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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페홀로 Jul 06. 2021

7월의 기도

 어느 덧 뜨거운 대기가 숨을 턱턱 막히게 하는 그런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어느날은 따가운 태양빛에 얼굴을 찡그리고

어느날은 습도를 더한 축축한 공기에 짜증을 내며 

또 어느날은 하염없이 내리는 장맛비에 옷이 젖는다며 투덜거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따가운 태양빛 사이로, 축축한 공기 사이로, 장맛비가 잠시 멎은 순간에 

우리의 모든 염려를 날려버리는 시원한 한줄기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 한줄기 바람에 잠시나마 삶의 기쁨을 얻고 

심지어는 삶의 의욕조차 느껴집니다. 


그저 자연의 흐름대로 다가오고 물러가는 

날씨의 변화앞에서도 

한없이 나약하고 연약한 나 자신이지만,

그래도 한줄기 시원한 바람 속에서 주님의 숨결을 느낍니다.


원래 삶이 힘들다는 것을 알아버린지 오래지만 

그래도 삶의 고통속에서도 

이렇게 순간의 기쁨들이 모이고, 쌓여서 

내 삶의 의미를 찾게 해준다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주님을 매순간 잃어버리는 삶의 연속에서 

삶의 기쁨을 찾고자 발버둥치는 제 자신이 한없이 어리석으면서도 

그 시도를 멈추지 못하고 계속 미련을 남기고 있습니다. 


내 삶속에 당신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으면서도 

신앙인이라 말하는 제 자신의 이중적 태도가 익숙해진지도 오래입니다. 


하지만 분명 당신을 삶의 순간에서 멀리하고 있는 나에게 익숙해지면서도

어디에선가 당신의 말씀이 들리며

당신을 향한 찬양의 순간들이 불쑥 튀어나오며 

최후 승리의 십자가의 부활사건의 영광이 거대하게 다가오고는 합니다. 


지금 하루하루의 고통만 생각하고

혹은 내일과 모레, 혹은 당장의 고통만 생각하며 

어떻게 이 고통을 벗어날까만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오히려 그 고통의 시간이 

다가올 영광의 승리와 기쁨의 순간의 여정이자 과정임을 

다시 한번 떠올려 봅니다.


하지만 주님의 현존을 믿음으로 확신하는 삶에서 

적극적으로 품어 안는 삶의 고통이 

어찌 주님의 존재조차 망각한 삶에서 

질질 끌고가는 삶의 고통과 같겠습니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 십자가 위에서 승리한, 

부활을 통해 필연적 죽음의 세계를 끝장내버린 

예수님의 선취된 승리의 영광을 

다시 바라보는 것이며,

그 승리를 지금 이 순간 

기도를 통해 현재의 승리로 끌어안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기도문을 한 글자씩 눌러 쓰는 까닭도,

그냥 머릿속으로 생각하다가는 

금방 다른 잡념이 눌러앉기 때문입니다. 


죽음의 굴레에서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말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미 현재의 삶을 죽음 속에서 살아가는 주제에 

죽음이 두렵지 않으니 빨리 삶이 지나가면 좋겠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나 알고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길은 없습니다.

멀리 돌아갈 것 없이

지금 이 순간 당신을 붙잡는 것이,

당장 이 순간을 당신의 시간안에서 붙잡는 것이

곧 내일의 승리임을 믿습니다. 

당신을 붙잡는 삶에서 

소망이 회복되고 

그 소망으로 나는 당신의 승리를 나의 승리로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내가 당신의 영광안에 있을때 삶의 뿌연 먼지와 안개가 걷히고 

최후 승리의 십자가가 어떤 웅대함으로 나를 향해 서있는지를 

응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십자가를 보고 이 자리에 굳게 서고,

늪과 같이 질퍽거리는 삶의 권태와 무료함을 딛고 

성큼! 한 발자욱이라는 딛겠습니다.

그것이 내가 보는 신앙의 세계이며 

그 새로운 세계가 열릴때 

나의 아내와 딸들도 함께 보게 될 것을 기대합니다.


눈을 감기전의 이 고백들이

다시 눈을 뜬 내일의 태양앞에서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이 작은 글귀가, 

이 작은 다짐이, 

분명 크고작은 파장으로 퍼져갈 것을 믿습니다.


이 모든 말씀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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