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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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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진

이 밤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눈이 아플 법도 한데 꺼지지 않는 핸드폰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오늘 이 밤은 내가 매일 가지는 밤이며, 동시에 처음 가지는 밤이라,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불속에서 몸을 뒤척일 때마다 일어나는 이불먼지에 코가 간지러워 웃음이 계속해서 나왔다.

용기는 누구에게나 기회를 만들어주고, 조금 더 멀리 바라본다면 새로운 관계를 가져다준다. 나는 오늘 밤 큰 용기를 내었고, 새로운 관계를 만났다. 차가운 바람이 불던 겨울밤. 그렇게 너와 나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걱정을 많이 달고 다니는 편이라 짝사랑은 늘 오랫동안 붙잡아두는 편이다. 그런 나에게 너는 누구보다 적극적이었고, 용기를 심어주었다고 해야 할까. 각본가가 되어, 나의 다음 대사를 만들어 주었다. 덕분에 부끄럼 많던 나는 너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 내가 너에게 전했던 말은 나에게 전하는 말이기도 했다. 아주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이라도 하듯, 두 발로 이불을 힘껏 찼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영원하길 바란 그 밤은 내 바람이 무색하게도 영원하지 못했고. 그때의 설렘은 거짓말이라도 된 듯, 과거에 꼭꼭 숨기며 살아야만 했다.

누군가에게서 잊혀지는 일은 아무렇지도 않다. 누군가를 잊어가는 일도 아무렇지 않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나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치욕적이라 견딜 수가 없다. 이기적인 말 몇 번에 흔들릴 안일한 관계라는 걸 알았다면. 일찍이 알았더라면 뱉지 않았을 거다. 후회를 한다면 후회를 하는 거라고, 쉽사리 인정하고 넘어가도 미련이라는 놈은 본인도 후회라는 걸 하는 건지 너를 쉽사리 놓아주지 않는다.

이별이란, 그런 거다. 당연하게도 후회의 연속이다. 표현에 익숙해져 거짓말이 된 설렘을 숨겨야 하고, 야속하게도 이별이란 과정이 지나면 미웠던 감정도 말끔히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후회를 멈추지 못한다.

이제는 이런 후회에 익숙해져 간다. 꽃이 피면 지기도 하는 것처럼. 그렇게 우리,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자. 그러니 우리, 더 이상 아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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