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우진 Jul 17. 2023

어린

  차마 버리지 못하는 것을 추억이라 마음에 새긴다. 타박타박 소리 내어 걷고. 민들레 홀씨를 힘껏 불어보고. 까맣게 태워진 팔에 묻은 모래 몇 알을 털어낸다. 잃어버린 것은 소중함을 잃고 소홀해진 탓이다. 필요성을 모른 채, 외면한 채 살아가면 어느새 보이지 않는. 그저 남들과 똑같이 세상에 발을 내딛기 위해 버려진 순수함. 나는 그것을 잃어버렸다며 말한다. 형태가 변한 것이라고 말한다. 천천히 지나는 구름 아래에서는 타인의 눈치는 보지 않았다. 여름처럼 밝게 웃을 수 있었고. 매미처럼 시끄럽게 울 수 있었다. 잃어버린 것들은 사라진 게 아니다. 손을 놓쳐 높이 날아간 풍선처럼, 아득히 먼 위에서 나를 기다릴 것이다. 어릴 적 그랬던, 언제나처럼.

매거진의 이전글 숲을 만나러 가는 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