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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페홀로 Jun 02. 2021

만화 베르세르크와 작가의 죽음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25&aid=0003106620


 한 때 나역시 이 만화에 빠져서 한없이 시간을 보내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너무나 장대해서 시간이 많이도 들었지만 

그럼에도 연재가 끝나지 않아서 결국 연재중간에 이 만화를 기억속에서 지워버리고 살았었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지나서 이 기사를 봤다. 

아, 난 이 만화의 작가에 대해서 전혀 정보를 몰랐었는데 

이렇게 살았고, 이렇게 갔구나. 

자기가 창조한 세계, 비록 오늘날의 메타버스 같은 실감나는 가상세계는 아닐지언정 

그가 그린 2차원 평면안의 그 세계는 그 어떤 장르보다 더욱 장대하고 우주적이었다. 

어떤 사회생활도 하지 않고 

현실의 자기몸을 망치면서도 작품에 매달리는 이 행위가 

누군가에는 어리석음일 수도 있다. 

몸을 관리하면서 그렸다면 완결을 볼 수 있었을 것이고, 

또 다른 작품도 만들 수 있었을테니 말이다. 


그러나 인간의 삶이 그렇게 계산적으로 돌아가지는 않음을 나이 40이 넘어가니 

자연스레 받아들여진다. 

언제 내 인생이 계획대로 되던가? 

이것 저것 다 잡으려다가 아무것도 못잡고 있는 지금이 현실 아닌가? 

만약 내가 베르세르크 작가라고 가정한다면 나는 이 만화의 몇 퍼센트를 끝낸 상황일까? 

솔직이 반도 못그렸다. 혹은 30%도?? 

그래서 이렇게 자기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그가 존경스럽고

부럽다. 

만약 자기 세계에 자기 혼자 빠져있다가 세상을 떠나면 

그냥 은둔형외톨이의 서글픈 죽음에 불과하겠으나

그는 자기가 만든 세계에 수많은 사람들을 초대했고,

그 초대에 부응한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 

한 평생을 바친 것이다. 

이 보다 더 감사한 경험을 받아본 독자들이 있을까?

작가는 베르세르크라는 세계를 창조했고,

우리를 초대했다. 

초대에 응했던 자들은 그 세계 안에서 매혹당했고, 그 과정 자체를 즐겼는지도 모르겠다.

이 과정의 반복이 그의 인생의 추동력이었을게다. 

모든 것을 불태울 수 있다는 것. 

한번 뿐인 인생을 왜 그렇게 살아? 라고 했을때

원래 그렇게 한번뿐인 인생을 온 힘을 다해 살아가는 거라고 가르쳐주고 떠난 것 같다. 


난 이미 가정이 있고, 

아이들을 키워야 하고, 

개 두마리를 책임져야 하고,

학생들 대학을 보내기 위해 글쓰기를 가르쳐야한다. 

갑자기 아사다아키라의 '도주론'이 떠오르네. 

있는 힘을 다해 현재의 자리에서 도망쳐야 하는 것일까?

상상은 해보지만 그럴수 없음 또한 안다. 

그래도 나는 베르세르크 같은 명작을 그리다 떠난 작가 같은 사람 덕분에 

인생의 묘미를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자기의 온 생명을 쏟아부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을 

어찌 안읽을 수 있겠는가?


얼른 베르세르크를 다시 구해봐야겠다. 

어디까지 봤더라? 

그냥 처음부터?????? 

그럼 내 인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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