 일단 대체 이 사고,혹은 사건이 왜 국민적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봤다.

(사고는 의도가 없이 벌어진 불행이라면, 사건은 의도가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래서 이 이슈는 아직 명확하게 사고라고 하기에도, 사건이라고 하기에도 불명확하다는 표현의 어려움이 있다. 일단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편의상 '사건'이라고 기재하겠다) 



손정민 사망사건이 국민적 관심을 갖게 된 원인


이 사건 발생 후 일주일도 안되어 이슈가 커지자 나는 수업하는 학생들에게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이미 말해두었었다. 필요 이상으로 과열증세를 보이고 있는데 정작 술마시고 본인 과실에 의해 사망하는 사고가 이미 

익숙한 만큼, 의문점이 몇가지 있다고 해서 이 정도로 사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특이하다고 말이다.(사실 예전에도 건국대 신입생들이 술에 만취해서 건국대 호수에 익사하는 사고가 왕왕 있었다. 그때도 사회적으로 익사사고에 의혹과 관심이 있었던가 기억을 더듬어본다)  그래서 몇가지 이유를 추려봤었다.


1] 젊은 의대생이라는 상징적 기호가 주는 힘? 

일단 이 사건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된 것 중 하나는 사망한 당사자가 젊은 의대생이라는 점이다. 무슨 말같지도 않은 소리냐고 핀잔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으나, 한국사회에는 그 무엇보다 스펙이 주는 힘이 강하다. 분명 같은 인간의 죽음임에도 죽은 당사자가 명문대생일때는 꼭 그 상징적 기호를 언론은 다룬다는 점이 그 방증이다. 인상깊지 못한 스펙을 가진 젊은이가 사고 등의 이유로 사망하면 그냥 '20대 남성 사망'이라고 표현한다면 이번처럼 의대생이라는 최고의 스펙을 가진 젊은이가 사망하면 '무슨 명문대생 안타깝게 숨져'....등으로 표현해온 언론의 관행이 있다. 언론이 이렇게 쓰는 이유는 오직 뉴스를 소비하는 대중이 이런 표현에 더 반응하기 때문일 것이다. 장래가 촉망받는 젊은 의대생이 어이없게 사망한 이 뉴스에 분명 대중은 더 마음에 쏠렸고 더 안타까웠을 것이다. 



2]사고가 아닌 사건이라는 의혹이 주는 관심도 

하지만 첫번째 이유만으로 관심이 증폭되지는 않는다. 그냥 다른 죽음보다 더 안타까워하는 정도의 동정과 위로가 댓글란을 채울 뿐이지 이렇게 확대재생산 하지는 않으니까. 그렇다면 다른 원인은 바로 사고가 아닌 사건이라는 의혹이 생길만한 묘한 정황이다. 아마 뉴스가 '젊은 의대생이 친구와 술마시다가 물에 빠져 숨져'정도로 나왔다면 그 누구도 큰 관심을 갖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일단 고 손정민군은 실종신고가 먼저 있었다. 감쪽같이 사라진 젊은 의대생에 대한 기사가 우선이었고, 사라짐이라는 사건은 종결된 기사가 아닌 진행중인 기사이기에 그만큼 관심의 생존도가 높다. 그리고 결론은? 손정민군이 익사한 채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뉴스와 함께, 친구는 정작 자신의 폰도 아닌 죽은 친구의 폰을 들고 왔고, 신었던 신발도 버렸다는 등의 후속보도였다. 이것을 계기로 단순 사고사로 생각될 만한 정황이 사건, 그것도 살인사건? 이라는 정황으로 불붙게 된다. 


2-2] 안타까움과 흥미로움이라는 종이 한장 차이

두번째 원인을 확장해보면 말로 담기 힘든 원인이 드러난다. 젊은 의대생의 안타까운 사망소식이 살인사건일 수도 있다는 정황이 물꼬를 트자, 이제는 안타까움이 대중의 흥미로움으로 순식간에 변질된 것은 아닌가에 대한 의혹이다. 여러 정황이 의심스러웠던 만큼 다양한 추리가 여기저기 터져나온다. 의혹의 떡밥을 언론이 던지면 대중은 그것을 받아 검증되지 않은 채 여러 의혹을 확대재생산하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 '방구석 코난질'이라는 비판도 조심스레 나오기 시작했다. 가상의 만화에서나 즐기던 추리솜씨를 현실사건에 적용하는 대중들이 갑자기 많아진 것이다. 이 현상의 이면에는 단지 죽은 자에 대한 안타까움의 감정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안타까움만으로 친다면 비슷한 시기에 컨테이너에 끔찍하게 깔려 죽은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 사망사고도 충분히 못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끔찍한 뉴스는 사건의 여지 없이 사고사라는 이유였을까? 손정민군의 죽음의 관심도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고 사그러들었다.



3] 피해자 아버지의 적극적인 의혹제기

이 사건이 커지게 된 계기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고 손정민군 아버지의 적극적인 의혹제기에 있다. 분명 특이점일 수 있다. 보통 대중이 봐왔던 사망사고의 유가족, 보호자의 모습은 오열하는 모습, 감정의 복받침이다. 슬픔을 억누를 수 없는 오열의 모습정도만 기억했던 대중들에게는 정작 침착한 모습으로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야 겠다고 조목조목 의혹을 제기하는 어버지의 모습이 다르게 다가왔을 것이다. 이 후로 언론은 그 포커스를 조사 중인 경찰이 아닌, 사망자 아버지의 입에 오롯이 집중하게 된다. (혹자는 이렇게 합리적으로 의혹은 제기하는 유족은 없었다며 그 의혹에 신뢰를 갖는다고 표현하고는 하는데,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다고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담담한 표정과 절제된 언어로도 충분히 비합리적인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4]언론, 그리고 유튜브....

네번째 원인에서야 나는 이 글의 제목의 의미에 접근한다. 즉 '손정민 사건'과 '가상화폐 열풍'과의 관계가 이 지점에서 드러날 수 있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유튜브지만, 그 전에 메이저 언론들이 이 사건의 화재성을 키웠다고 볼 수 있다. 3번의 원인에 언론이 가세하면서 언론들은 확인되지 않은 기사를 마구 쏟아낸다. 그들의 '취재'는 그저 피해자 아버지의 '의혹제기'를 받아쓰는 정도였으나, 그 의혹이 강하면서도 잦았던 만큼, 새로운 이슈를 계속 생산할 수 있으니 대중의 클릭과 관심도만을 집착하는 근래의 한국언론들이라면 너무나 좋은 기삿거리인 셈이다. 여기서 이렇게 표현하는 내가 죽은 망자에 대한 예의도 없는 인간이라고 지적질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정작 나는 반대로 묻고 싶다. 정말 지금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자는 누구인가? 정말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기에 증거도 명확하지 않고, 의혹정황만으로 함께 있었던 친구를 살인 용의자로 확신하는 것인가? 너무 많은 여론이 함께 있던 친구를 살인자로 몰아가고 있는데 그 것이 진정한 애도일까? 언론 또한 그 애도로써 이렇게 의혹 재생산에 뛰어든 것인가? 지금의 의혹과 달리, 같이 있던 친구A는 아무런 살해혐의점이 없다면, 이렇게 사건이 커지기에 앞서서 가장 죽은 친구를 애도하는 사람은 가족외에 이 친구A가 아닐까? 술에 취해서 친구를 지키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면서 슬퍼할 당사자는 바로 친구A가 아닐까? 진심으로 고인을 애도할 사람의 기회를 우리가 빼앗아서 정작 아무 관련없는 우리가 죽은자를 애도한답시고 멀쩡한 사람을 똑같이 죽음으로 밀어넣고 있는것은 아닌가? (자꾸 손정민군 사망 이후에 친구A의 태도를 문제삼는 여론이 많은데, 일단 술이 깨기 전에 상황에 대해 어떻게 그럴수 있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마치 이미 음주운전을 한 운전자에게 어떻게 술마시고 운전할 수 있냐고 뒤늦게 탓하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 물론 차이가 있다면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운전자는 그 인과관계가 확실하다는 점이지만... 게다가 술에 깨고 난 후 그가 장례식에 뒤늦게 찾아간 것은 이미 대중의 비난의 십중포화를 받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


4-2]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토해내는 쓰레기 의혹들,,,,,, 그리고 사건의 정치화

내가 이 사건이 계속 커지는 것을 보면서 의아했던 장면이 있는데, 고 손정민군 아버지를 위로한다고, 혹은 무능한 경찰을 비판한다고 모인 일반 시민들의 모습속에 나이가 지긋한 어머니들이 상당히 많았다는 점이다. 물론 특정연령대만 모였을리 없고, 관심 또한 다양하겠지만 분명 여러 인터뷰에 나오는 분들은 나이가 지긋한 중년 여성 이상의 분들이 많이 있었다. 또 한가지는 환갑이 넘으신 우리 어머니조차 이 사건에 대해 상당히 자세히 알고 계셨다는 점이었다. 난 그 당시 '손정민'이라는 이름도 명확히 몰라서 그냥 '대학생 한강사망사건'정도로 불렀는데 어머니는 이미 의혹정황에 대해 상당히 잘 알고 계셨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것이 알고싶다' 방영 이후 이 사건의 배후에 유튜버들의 가짜 뉴스가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이건 의혹이 아니라 사실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최근 조두순 출소일을 기억한다면 생각보다 유튜버들의 이런 행태가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유튜버에게는 이 사건의 진실따위는 중요하지가 않다. 유튜버의 수익구조라는 것이 정의로울수록?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수록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다. 단 하나만 있으면 유투버는 돈을 버는데, 그것이 바로 '흥미'다. 대중의 흥미를 끌어낼 수만 있다면 뭐든 컨텐츠를 찾아서 부유하는 존재들이다. 따라서 손정민 사건이 엄청나게 커지는 상황에서 친구A가 살해용의자로 둔갑하는 과정에서 가짜 뉴스가 상당한 역할을 했음을 다양한 전문가들이 입증해냈다. 유튜버들이 관심을 끌어 돈을 벌기 위해 이 사건을 철저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자, 그런데 앞에서 제기한 나이 지긋한 분들을 다시 여기서 소환해보자. 이번 문재인 정권들어서 보수를 지지하는 나이든 세대 안에서 공통적으로 생긴 분노가 바로 공중파 언론에 대한 편파성이다. 이게 상당히 아이러니한 것이 그동안 진보세력의 입장에서 공중파, 혹은 대형언론들의 보수적 편파성때문에 대안언론으로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백분활용했었다는 점이다. 김어준의 '나는 꼼수다'를 시작으로 대안미디어로 언론권력의 지형이 크게 변했고, 거기에 혜택을 본 것은 바로 진보진영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니 정확히 반대의 흐름이 생긴 것이다. 보수성향을 갖는 지지자들에게 손석희를 필두로 한 뉴스채널이 정권친화적이라는 비판이 불었고, 조선이나 동아를 제외한 언론들은 정권의 나팔수라는 낙인이 찍혀서 이제는 어르신들이 유튜브라는 대안 플랫폼을 찾게 된 것이다. 

원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퍼나르는 방식으로 나이든 세대가 정치이슈를 공유했었으나 유튜브가 최근 1,2년 사이에 기하급수적으로 이용자가 급증했고, 그 가운데 기성세대가 이슈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갈아탔다는 것을 여러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조사 지표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최소한 이용률 성장세에 있어서는 나이든 세대가 10대를 넘어선다. 즉 기존 10,20대가 이미 유튜브를 소비하고 있었다면 최근 한국의 50이상의 나이든 세대의 이용증가율은 1위로 올라서고, 이미 그 절대 사용량 또한 30,40대를 압도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그만큼 유튜브는 이미 공중파 언론이상의 위상으로 기성세대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짐작 할수 있다. 카톡을 통한 유튜브 링크공유도 그 어떤 세대보다 많이 활용하기에 결국 진보정권을 비판하는 이슈들을 주로 공유하고 잘못된 가짜뉴스도 이미 정보의 폭격에 진실로 둔갑해버린다. 

 이번 손정민군 사건은 사실 전혀 정치적 이슈가 아닌 만큼 기성세대가 크게 정치와 연관해서 관심가질 문제는 물론 아니다. 그러나 약간 초점이 빗나간 예측일 수도 있겠으나 21년 상반기 한국언론의 이슈들을 보다보면 특이한 점이 눈에 띄는 것이 바로 '군대와 경찰'에 대한 문제제기 기사들이다. 

생각해보면 끊임없이 이슈가 생기고 있다. 최근 군부대 급식부실화부터 군대 내 부조리 등등....(이 문제는 따로 다뤄보겠다) 여튼 문재인 정권말기에 레임덕을 앞당기고자 하는 각고의 노력때문인가 싶을정도로 군대와 경찰에 대한 불신을 계속 의도적으로 터트리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만약 이 우려가 맞다면 손정민 군 사건에도 연결점이 생기게 된다. 실제로 이 사건에 불만을 터트리는 많은 참가자들의 분노의 타겟은 경찰수사에 있다. 하지만 경찰이 제대로 중간수사발표를 하기도 전에 이미 부실수사라고 단정지어졌고, 그렇게 경찰이 정보를 숨기고 있다고 알려져버렸다. 내가 학생들에게 우려했던 점도 이 지점이었다. 평균적으로 한 사망사고에 대해 경찰이 조사하는 기간과 인력이 있을텐데 그 기간을 무시한 채, 무조건 부실수사로 몰아가는 현 상황이 축적되면, 결국 정식 조사결과를 발표해도 믿지 않게 되는 '확증편향'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었다. 진짜 증거를 들이밀고, 수사결과를 발표한다고 해도 대중은 이미 경찰을 불신하기로 작정한 상황이고, 가해자를 손정민 군 친구 A로 확정했다면 자기 확신을 더욱 강화해 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었다. 실제로 6월이 된 지금, 경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타살혐의를 찾을 수 없다고 발표하며 다양한 증거를 제시했고, 그알팀 조차도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같은 결과를 내렸다. 문제는 이미 믿지 않기로 작정한 대중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손정민군 사건이 가상화폐열풍과는 무슨 관계인가


얼핏보면 아무 상관이 없다. 한쪽은 비극적인 사고이고, 한쪽은 투자 혹은 투기 열풍에 대한 이야기니까. 

그러나 가상화폐의 원리는 바로 블록체인 기술에 있다. 즉 블록체인 기술이 없었다면 가상화폐 거래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불록체인 기술의 의의가 무엇인가? 바로 '권력의 분산화'다. 

쉽게 말하면 수직적인 국가중심의 권력독점을 비판하면서 

권력의 주체를 각 개인, 국민 모두에게 나눠주고자 하는 흐름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멋대로 쥐락펴락하는 금융독점에 대항하여 가상화폐가 탄생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블록체인기술이 보여주고자 하는 그 의의는 이미 전 세계에 다양한 방식으로 퍼져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지금 21세기의 시대는 권력중심, 중앙집권화의 시대가 아니라, 분권화를 거쳐, 아예 분산화되는 시대로 가고 있다는 소리다. 권력이 국민 개개인 모두에게 나눠지는 직접민주주의의 실현가능성이 열린다고 거창하게 얘기해 볼수도 있겠다. 

독재정권과 싸워온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권력 분산의 흐름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지나친 가상화폐 열풍으로 미래를 투기성 투자로 날려버리는 젊은 세대가 속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듯이,

언론권력의 분산화를 통해 파생된 대안언론인 팟캐스트나 유튜브가 오히려 진실을 호도하는 매개체가 되어버리는 작금의 사태는 공포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즉 이번 손정민군 사태에 의혹을 제기한 유투버 중에 전문가는 부재하다. 그저 전문가 흉내만 낼뿐, 다양한 의혹을 제기하고, 그 의혹을 진짜로 만들고자 조잡한 영상편집과 조작을 자행했다. 그런데 이미 기존 메이저 언론을 불신하는 기성세대와 더불어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플랫폼을 더 신봉하는 세대들에게 그 조작적 메시지가 진실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현재 수사결과까지 나온 마당에 여전히 이 사건이 조작되었고, 권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진실이라고 가정해보자. 정말 손정민군을 살해한 친구A를 감싸주기 위한 권력의 조작이라면 대체 어디서 어디까지 매수해야 하는지를 따져보자. 우선 경찰과 언론을 매수한 후, 손정민 군이 물에 들어가는 것을 봤다는 결정적 목격자 다수를 매수하고, 갑자기 친구A휴대폰을 습득했다는 환경미화원을 매수하고, 나아가 그것이 알고싶다 팀 전체를 매수해야 한다. 아니 더 힘든 부분은 정말 다양한 전문가들, 범죄관련 전문가들 모두를 매수해야만 한다. 이게 말이되는가? 


- 전문가의 권위 상실

 결국 권력의 분산화의 흐름이 준 부작용인지 모르겠으나 최근 한국사회 이슈가 터질때마다 전문가가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있음을 느낄 때가 많다. 대표적으로 교육분야에 있어 전문가들이 교육정책을 제시하면 모든 국민이 한마디씩 한다. 입시는 정시가 가장 공정하다고, 최고라며 단언하며 수십년을 교육제도만 연구한 연구자들의 제안을 듣고자 하지도 않는다. 이번 손정민군 사건에서도 경찰은 처음부터 배재되었다. 경찰이 권력에 의해 부실수사를 해왔던 지난 날들의 과오도 분명 반성할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에서 경찰의 모든 수사방법은 완전히 부정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을 수사하는 것에 있어 경찰집단보다 더 잘하는 곳이 있는가? 즉 경찰집단을 믿지 못하면 대체 누가 수사하라는 것인가? 얼척없게도 여기서 특검도입이 필요하다는 시위피켓을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살인혐의점도 아직 찾지 못한 상황에서 특검이 한강을 뒤지고 다닐 것이라고 생각하는것이 더 웃기지 않은가? 결국 손정민군의 사망사고를 사망사건으로 확신하는 대중들은 경찰이라는 전문분야를 시작으로, 범죄심리전문가, 국과수 등 모든 전문가 집단보다 일개 유튜버 몇몇의 논리를 더욱 신뢰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흐름으로 간다면 과연 전문가는 한국사회에서 왜 필요한가? 



마치며

손정민군 사망사고를 다루면서 너무나 다양한 생각들이 들었고, 다양한 이슈가 걸쳐져 있는 만큼 너무 많은 말을 쏟아낸 것 같다. 나 역시 한 젊은 학생의 죽음이 안타깝다. 그렇다고 비슷한 시기에 노동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한 다른 젊은이들보다 더 안타까운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소중한 젊은이들이고, 소중한 생명이다. 얼마전 또다른 이슈였던 정인이 사건에서 정인이가 불쌍한 만큼, 그 이후 계부에 의해 사망한 또 다른 아동사망자들도 똑같이 불쌍하다. 그런데 정작 사회는, 대중은 정인이 사건만 기억하지, 다른 아동학대 사망 사건들은 선택적으로 망각하고는 한다. 우리 대중이 선택적으로 어떤 사건만을 기억하고 분노할때 경찰과 같은 전문분야의 직책을 맡은 사람들은 공평하게 그 사건들을 다루어야 하고, 그렇게 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번 손정민군 사망사고와 관련하여 수없이 대중이 관망자의 입장을 벗어나 사건의 주체로 등장하고, 경찰을 압박하여 오히려 수사를 방해하는 흐름으로 갔다는 점이다. 믿고 싶은대로 믿는 현상이 비단 이 사건에 한정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두렵다. 얼마나 많은 유튜버들이 돈에 환장해서 자극적이고 대중이 흥미로워하는 사건을 컨텐츠화하여 일을 키울지, 그리고 언론 또한 숟가락을 얹어 진실보다 이슈의 크기에만 집착하게 되어 모든 전문분야집단을 무시하게 될지가 두렵다. 정작 안타깝게 사망한 손정민군도 의료전문가가 되기 위한 꿈을 꾸고 공부하는 학생이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사회의 공정함에 대한 기대는 최선을다해 노력하여, 자기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을때 가능해진다. 권력을 나눠갖는다는 취지는 좋지만 그것이 그 분야의 전문가의 평생의 노력을 콧웃음으로 무시할 정도의 권력으로 변질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대중독재의 시작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논술독학을 시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