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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진 Aug 02. 2022

명확해진 답이 바꾸어 놓은 것들

요즘 일기


  1년 남짓 했던 서점 일이 끝났다. 백수가 된 거다. 매달 받던 월급은 단절되고. 비로소 백수가 될 때 몰려오는 불안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런 불안함을 달래고자 할 일을 찾아 나섰다.

  나는 방송작가를 꿈꿨다. 어릴 적부터 머릿속에는 다양한 상상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이걸 영상화해서 드라마에 나온다면 나는 대박 작가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는 몰라도 어릴 적(이라고는 하지만 불과 5년 전)에는 확신에 서있었다. 이제는 자신 없다. 내 상상을 글로 온전히 담을 수만 있다면 대박 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자만이었다. 아니, 애초에 글로 담을 수 조차 없다. 그렇다고 포기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나는 글을 쓰는 일이 너무나도 좋았으니까.

  좋아하는 일로 돈 벌지 말고 잘하는 일로 돈을 벌으라는 어른들의 말은 맞는 말이다. 물론 맞는 말인데 적어도 나는 아직 설득당하지 않았다. 어려서도 아니다. 나는 나를 알았다. 좋아하는 일에는 집중력이 높다는 사실을. 반대로 싫어하는 일에는 집중력이 바닥을 찍는다는 것을. 인간은 모두가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의 정도가 심하다. 싫은 일은 너무도 하기 싫다. 그러니 못한다. 하기 싫은 일도 억지로 하라고 하는데, 나는 그 시간에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로 바꾸려고 노력하겠다. 애써서 뭐하나. 좋아하는 일만 하기도 바쁜 삶이다.

  꿈은 꿈을 낳고 좋아하는 일은 퍼지는 습성이 있다. 시나리오집도 사보고 드라마 시놉시스도 써봤지만, 나는 역시 소설책이 제일 재밌었다. 그렇게 나는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에세이라고 하기도 우스운 일기를 SNS에 업로드하며 지내던 어느 날. 나는 독립출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단숨에 나는 독립출판에 빠져버렸다. 이거다. 이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최고의 길이다. 그때부터 무려 4년, 나는 독립출판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하는 일은 없었다. 독립출판에 관하여 많은 정보를 끌어 모았을 뿐, 모든 일은 결과만 있다면 순조롭게 따라올 줄 알았다. 몇 년 살아보지 못했지만 내가 느끼고 변한 것이 있다. 결과만큼 중요한 것은 과정이라는 것. 이 당연한 사실을 나는 너무나 빨리 알아버렸다. 부끄럽다. 지금껏 해온 것이 없다는 말이다. 자책하다 보니 글쓰기도 재미가 없어지는 것만 같았다. 글도 엉망이 되었다. 글이 단순해지니 미래도 불투명해지는 것만 같았다.

  오늘 미루어 왔던 일을 해치웠다. 사고 싶었던 블루투스 키보드를 샀다. 새로운 키보드로 쓰는 필사는 기분이 오묘하게 해 준다. 마치 같은 글을 써도 다른 글을 쓰는 기분. 같은 글도 누가 언제 어디서 읽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은 천차만별이다. 쓰는 것도 읽는 거랑 크게 다를 게 없다. 결국 나는 머릿속으로 내 글을 읽고 그걸 쓰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시간 앉아서 새로 산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리고 끝내 나는 내가 할 일을 찾았다.

  작은 물리적 변화는 새 마음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의심했었지만 이번에 확정 짓게 된 사실이다. 누군가 내게 타투를 왜 하냐고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변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 같다.

  명확해진 꿈은 미래를 바꾸어 놓을까. 그건 앞으로의 나에게 던지는 말이 되겠지만, 지금도 아직도 나중에도 나는 글쓰기가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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