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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진 Jun 04. 2022

6월

소중한 시작

  여름이다. 여름일 것이다. 늦저녁 바람은 제법 쌀쌀할 법도 한데 뜨거운 열기만 몰고 온다. 그해 봄은 여름의 더위에 금방 적응할 만큼 더웠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선선하다. 사소하지만 배려가 느껴진다. 마음이 일렁인다. 내 관자놀이와 귀 사이에서 흐르는 바람 소리가 더 선명해지게 달린 후에도 바람은 끝없이 불어왔고. 나는 뛰지 않았지만, 심장은 뛰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봄에서 끊임없이 달렸다. 6월의 시작을 알리는 바람을 뒤로하고. 이윽고 여름에 도착했다.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곧잘 6월을 떠올린다. 나에게 6월은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달이다. 숨 막히는 아지랑이가 올라오기 전 준비운동을 하는 것일지. 무엇인가 일렁이긴 하는데 일렁이진 않는. 한 가지 정확히 알아버린 것은 더 이상 봄은 없다는 사실이다. 계절은 추억을 담고, 6월도 어쩔 수 없는 계절의 문턱. 분명 무수히 많은 추억을 담았을 텐데, 이상하게도 추억이 없다. 애매해서일까. 그렇지만 누가 봐도 더웠고. 봄은 아니다. 그렇다면 여름일 텐데. 애매하지 않을 텐데. 왜 추억 하나를 담지 못할 만큼 짧은 것일까.


  연중에는 사계절이 존재하고, 그 안에는 스물네 개의 절기가 존재한다. 6월이 짧기는 하겠지만 분명 다른 달이랑은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6월이 짧게 느껴지는 이유는 적응하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생각해 본다. 여름의 시작은 더위를 알리고. 그 더위에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는 더위에 적응해가는 사람들이 있다. 한마디로 6월은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달이면서, 적응의 달인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배우며 적응해가는 기간에는 빠른 시계 위를 달린다. 그렇게 빠르게 넘어갈 6월이기에 더욱 소중한 한 달이 된 것이다. 일렁이는 마음에 흘러서 추억은 없지만 배우는 한 달을 만들어가고 싶다. 뜨거운 여름에 몸도 적응하길 바라며, 선선한 바람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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