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우진 Nov 11. 2022

정리

  손바닥에는 어제 번진 얼룩이 그대로 남았다. 직접 보기 전까진 알아채지 못하게 진하게 남겨진 얼룩이, 이제는 지우지도 못하게 되었다. 힘이 잔뜩 들어간 문장에 기억을 집어넣어 잔뜩 갈아보아도 부스러지는 것은 이미 너무나 무뎌진 나의 속이다.

  요즘 노래를 많이 듣는다. 정리되지 않은 플레이리스트를 듣다, 신나는 노래가 나오면 급하게 다음 곡으로 넘긴다. 이럴 거면 리스트에는 왜 담았을까 싶을 정도로. 딱히 슬프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신나지도 않는 노래들을 잔잔하게 듣지만 너무도 많이 들은 탓인지, 귀가 아팠다. 조용하고 잔잔한 노래만 듣지만 이상하게 귀는 점점 더 아파온다.

  정서 없이 노래를 들어서 일까. 맥락 없는 문장도 머릿속에 마구 쓰인다. 정리는 안되고 뱉어내고 싶은 마음이라 마구 토해내듯 글을 쓴다. 생각이 눈에 보이게 된다면, 그렇게 된다면, 언젠간 정리가  것만 같다. 정리는 미루고 지 않. 무뎌진 나의 속이 찢어지게 된다면 그땐 돌이킬  없으니깐. 이제는 좋든 싫든 아무런 기억도 담고 싶지 않다. 그저 천천히 모든  뱉어내며 씻어내고 싶다. 그렇게   속을 비우려고, 과거에 손을 집어넣는다. 오늘도, 내일도. 그저 천천히. 오랫동안 정리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11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