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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진 Dec 25. 2022

어느새 일 년,

  모든 게 그대로다. 나눴던 편지들. 두 눈 감고 미소 짓던 너를 담은 사진, 하물며 그날 뿌린 보랏빛 향수마저도. 그런데 왜 영원하진 못할까. 언젠가 변질된 것일까. 아마도 영원이 변하는 것은 확신이 무너지는 순간부터겠지.

  지난 일기장을 열어봤다. 찢겨 날아간 가을 탓일까. 나는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어설프게 추위를 이겨 내야만 했다. 그래서 겨울에는 여름의 매미소리를 들었다. 다신 오지 않을 여름을 기억하겠다고. 또다시 가을을 넘겨보겠다고. 찢어진 일기장을 찾아보겠다고. 애쓰던 매미는 떠났지만, 결국 가을은 오지 않았다.

  이제는 일 년이 짧다. 바쁘게 산 것 같진 않다. 여유롭게 보낸 순간마다 비바람도 함께 지나갔지만, 웃고 나면 끝나는 일이었다. 그렇게 긴 시간을 매미처럼 웃었다. 웃다 보니 짧아졌다. 일 년 전 오늘 입은 바지에 보풀이 빽빽이 일어남에도 나의 일 년은 짧았다.

  나의 일 년은 영원이라는 여름에 추억이라는 가을에 무음의 겨울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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