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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페홀로 Jul 22. 2020

[공개입양수기] 마지막편-두번째 입양을 기다리며?

입양수기4편



느린 성장, 그럼에도


어떤 이유에서건 간에 하얼이는 첫째 아이와 달리 시종일간 찡찡대는 타입이다. 아기였을 때의 성격이 계속되리라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2011년 11월생인 하얼이가 2015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격의 양태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지금은 초등학교 3학년인데 정말 많이 줄었다. 1학년 때까지도 짜증도 잘내고 무엇보다 징징대는 성격이 변하지 않았었는데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 분명히 느껴진다)

게다가 언어발달이 눈에 띄게 느렸다. 첫째아이가 곧잘 말을 하게 되던 시기가 왔음에도 여전히 옹알이 수준이였고, 다른 또래아이들이 어느 정도 대화가 될 때도 하얼이는 고작 몇 개의 단어를 말할 수 있을 뿐이였다. 하지만 ‘아직도’의 마음보다는 ‘이제’ 몇 살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갖고 크게 불안해하지는 않았다. 내가 원래 크게 유난떨고 과잉보호하는 타입의 부모는 아니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주변에서의 걱정이 더 심했던 것 같다. 주변의 친한 의사지인분의 배려로 그 병원 언어치료도 비용없이 받을 수 있었지만, 4개월여의 치료속에서도 딱히 차도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아서, 오가는 시간과 피로 등을 이유로 치료도 중단하였다. 그래도 건강하고 활발한 하얼이의 성격을 믿고 기다려보니 다행히 최근들어 눈에 띄게 언어능력이 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도 또래보다야 아기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발음이 정확해지고 표현이 다양해지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저러나 찡찡대는 성격은 크게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주변에서 흔히 오해하는 것이 너무 아이를 오냐오냐 키우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었다. 이 부분은 정말 억울했던 것이 주변의 아이 키우는 부모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부부는 분명 엄격한 타입의 부모다. 아니 심지어 무서운 측에 속할지 모르겠다. 첫째아이 키울 때도 마트에서 아이가 드러누우면 그냥 버리고 가는 쿨한(?) 부부다. 거기서 첫째아이는 단번에 버릇을 고쳐서 절대 무언가를 더 사달라고 조르는 일이 없다. 그랬기 때문에 오히려 걱정이 드는 것은 하얼이에게 훨씬 많은 화를 내고 소리도 지르게 된다는 점이었다. 표현력은 부족해도 일찍이 부모의사를 정확히 알아들었던 하얼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어지간히 말을 안듣다보니 언니에 비해 혼나는 시간이 훨씬 많은 것이다. 언니는 더 이상 엉덩짝이나 딱밤을 맞을 이유도 없을 정도로(그렇다. 우리 가정은 당시 정도의 체벌이 있었다.) 모든 생활이 대화 혹은 꾸중정도로 다 해결이 되는데, 하얼이는 아직도 아기처럼 찡찡거리며 엉덩짝을 맞거나 소리를 질러야 그때만 제대로 행동하고는 한다.

그럼에도 하얼이의 가장 큰 장점이랄까, 그렇게 혼나고 나서도 1분도 안되서 눈물닦고 다시 부모에게 사랑을 확인하면 얼굴을 부벼댄다. 그리고 금새 빵긋 웃으면서 캬르르 놀고는 한다. 정작 혼을 내고 나서 마음이 더 아픈 부모가 당황스러워 할 정도로 빨리 잊고, 빨리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러고 보면 아기였을 때부터 하얼이는 스킨십이 강했다. 계속 부모 무릎 위에 앉고 얼굴을 부벼대는 행동에서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하는 타입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 하얼이를 내가 너무나 귀여워했기에 첫째 하진이가 한동안 많이 서운해 할 정도였다. 하얼이 키우면서 그렇게 힘든 과정이 있었어도, 이 아이에 대한 내 애착이 더 컸기에 아내에게도 너무 티나게 좋아하는 거 같다고 주의를 받기도 여러번 이였다. 훌쩍 초등학생이 된 첫째아이는 또래보다 더 성숙해서 이제 마냥 귀여운 아이취급을 하기 힘들지만, 이상하게 하얼이는 40개월이 넘었어도 여전히 아기 같았다. 말이 느려서일까, 애교가 더 많아서일까, 찡찡대서일까, 여하튼 하얼이는 지금도 우리집에서는 아기 같은 역할을 해대는 셈이다.


두 번째 입양을 기대하며


하얼이가 커갈수록 우리 부부가 더욱 고민하게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셋째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문제였다. 사실 입양을 하지 않았다면 두 자녀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차기 때문에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 일이었다. 하지만 둘째 하얼이에게 몇 년만 지나면 출생에 대한 사실을 알려줘야 하고,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그 충격을 최소화 시켜주고 싶은 것이 부모로써의 마음이었다. 앞의 수기에서는 냉정할 정도로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하얼이 자신이 짊어질 운명이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빠로써 그 과정을 예상하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사회에서는 하얼이처럼 입양된 아이들이 절대적 소수가 될텐데, 그 때 느낄 충격을 최대한으로 막아줄 방법은 가족 내에서의 다수가 되는 것은 아닌가에 대해서 우리부부가 고민하는 것이였다. 첫째 하진이만 배에서 태어났을 뿐 , 둘째, 셋째가 모두 입양된 상황이라면 훨씬 위로가 되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더 늦기 전에 또 한명의 생명을 우리가 맡아야 하지 않을까에 대한 조바심이 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현실적 어려움, 가정경제와 입양절차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금은 불가능하다. 원래 양육이라는 것이 가정경제와 상관없이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자녀를 온전한 인간으로 양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둘째아이까지 벅차게 키우는 상황에서 셋째 아이를 과연 우리부부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꼼꼼한 고려가 필요했다. 한번의 가벼운 외출도 아이가 있냐 없냐, 하나냐, 둘이냐에 따라서 엄청나게 다르다는 것은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게다가 물리적인 제약도 큰 상황이다. 현재 국가에서 입양가정에 지원하는 제도는 딱 두가지라고 보면 된다. 한가지는 양육비용 월15만원 정도가 지자체 재량에 따라서 지원된다. 즉, 중앙정부 역할이 아니기에 재정상황이 안 좋은 지자체는 제대로 양육비가 지원되지 않으며, 이미 액수에서 보다시피 실질적인 도움은 거의 되지 않는 소량의 비용에 불과하다. 나머지 한가지는 바로 의료급여인데, 의료보험1종의 혜택이 입양아에게는 13세까지 지원된다. 즉 비급여항목을 제외한 급여항목 진료는 모두 무료인 것이다. 이 혜택은 정말로 크게 도움이 된다. 워낙 자주 아프고 병원갈 일이 많은 시기가 영유아와 아동시기이기에 특별한 질환이나 수술이 아니라면 왠만하면 국가지원으로 의료비 걱정은 더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개정된 입양법에 의해서도 우리 가정은 자격조건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입양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입양절차를 엄격하게 하려는 국가의 의도는 이해한다. 그러나 이는 접근법에 있어서 큰 오류를 범하는 셈이다. 기존의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꾼 셈인데, 아직도 공개입양에 대한 인식이 활성화되지 않은 단계에서 성급하게 규제 성향만 강화하다보니 국내입양비율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국제적으로 입양수출국이라면 오명만 벗으면 된다는 전시행정적 발상으로 해외입양을 의도적으로 막는 추세로 가다보니 아기들이 입양 시기를 놓쳐서 결국 고아원에서 커가게 되는 상황도 크게 늘었다. 여기에 홀로 아이를 키워보겠다고 용기를 내는 미혼모에게 주는 수당은 열악한 반면 입양기관이나 보육기관에는 아이 한 명당 100만원 이상의 양육비를 지원한다고 하니.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현행제도였다. 최근에는 무분별한 입양을 막겠다고 아이를 맡기려는 어린 부모들에게도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하다보니 갓 태어난 아기를 맡길 수 없어서 유기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도 문제이다. 이런 총체적인 문제가 나타남에도 우리 가정처럼 입양의지가 강한 가정들까지도 입양을 힘들게 만들어버림으로써 하루라도 부모의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이 방치되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물론 입양을 해놓고 아이를 학대하거나, 방치하거나, 파향하거나, 주택청약 순위등 경제적 유익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경우는 결코 방치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이를 규제하겠다고 입양절차 자체를 어렵게 하는 것보다는 입양가정 뿐만 아니라, 모든 가정에서의 폭력을 강하게 규제하고, 처벌하는 것, 아이를 학대하고 방치하는 것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가 오히려 더 정확한 접근방법일 것이다. 즉 입양한 가정 중에만 아이를 학대하는 악한 부모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는 모든 가정 케이스에 해당되는 일인 것이다.

결국 가장 훌륭한 입양정책은 전국민적인 보육정책의 안정화에 달린 것이다. 만약 한국가정 전체가 아동학대를 하지 않고, 가정폭력이 줄어든다면, 그리고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시스템이 제대로 자리를 잡는다면 입양환경은 알아서 좋아지는 셈이다. 즉 입양의 문제는 그저 인식의 문제일 뿐 현실적인 경제문제가 될 필요조차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저 가족 구성원으로써 사랑해주고 성인이 되어 독립할 때까지 키워줄 인성이 양부모에 있는지만 제대로 꼼꼼하게 평가하는 사회가 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그렇다, 결국 보편적 복지가 얼마나 사회구조로 정착되는가에 따라 입양비중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입양환경은 커녕 서민의 생존조차도 쉽지가 않은 것이 한국경제의 현 상황인 만큼 궁여지책으로 정부와 기관은 이미 돈이 많은 집안에 아기들을 입양 보내려 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처럼 가난한 가정이 주로 입양을 희망한다는 점에서 과연 이 정책방향성이 맞는 것인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 하얼이를 위해서


결국 현재로써 우리 부부의 마음은 확고해졌다. 경제적 상황만 좋아진다면, 꼭 하얼이 동생을 데려오자고, 그렇다고 하얼이만을 위해서 수단이 되는 그런 동생이 아닌, 독립적인 목적 그 자체인 소중한 생명으로 대할 수 있는 그런 동생을 데려오자고 결심했다. 만약 이번에 셋째를 입양하게 된다면 갓 태어난 아기가 아니라, 하얼이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연장아를 데려오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정규직도 아니고, 한해 수입이 들쭉날쭉한 개인사업자로써 현재의 4식구만도 건사하기가 벅찬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저 우리의 염원만으로 끝나버릴지도 모를 계획이다. 하지만 희망을 놓고 싶지는 않다. 우리가족이 어느 유명한 연예인 가정들처럼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노력하는 그런 가정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저 우리의 삶의 방향이고 색채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살면 우리 가정이 더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왕이면’ 입양하는 것이 서로에게 더 좋은 일이라면 ‘굳이’ 내 유전자를 더 확인하고 싶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피보다 진한 사랑이 왜 없겠는가. 공개입양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 당연하고 평범해지는 그날이 온다면, 어쩌면 이기심을 위해 한 행동들이 결국은 타자를 위한 행동과 연결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고 감히 상상해 보면서 내 멋대로의 입양수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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