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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페홀로 May 26. 2022

둘째딸과 함께 한 강원도 기차여행기1


 코로나 이후 여행 자체를 가본 적이 없었다. 


세 아이를 키우는 만큼 코로나 감염에 주의해야 했고 외식조차도 참았다. (결국 5명 모두 걸렸다ㅜㅜ)


단 하루였지만 둘째딸은 코로나로 하루만큼은 무지 힘들어했다. 참고로 난 일주일동안 아팠다 ㅠㅠ


코로나 1년차 이후에 셋째가 태어나면서 아이 육아에 정신도 없었던 터라 


5명 모두 집 안에만 갇혀 있는 형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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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우리 부부는 홀로 여행을 즐기는 편이다. 


가족여행조차 결국 육아의 연장이라는 것을 알 사람들은 다 안다. 


따라서 아내가 나를 배려해서 홀로 보내준 여행이 그 시작이었다. 


당일치기나 혹은 1박 여행으로 홀로 국내 어디든 다녀오는 일정이었고, 


내가 한 번 갔다오면 아내도 갔다오는, 그렇게 균형을 맞추면서 진행해왔었다.


 

부산 여행 


사실 혼자 당일치기 여행일 경우에는 고생에 가까운 일정이 생길수도 있으나 


정말 가족을 떠나 오롯이 혼자가 되는 여행이라는 점에서 


의외의 휴식이 되며, 많은 영감 또한 느끼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순천,여수 당일치기


사실,


나의 홀로여행은 매우 단순하다. 


일단 기차를 탄다. (자가용은 절대 싫음, 기차를 타야지만 편하게 갈 수 있고,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서 간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천천히 고민한다. 어디를 갈지 대략 정하기도 했으나 


어차피 혼자인만큼 변경도 잦다. 기분내키는대로 그 지역 안에서 목적지가 바뀌는 일이 흔하다. 


어디를 가든 까페는 꼭 들러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책을 본다. 


주로 강릉이나 부산쪽 바다를 자주 갔기에 바다에 가면 또 앉아서 책을 본다. 


여기저기서 책 보는거 티낸다. 
부산 보수동 헌책방에서 책을 많이 사면 바로 옆 블럭 우체국택배로 집으로 보낸다. 요즘은 보수동 골목이 사실 상 와해 수준인 걸로 알고 있어서 아쉬움.


무지 책을 많이 보는 것 같으나 정작 그리 많이 읽지는 않는다. 


하지만 집에 있을때 육아가 항상 병행되는 삶이라 


나만을 위해 책을 읽을 기회가 흔치 않아 여행 컨셉 자체가 독서 여행인 셈이다. 


첫 홀로여행 때는 정동진으로 무작정 향했었다. 당시 강릉선 고속철도가 없을때라 무궁화호로 7시간 가까이 걸릴 때였다. 새벽 첫차를 타고 출발하니 무려 오후1시경이었다. 그럼에도 좋았다. 7시간 가까이 기차에서 책을 볼 수 있으니까. 다만 피곤하니 자다가 읽고, 자다가 읽고, 허리가 아플 정도로 오래걸렸었다. 정작 정동진에 도착하고 나니 딱히 할일이 없었다. 혼자서 라면 사먹고, 해변가 잠시 걷는데 집에서 혼자 아이를 보는 아내가 눈에 밟혔다. 그래서 2시경에 서울행 무궁화호를 다시 탔더랬다. 거기서 또 7시간......  무려 14시간 가까운 시간을, 그것도 낡은 무궁화를 타면서 책을 읽다보니 나중에는 머리가 다 아팠다. 평생 두통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이 정도 흔들리는 공간에서 오래 책을 보니 무려 5일 정도는 머리가 아팠던 기억이 있다. ㅎㅎ 이것도 지금은 다 추억이다. 몇해 전에는 부산행 막차 무궁화호를 타고 새벽 3시경에 부산역에 도착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무궁화가 너무 낡고, 무엇보다 악취가 심해서 도저히 좌석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난방도 틀었던 계절이어서 그 쩔은 냄새에 질려 이제는 무궁화호를 추억삼아라도 타는 일은 없다. 


여튼,


뭐 그런식으로 진행되다가 돌아오고는 했다.


올 해도 몇 년만에 홀로여행을 가고자 했다. 


아내도 나도, 충분히 지쳤으니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이들도 충분히 코로나 시대의 더 큰 희생자들이다. 


특히 초등학생으로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는 둘째 딸이 더욱 불쌍했다.


언니는 중3으로 공부하느라 바쁘다며 이젠 더이상 놀아주지 않고,


10살 이상 어린, 갓 태어난 동생은 오히려 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니 


서럽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당장 나만 생각하는 여행은 접었다.(물론 올해 안에 기회를 만들고 싶다. 인간은 홀로 있어야만 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급히, 더 더워지기 전에 일정을 잡았고,


2022년 5월 25일 아침 기차로 떠나기로 했다. 


일단 목표는 다시 정동진! 왜? 


둘째가 바다를 보고 싶다고 했고, 


이왕이면 딸들과의 여행마다 탔었던 레일바이크가 거기도 있다고 하니까. 


출발!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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