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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진 Jun 07. 2022

희망

촛불 하나

  태어났고 어쩔 수 없이 살아가면서도 버리면 안 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희망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잃어도 유일하게 내편으로 두어야만 하는 모진 덩어리. 희망은 그렇게 쉽게 버려서는 안 되는 거다.


  순탄치 않은 삶이 무겁다. 지구만큼 무거운 중압감에 고개를 푹 숙인 채 간신히 두발 딛고 서있을 뿐이다. 뛰어가는 사람들 속 걸어가지 못할 내 뒤에는 무수히 많은 갈대들만 소리 내어 울어댄다. 흔들리고 흩날리고 스스로를 태워간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언제나 무서웠다. 무섭기에 걷지 못했다. 그와 동시에 걷지 못해 무서웠다. 그곳에서 오는 답답함이 여러 가지 욕구를 만들었다. 요구사항. 내가 살아감에 있어서 무엇하나 바라지 않은 세상에 정말 간절하게 바라는 한 가지. 희망만은 나를 저버리지 않길 빌었다. 희망이, 희망이 없다면. 힘겹게 버텨온 두 다리가 반대로 뒤집혀 꺾이고 말 것이다. 나는 중압감 이상의 공포에 확신했다. 그 공포에 무릎을 꿇고 말 것이라고. 희망은 이 세상을 살아가게 해 줄 유일한 원동력이다.


  하루가 갔다. 소리 내 울면 하루가 지났고, 땀 흘리며 일해도 하루는 지났다. 모두에게 똑같은 하루는 어두운 삶이라는 어둠을 빛내는 작은 촛불 하나가 될 것이라고. 희망. 고문과도 다를 바 없는 뼈 시린 두 글자에 나는 무수히 많은 사랑을 적어 보낸다. 희망. 절대 꺼지지 않을 불타는 촛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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