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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진 Nov 12. 2022

먹구름

  고요했던 하늘에 구름이 피어났다. 빛을 많이 받은 탓일까. 구름은 쉼 없이 부풀어올랐고. 이내 하늘을 덮고 말았다. 해가 떠난 밤이면, 울적해진 구름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하루, 또 하루. 울적했던 구름은 하루 종일 눈물을 쏟아낸다. 그렇게 한참을 울었을까, 큼직했던 구름의 모습은 어디 가고 초라한 솜털 하나가 떠다녔다.

  누군가의 기대치가 나를 띄운다. 마치 구름처럼, 부풀고 커져, 어느덧 나는 보이지 않게 거짓을 진실인 것처럼 날 덮어버린다. 틈새로 비집고 말을 뱉어보아도 소용없다. 나의 진실은 큰 구름을 태우고, 까맣게 타들어가 먹구름을 만든다. 참았던 눈물을 뱉으면 다시 내가 보일까. 거짓은 사라지고 진실을 말할 틈이 생길까. 폭우가 내리는 밤이 잦아졌다.

  나의 진심도, 상대방의 진심도 모두 수긍할 수는 없다. 결국 나의 색을 일정하게 유지해야만 한다. 본래 가지고 있던 색을 잃지 말아야 한다. 하얀 거짓말은 너무나 쉽게 얼룩이 번지고 말 것이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돼도 괜찮다. 실컷 울고 나면 사라질 먹구름이다. 하늘은 언제나, 영원히 같은 색으로 빛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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