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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페홀로 Jul 12. 2020

우리가 '지금' 故 박원순 시장을 애도할 수 있는 이유

박원순 시장의 장례를 중심으로 여론이 시끄럽다. 

거두절미하고 핵심사안만 생각해 본다. 

박원순 시장의 장례기간인 지금, 그를 애도하는 것과 

성추행 혐의가 있는 만큼 그를 애도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해야 한다는 입장. 혹은 피해자를 위로해야 한다는 입장 

이 두 입장 사이에서 나는 전자를 택하겠다. 

일단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고인이 된 박원순 시장의 '장례기간 동안'에 더 초점을 맞추고 싶다. 

우리는 확실한 팩트만을 갖고 판단하면 된다.  


*박원순 시장이 지금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은 ?  

-확실하다.( 시신 바뀌치기 등의 음모론도 있으나 아무 증거도 없는 가치 없는 정보에 불과하니 현 시점에서 무시가능) 

*그가 수십년 동안 한국사회를 위해 일해온 공적은?

-  확실하다. (그가 한국 시민사회 운동가로서) 해왔던 공적, 역사상 최장수 서울 시장으로서의 공적에 대해서도 잘해온 것에 대해서는 인정, 설령 그의 서울 시정에 반대하는 시민이 있다해도 그것이 그의 죽음을 매도할 수준의 것과는 상관이 없음. 

*박원순 시장 성추행 '피소' 사실은?

-확실하다( 현재 박원순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의 피해자가 있고, 그가 고소장을 제출하고 밤샘 조사에 임했다는 것까지는 확실하다) 

*박원순 시장의 여비서 성추행 사실은??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 - 성추행이 아니다'는 말이 아니다. 즉 피해자로 예측되는 그 분이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단정이 아니다. 다만 성추행 사실여부를 가리는 법적 절차의 1단계만 밟은 상황이기에 이 시점에서 박원순 시장이 성추행한 가해자가 확실하다는 주장은 불가능하다(진실여부는 고 박원순 시장과 피해를 주장하는 비서 당사자만이 확실히 알고 있는 상황이다)


*종합

 확실한 사안과 불확실한 사안을 분류하고 

우리는 확실한 사안을 바탕으로 고인을 기리면 된다. 

불확실한 사안을 '거짓'이나 '루머'로 치부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며칠이면 끝이나는 고인의 장례기간에 대해서 문제를 삼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확인되지 않은 불확실한 사실로 

망자의 삶에서 확실성으로 드러난 행적들 모두가 부정되는 것이야말로 부당한 것이다.  


그렇다면 몇가지 추가 논쟁에 대한 답변이 된다. 

   

* 박원순 시장의 장례를 성추행 혐의가 있으니 '서울시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루자는 의견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것만큼 경솔한 행동은 없다. 불확실한 정보만 갖고 확실한 고인의 행적을 덮어버리는 것을 옳지 않다. 아직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혐의가 사실이 아니라면 지금 이 잘못된 판단을 어떻게 되돌릴 것인가.  반대입장으로 서울시장으로 치뤘는데 결국 성추행혐의가 나중에 사실로 밝혀지면 똑같은 상황이 아니냐고 반문하겠지만 결코 같지 않다. 여전히 우리는 '지금 2020년 7월12일경'에 갖고 있는 확실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불확실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것보다는 더 나은 행동으로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인 셈이다.    


*정의당 젊은 의원들의 성추행 피해자 옹호발언과 박원순 조문 거부발언

 - 정의당 의원들의 마음은 이해가 간다.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혐의가 '사실'이라면 지금 이순간 가장 힘든 당사자가 바로 그 피해자일테니까. 그래서 '선제적?'으로 정의당 의원들이 발언을 낸 것이라 보인다. '우리는 당신 편이다'라는 메시지를. 그러나 이 발언은 결국 성추행혐의가 확실시 되거나 최소한 수사 진행, 혹은 피해자 진술 정황이 드러난 이후에 해도 늦지 않은 발언이다. 아직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는 너무나 제한적이다. 구체적인 진술 정황이나 피해자의 언론인터뷰 등 상세한 정보를 알 수 없는 지금 시점에서 '박원순 시장의 장례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굳이 하지 안 해도 될 발언을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는 그저 피해자 여성과 이를 두둔하는 국민 여론의 감정에 호소하는 정치적 멘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첨언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피해자로 추정되는 비서분의 입장에서 보건대 이 피해사실이 사실이라면 억울한 부분이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 피의자가 사망하여 공소권이 없어서 재판으로 다퉈볼 수도 없는 상황에서 어쩌라는 말이냐는 반론도 있을 것이다. 

맞다. 어찌되었건 박원순 시장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진실을 밝히는 과정은 험난해졌다. 하지만 법적으로 판단 받지 못해도 피해자 입장에서 몇가지 다른 방법도 찾아볼 수는 있다. 언론을 통해서 증거를 제시하고 전문가 및 집단지성에 의해 사실여부에 근접해 갈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있다. 

다만, 장례절차는 5일 안에 다 마무리가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자로 추정되는 분의 마음은 그 누구보다 힘들고 복잡할 수 있으나 아직 변호인 등 관련자들의 추가적인 언론보도가 없는 것을 보면 일단 장례기간을 지켜보자는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고 박원순 시장의 가족이나 성추행 피해 당사자분을 위함 때문이 아니다. 

바로 지금 나와 같은 일반국민, 일반시민의 입장에서 '현재'사안을 어떻게 보느냐에 있다. 

'아직' 불확실한 정보로 고인의 '확실한' 공적을 벌써 다 지워버리는 판단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여기서 표현의 자유!를 논하고 싶다 해도 

      정말 불확실한 정보만 갖고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 '자유'인가에 대해 묻고 싶다. 

    박원순을 지지하지 않을 수 있고, 일상에서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고인의 사망사유를 불확실한 정보로 '확신'을 갖고 말하지는 말자. 완전한 사실이 드러나는 것도 어려운 일인 것은 맞지만 그래도 지금 현재의 '정보'는 터무니없이 적다. 아무것도 모르는 제3자인 우리가 확실하다 판단할 근거가 없는 만큼 

비판하고 싶은 사람도 좀 더 기다리자. 결국 추후 사실이 드러나는 진행과정은 피해자로 추정되는 '그 분'의 몫이다. 그 분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운동 또한 그때 일어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고 박원순 시장을 지지하든 비판하든 성추행 피해당사자의 신분 보호 만큼은 철저히 해야 한다. 그 누구도 그 사람의 신분을 까발리는 것은 공권력이 철저히 막아주어야 한다. 지지세력도 반대세력도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고소당사자의 개인정보를 알려고 해서도 안되며 근거 없는 비난을 쏟아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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