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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페홀로 Jun 09. 2020

[교회학생들을 위한 편지]3
-노란책상, 검은책상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십니까?'


혹시 이 구절이 친숙한 사람있나?^^ 

이 구절은 이상의 [날개]라는 소설의 첫 대목이야. 이 독백으로 소설이 시작되지,


한국문학계의 천재라고 불리웠고, 젊은나이에 요절했기에 더 전설적인 존재이기도 해, 

그런 그의 존재가 학창시절에 어찌 그리 부러웠던지,


그리고 그런 그의 사고가 부러웠기에, 

나도 위의 저 표현을 자주 되새기고는 했어, 마치 내가 천재라도 되는 것처럼 말야,


문제는 천재는 천재인데, 위의 대목처럼 박제처럼 굳어버리고, 살아있는 제 역할을 못하는 천재말야.ㅋㅋㅋ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돌이켜보면, 

'나'라는 개별적 존재를 50명이나 되는 한 교실의 반아이들 속에서 구분해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몰라, 

그 생각은 중학교때부터 고3때까지도 계속되었지, 고3 때 '이상'의 책을 다시 사면서, 그 표지 안쪽에다가

위의 대목을  써놓고나서  

나는 똑같은 교복에 똑같은 머리스타일로 네모난 교실을 빼곡히 앉아있는 저들 중의 하나, 

50분의 1일 되기는 싫다고도 써놓았었지,


그만큼 내 자신의 존재성을 나에게 알리기위해, 혹은 남에게 알리기 위해 부단히 애썼던 삶이라고 할 수 있어,


그 중에서 오늘은 책상이야기를 해줄께.


중학교2학년 때 내 책상은 샛노란색이었어, 요즘 학교책상보다야 훨씬 후졌지만,^^ 학교책걸상이 다 거기서 거기잖아, 똑같은.

네모 디자인에 똑같은 나무색깔, 그치?^^


근데 내 책상만은 샛노란색이었어, 아니, 형광에 가깝다고 해야할까? 이전 편지에도 썼지만, 

나는 따로 학원을 다니지도 않았기에 남는 것은 시간 밖에 없었지, 운동하거나, 친구랑 놀거나,


심지어 시험공부를 할 때도 야자같은 제도가 중학교는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학교에 친구들 몇몇과 남아서

수위아저씨에게 쫓겨날때까지 학교에 있었어, 공부를 한다는 명목으로 버티는 거였지, 

물론 친구들이랑 컵라면 사먹고,

나가서 농구하고, 옆 반 들어가서 친구 책상에 낙서하거나, 주로 뭐  그런 활동이었지,


여튼 어느 날 친구 한 놈이 환경미화 때 쓴다고 락카를 가져왔는데, 순간 락카를 책상에 뿌려보고 싶더라구, 

락카를 뿌리면 색이 잘 먹을까? 뿌리면 내 책상이 튀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말야,


아니나 다를까, 노락색으로 마구 뿌리니까 전교에서 오직 하나만 존재하는 책상이 되었지,


난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그 채로 중2시절 내내 노란 책상을 고수했지, 물론 하다 질리면, 책상위에 내가 좋아하는 사진이나 시 같은 것을 붙여서 책비닐로 포장해서 쓰기도 했구,^^


그럼 위 제목의 검은책상은 또 모냐구?


그건 말야, 중2가 끝나고 중3으로 올라가는데, 

내 책상을 놔두고 갈 수가 없더라구, 그래서 나는 반이 바뀌었는데도,


내 노란책상을 들고 새 교실로 갔어, 그리고 새 학년 새 마음으로 이번에는 검은색 락카로 칠한거야,^^ㅋㅋㅋ


검은 책상은 한결 더 카리스마 있어보이더군,  혹시나 색깔을 누가 지우라고 해도 걱정없었어, 이미 중2 때 실험을 해두었거든, 여학생들이 매니큐어 지울 때 쓰는,,거 있잖아, 아세톤, 그거 약국에서 사다가 뿌리면, 락카가 녹아서 지워지더라구,


그렇게해서 중3시절도 보냈지, 근데, 졸업을 앞두고 어느 날, 교장샘이 그걸 봤는지, 담임이 혼나고 왔나봐, 

나한테 그 책상 원상복귀하지 않으면 졸업 안시킨다고 얼마나 화내시던지, 그래서 내가 웃으면서, 걱정 말라구, 다 지우는 법이 있다고 큰소리 쳤지,


그래서 화장실로 내 책상을 들고가서 아세톤을 자신있게 뿌렸는데, 이게 웬걸,,,,!!! 안지워지는 거야,,,


무려 2년이나  색이 씌여져 있어서일까? 게다가 노란색위에 검은색이 덧칠되어서 그런지, 완전히 나무에 베겨서 안지워지더군,,,, 결국 졸업 전까지 사포로 마구 문질러서 지워야 했던 추억이....혼나기도 엄청혼나구ㅠㅠ 물론 그 책상은 거의 사용불능에 가깝게 상처를 입었지,,, 내 사포질에...


ㅎㅎㅎ


여튼 내 중학교 책상이야기는 여기까지야, 도대체 이 이야기를 왜 꺼냈냐구??


그냥!! 이 아니라, 혹시라도, 너희 개개인의 특별함, 소중함을 잊지 말아달라구,^^ ㅋㅋㅋ


물론 나처럼, 책상에다 락카칠이나 해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라는 것은 결코 아니야~~


요즘 그러면 더 혼날지도 몰라^^  단지 샘도 나 자신의 특별함, 남들과 다른 것을 드러내기 위해


저리 발버둥을 친것처럼,


너희들도 너희 자신의 특별함, 아니 특별함 정도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 유일하다는 것을 꼭 잊지 말아달라구,


하나님은 우리 한 명 한 명을 부르신 거지, 떼거지로 어느 학교 몇 반 모두 와라, 너희를 사랑한다. 

이렇게 불특정하게 부르신 것이 아니야,


바로 나! 내 이름 하나 하나를 짚어가시면서 부르신거야,


우리가 세상에 태어날 때 이미 주님이 그러한 특별함, 유일함을 우리에게 주신 것이구,


우리는 그렇게 이 세상에서 소중한 존재로 태어난거지,


그런데 정작 이 세상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함보다는, 어느 반의 몇 번, 어느 학교의 어느 반, 어느 지역사람, 어느 교회사람 등등, 그저 다수의 집단 속에 포함시키길 좋아하고, 우리 역시 단지 집단 속의 한명이 되는 것으로 만족하고 마는 것이 문제라는 거야,


설령 여러분이 일류대를 간다해도, 단지 여러분의 머리 속에 나는 일류대 소속이야, 라는 소속감 하나로만 자신을 소개할 줄 밖에 모른다면, 그게 무슨 특별한 삶이 될 수있을까, 그게 무슨 유일한 삶이 될 수 있을까,


너희 각자가 어느 자리에 있건, 하나님은 한 명 한 명을 특별하게, 소중하게 부르셨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나 하나정도야 없으면,,,,, 이런 생각 따위는 던져버리고 말야,(따라서 우리는 자살할수도 없지, 이 세상의 유일한 존재를 왜 스스로 포기하려는 거지?)


너희 각자 한 명이 있기에, 너희 각자의 가족이 이 세상에 의미가 있는 것이고, 너희 각자 한 명이 있기에 너희 각자의 학교가 의미가 있고,

너희 각자 한 명이 있기에, 너희 각자의 교회가 의미가 있는 것이야,


그저 '대충대충 살자, 아님 일류집단 안에만 들자'라는 안이한 사고에 빠져서 삶을 낭비하지 말기를,


너희 각자가 설령 어느 집단에 있다한들, 너희 각자만의 가치, 너희 각자만의 유일함을 펼쳐보이기를,


주님이 너희 각자에게 주신 그 유일함은 너희 각자를 교만하지도 않게 하시면서,

너희 각자의 존재를 드러내 주실꺼야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주님 안에서 있는것이쥐


주님의 품에서 잉태되지 않은 채, 나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 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주님을 대적하는 가장 큰 죄가 되어버리니까


단지 요즘 청소년들이 잃어버린 가장 큰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개성, 여러분만의 유일한 그 무엇이 아닐까해서,


오늘 책상이야기를 꺼내본 것이야.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 보시기에 좋았다 하시고, 

인간을 창조하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으셨다고 했어,


하나님이 너희 각자를 바라보실 때마다 얼마나 심히 좋아하실지를 느껴보자구,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는 주님의 춤사위가 보이지 않니?^^


늘 죄짓는 우리 각자이지만, 

그래도 그 유일한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시면서 눈물로 용서하시고, 우리 각자 때문에

춤추시면서 기뻐하시는 주님의 모습말야,


*추신- 언젠가 너희가 어려운 책도 읽을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키에르케고르'라는 철학자의 글을 읽어보길

'신 앞에 선 단독자'가 오늘 샘이 한 이야기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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