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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주리 Dec 26. 2022

긴 생각 4

<안미안한 MZ세대, 싸우기 싫은 나>

MZ세대가 싫다.


MZ세대는 1981년부터 2010년 사이 태어난 사람을 통칭한다. 1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다. 그러니까 MZ세대를 '요즘 애들'이라고 생각하는 건 좀 이상한 말이다. 우리나라 평균 나이가 43.5세라니까 인구의 절반이 MZ인 거잖아.


나는 MZ세대라는 단어를 싫어한다. 나아가서는 세대를 구분해놓는 것 자체가 싫다. 사람마다 제각각의 기준을 가지고 묶어놓는 세대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무성의하고 무책임하다. 이렇게 '갈라놓는' 행위가 정치사회 주요 갈등의 근본이다.


"너는 A형인데 왜 소심하지가 않아?"

"너는 MBTI가 외향이니까 밖에 나가 놀아야지."


이런 류의 구분은 문제의 본질을 흐려버리고 분쟁만을 조장한다.


그렇지만 MZ세대라는 단어는 이미 지나치게 통상화되었다. 웃기지만 27살인 나도 어린 친구들을 보면 "이 친구들이 MZ세대구나"한다. 물론 우스갯소리다. 세대를 구분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어쩌다 제목에는 적어버렸으니 이 글에서만 일회적으로 MZ세대니 기성세대니 하는 세대 구분을 원 없이 사용하겠다.


나는 MZ세대라는 말을 '나보다 어린 녀석들을 비판하고 싶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를 테면 A가 "MZ세대들은 재미를 추구한다."라고 하는 말의 이면에는 "요즘 애들은 자기들 재밌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가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MZ세대들은~"이라고 운을 띄우는 사람은 그 순간 MZ와 자신을 구분한다. 그러나 본인이 17살의 김개똥이든, 35살의 박말숙이든 똑같은 MZ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같은 룰을 작용시켜 "MZ세대는 안미안해한다."라고 말하겠다.



싸우기 싫다.


나는 분쟁이 정말 싫다. 모든 종류의 싸움이 스트레스다. 내가 엮이는 건 물론이거니와 지켜보는 것조차 싫다. 뭣도 모르면서 싸움에 껴드는 건 어쩌면 멍청한 짓이지만, 중재를 할 수 있겠다면 하는 편이다. 내가 적당히 사과하거나 양보하여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나는 주저 없이 택한다. 잠깐은 자존심 상하고 손해 보겠지만 어쨌든 싸움을 빨리 끝내고 싶다. 나는 샹크스인 걸까...


독도가 누구 땅이냐는 규모의 분쟁부터 시작해서, 약속시간에 맨날 늦는 친구에게 잔소리하는 사소한 순간들까지. 사실 삶은 갈등 덩어리다. 아침에 눈을 뜨는 일부터 자신과의 투쟁이라고 볼 수 있지. 싸움을 싫어하는 이유는 순간마다 다르지만, 어쩌면 좀 귀찮아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화내는 것도, 수습하는 것도 정말 귀찮다. 이렇게 귀찮을 수가.


그러나 귀찮다는 이유로 모든 분쟁에서 포기하는 게 좋은 태도는 아닐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나는 그렇게 살아온 것 같지만... 똑똑한 사람이라면 쓸모없는 분쟁은 피하되 할 말은 하며 살겠지.


할 말은 한다?


'할 말은 한다'는 건 개인의 중심 가치와 직결되어 있다. 중심 가치에 따라 같은 사건에서도 다른 불만이 나온다. 따라서 한 사회적인 문제를 들여다볼 때는 중심 가치를 따라 구분하는 게 보다 효율적일 것이다. 'MZ는 개인적인 성향을 가졌으니까~'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이 중심 가치 중에 '자존심'이 많이 떠올랐다고 생각한다. MZ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물질적 풍요로움 속에서, 핵가족화된 주변 환경에서 집중적인 보호와 대우를 받고 자랐다. 개인의 성향이 존중되는 시대. 개성을 특화시키는 것이 생존과 자아실현으로 이어지는 시대다. 자존심이 강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이들은 보다 민감하고 섬세한 기준으로 가치를 저울질한다. 불공정과 불합리에 크게 반응하고, 옳다고 믿는 가치에 동조하고, 동조하지 않는 자를 배척한다. MZ세대는 분쟁을 꺼리지 않는다. 분쟁이 일상인 시대에 자라났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선 갈라놓고 판단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졌다. 


어렸을 때 토론을 했던 게 기억난다. 분명 토론은 찬반 논리를 주고받으며 더 나은 대안을 찾는 것이 목표일 텐데. 토론이 끝났을 때, 다들 '누가 이겼냐'에 더 관심을 가졌다. 토론을 이겨야 상품을 받았으니까. 분쟁의 목적보단 승패에 의의를 두며 자라난 것이다.



미안하다는 말이 너무 싸거나 너무 비싸다


앞서 내가 'MZ세대는 안미안해한다'라고 말한 건, 실제로 MZ세대가 웬만해선 미안하다고 하지 않아서이고. 나는 너무 자주 미안해해서이다. 되돌아보면 내가 말하는 '미안해'는 회피기동으로 소모하는 플레어다. 두 번째 미사일이 날아오면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겠지. 진심으로 미안해서보다는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심리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반대로 미안해하지 않는 심리는 '너무 많이 배신당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기성세대가 '윗사람을 공경해야 한다'라고 할 때, MZ세대는 '저 사람이 내 공경을 받을 만한 인물인가'에 대해 생각한다. 그래도 산 날이 나보다 많고, 앞으로 살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은 사람들인데(?) 공경하는 거야 어렵지 않다 생각하지만. '공경하고 싶지 않은 짓'을 하는 어른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그 사실이 너무 간단하고 빠르게 전파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지레 의심하거나 배척하고 사는 것만큼 피곤한 일은 없겠지.


MZ세대를 비판하는 내용의 화살은 아이러니하게도 기성세대로 향한다. 나는 이런 현상을 '그나마 알아듣는 쪽에 말하는 걸까'라고 생각했다. 기성세대가 MZ세대를 이해하려 부단히 노력하는 것처럼, '반대의 노력'도 필요하다. 비효율적이거나 지나치게 유교적인 사고와 관습은 지양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것에 반발하는 태도가 '에어팟 꽂고 안물안궁ㅋ'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만 좀 갈라라


나는 싸움을 싫어하지만, 싸움이 너무나 잦은 현실에 살고 있다. <27세, 공익, 남자>라는 '나'를 표현하는 세 가지 정보만 가지고도 벌써 <취업 갈등, 군대 갈등, 젠더 갈등>이라는 세 가지 분쟁 키워드가 생겨나는 판국이다. 


사람 간에도 다양한 이념 차이로 갈라서는 와중에 M세대, X세대 하며 구분도 뚜렷하지 않고 '세대 본인도 모르는 세대'를 만들어 갈라놓으면 안 되지. 


기업과 정치, 언론에서 수도 없이 MZ, MZ 타령을 하는 것의 문제는 세대놀이의 대상자(어쩌면 희생자)가 'MZ의 특징'이라고 말하는 내용을 무의식 속에, 혹은 강제적으로 내면화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나는 MBTI가 INFP니까 내향적이고 충동적으로 살아야겠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분쟁이 돈이 되는 분열의 시대. 손절을 미덕으로도 얘기하는 와중에, 갈라설 사람에게까지 미안해할 여력은 없을 만하다. 이미 발생한 균열을 다시 붙여놓는 것은 어렵겠지만, 더 이상의 분열을 막는 것은 꽤 할만할 것이다. 존경받는 기성세대와 촉망받는 신세대, 일 잘하는 노동자와 돈 잘 주는 사장, 서로를 이해하는 남성과 여성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


모두가 적당한 가치로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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