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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페홀로 Sep 15. 2023

부산행 무궁화호

무궁화호를 타고 부산행 밤기차를 탔다. 9시50분에 출발해 새벽 3시쯤에 도착하는 열차. 


5시간이라는 기차 안의 시간. 게다가 오래된 무궁화에는 쾌쾌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시트의 역사가 내게 말한다. 여기는 그동안 누가 앉았고 누가 뭘 쏟았고.... 뭘 토했고...ㅜ ㅜ..갑갑한 실내공기 속에서 독서로만 버티기에는 한계가 오고 잠이 들었다, 깨었다, 그리고 읽다를 반복한다.


온갖역에 다 들러가기에 주변 승객들도 바뀐다. 앞에 앉는 아줌마는 어느 새 아가씨들로 바뀌고, 그 아가씨들이 다시 대머리 할아버지로 바뀌고......,

나야 서울서 밤10시 쯤에 타는거라지만 새벽 1시 넘어 타는 분들은 무슨 용무로 이 시간에 기차를 타는지도 궁금해진다. 처음 들어보는 역들이 계속 불려지고 내리고, 타고, 또 불려진다.


비몽사몽한 상황에서 밀양역이 들린다...


밀양...


전도연이 탔다.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을 데려간 신을 원망하며 가슴을 쥐어짜며 탄다. 동네 약사 장로님과 야외에서 성행위를 하는 중간에 하늘을 올려다보며 아니 신을 응시하며 보고있냐고 조소하던 전도연이 탄다.


잠 결에 나는 전도연에게 묻는다.





그런데 늘 당신의 뒤에서 항상 붙어 쫓아다니던 송강호는 어디갔냐고. 그가 없을리가 없는데...


그는 당신을 끊임없이 지켜보는 신의 숨결이자 손길 일텐데.. 은밀한 빛속에 깃든 신의 미소와 탄식을 당신도 보지 않았냐며 말이다.


그러다 다시 눈을 떠보니 부산역이다.


새벽3시... 빛도 없이 어둡고 쌀쌀한 역사 안에 


옹기종기 누워있는 노숙자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서울역에 있는 노숙자분들과는 또 다른 분들일텐데 왜 같게 보일까. 

저 분들에게 밀양은 있는가. 

전도연의 뒤에 항상 서 있던 송강호가 저 분들에게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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