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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진 Apr 07. 2022

거짓

Liar

  우리는 담소를 나누었다. 기분 나쁘게 어두운 저녁 하늘에는 상현달도 하현달도 아닌 것이 자리 잡았다. 쪼개질 대로 쪼개진 찰나의 어스름이 조금씩 커져갈 때쯤. 나는 한마디의 말을 뱉었다.


  너는 매사에 거짓말이야.


  당황하는 너의 표정이 나의 말이 사실임을 알려주었다. 만들어진 표정. 가면 속에 살아가는 너라는 사람을 결코 이해할 수 없었다.

  애초에 이 대화도 거짓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나도 똑같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만 같았다. 너무 오랜 생각에 잠겼을까. 너의 대답이 돌아올 때쯤엔 이미 하늘은 캄캄한 밤이 되었다.


  결국 너도 모든 걸 알고 있었구나.


  어처구니없는 대답이었다. 진심을 알면서도 묵인한 채 너의 모든 말을 믿어버린 내가 들을 대답이 아니었다. 밤에 가려 더욱 짙어진 가면 속의 네가 할 말은 더더욱 아니었다. 솔직해질 수 있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진심인지를 떠나서 더러운 너의 표정을 볼 자신이 없었다.

  너를 보고 있자니. 그런 나를 본다면. 어쩌면 내가 너를 욕할 필요는 없구나.

  내 생각을 읽어본 걸까. 네가 말을 뱉었다.


  날 보는 너의 눈빛도 거짓말이야.


  너는 처음으로 참말을 하였다. 진심 담긴 진실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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