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걸까요? IT 스타트업의 창업자가 개발자 출신은커녕 코드 한 줄 못 읽는 까막눈이라는 것이요.
제가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사명감과 꿈 그리고 시장에서 발견한 기회와 비즈니스 구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뜻을 알리고 동료들을 한 분 한 분 설득하고 모아 시작한 청춘레슬러입니다.
요새 개발의 진척이 눈에 띄게 보임과 동시에 이슈와 문제점들을 직면하며 해당 상황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려주기 위해서 보고받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개발자 동료들은 제게 문제점을 정확히 인지시키고 왜 이것이 문제가 되는지, 쉽게 풀기는 어려운지, 왜 오래 걸리는지를 설명하는데 진땀을 뺍니다.
한참 진땀을 빼고 나서야 정말 짧디 짧은 제 의사결정이 내려집니다. 정말 비효율의 극치입니다.
모두 제 꿈과 뜻을 따라 뭉쳐줬는데 정작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제가 갖추지 못한 무지(無知)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개발자가... 지금... 뭐라고... 했지?
처음에는 개발자 동료들이 쓰는 IDE는 무엇이고, 언어는 어떤 언어를 쓰며, 서버는 무엇을 쓰기로 했는지도 몰랐습니다. 시작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내가 비즈니스 구조와 사업수완 등으로 내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안주해서는 안된다고 느꼈습니다. 동료들을 위해서 우리 회사와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 개발을 가장 공부해야 하는 것은 나였구나 싶더군요. 이게 약 한 달 전이었습니다.
뭐부터?... 얼마나?...
무엇부터 공부해야 하지 막막했습니다.
내가 코드를 직접 쓰고 읽을 줄 알아야 하나?
어느 수준까지 공부해야 하나?
시간이 허락해줄까?
우선 저는 우리 개발자 동료들의 현황보고를 알아듣고 가능 범위를 나 스스로가 알고 솔루션이나 디렉션을 내려 줄 수 있는 수준. 즉,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수준까지 나를 끌어올려놓자는 목표를 두었습니다.
가까운 교보문고에 달려가 한 시간 정도 투어 했습니다.
전공서적 같은 책들은 일찌감치 레이더망에서 제외시켰습니다.
COMPACT 하고 EASY 한 실용서적 3권을 사들고 돌아와 많이 깊이 알기보단 정확히 알자는 생각으로 통독을 3 회독씩 했습니다.
이제야 귀가 뚫리고 어버버 하던 입도 터집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훨씬 우리 개발자 동료들도 설명이 좀 짧아지고 있는 듯합니다. 제 공부를 그래서 응원해주기도 합니다. 진척이 있어 뿌듯합니다.
그리고 이 개발에 대한 개념들을 탑재하고 나서부터 좋아진 것들이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문제와 현상파악이 당연히 용이해졌습니다. 우리 동료들의 쓸데없는 피로도도 훨씬 낮출 수 있었습니다. 더 디테일한 디렉션이 가능해졌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새로운 아이데이션들이 창출되는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적당히 꾸준히 계속
요새 개발 공부에 꽤 시간을 투자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개발에 심취해서 경영, 시장 등에 소홀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냥 잠을 1시간 정도 줄인 정도입니다. 충분합니다.
작은 회사라도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면 다른 동료들이 깊은 곳을 탐구하는 동안 더 넓은 시각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균형을 맞춘다는 게 간단하지는 않지만 아주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저 적당히 꾸준히 계속해나간다면 아주 멀지 않은 날에는 모두가 불편하지 않은 수준까지는 도달해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