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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종근 Feb 06. 2022

혁신이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

진격의 경영 일기 #028

오늘 진격의 경영 일기 오랜만입니다.

요 근래 고요하게 있던 만큼 속은 전쟁통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책상에 앉아 다음 날 아침을 맞이했던 날도 있었고,

아니었던 날들도 새벽 퇴근이었습니다.

체력을 조금이라도 비축하려다 보니 부가적인 활동은 일체 멀리했었습니다.

이러다 진격의 경영 日記(일기)가 아니라 月記(월기)가 될 판이네요.

이순신 장군 대단합니다.

전쟁통 와중에도 일기를 그래 열심히 적었으니

리스펙입니다.






사전 홍보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상품개발은 막바지에 이르렀고, 출시 예정일은 2월 중순 즉 열흘 남짓 남은 상황입니다.

수련회, 대학 MT 때 장기자랑을 나가보신 분은 알겠지만

그 두려움, 긴장감과 설렘의 공존이 지금 며칠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상품은 '최소 기능 제품'으로 시장에 던져질 계획입니다.

사실 이 최소 기능 제품도 꽤 리소스 차지해가며 기능들을 첨가한 부분도 있습니다만

아주 욕심을 누르고 서비스의 가장 본질인 부분들로만 구성하였습니다.

이만큼 하는데도 모든 동료들이 상당히 고생이 깊었습니다.

포부와 객기로 시작한 이 사업과 상품 개발을 진행하면 할수록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상품이 나오려면 정말 많은 고난과 숙제들이 많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창업하시려는 분들,
특히 IT 개발 쪽...
툭 던져보는 마음으로 하는
창업이라면 자제하세요.




어쨌든 우리의 상품이 나오는 날이 코 앞으로 다가와서

마케팅과 영업 담당 동료들이 바빠졌습니다.

마케팅의 방향성은 물론이고 상세한 카피라이트, 채널, 타깃, 제작 방안 등은 정해진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광고물의 제작이 이제야 시작되었습니다.

일찍이 계약을 마쳐둔 배우가 드디어 투입되었고, 조커가 직접 카메라를 잡았습니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은 대필 및 송출 대행으로 계약한 대행업체에게 수많은 자료와 방향성 전달을 마치고

꼼꼼한 디렉션을 주며 다양한 이야기를 SNS와 포털에 실어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원고만 저희가 안 쓸 정도로 참견도 많고 수정도 잦습니다.

우리를 만난 대행사가 불쌍할 정도입니다.





OO대행사 : 아니 이럴 거면 그냥 직접 하시지 왜...ㅠ

청춘레슬러 : 미안해, 그래도 조금이라도 거들 손이 필요했어요...




다 부족한 인력과 부족한 예산 탓입니다.

그리고 그 탓은 당연히 제 탓입니다.

부족한 인력과 재원으로 인해 아무리 소소한 계획을 세워도 그저 원대한 계획으로 느껴지는 지금입니다.

정말 다행인 것은 개발진, 마케팅, 영업 담당 동료들은 계획을 축소하려고 보다 수행하고 완수해내려는 방향으로 업무에 몰입해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미션에 진심인 동료들 덕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세일즈 오퍼레이터 에일리와 함께 방문 홍보를 나섰습니다.


에일리는 세일즈 오퍼레이터(Sales Operator)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세일즈 오퍼레이터는 우리 고객들의 이야기를 직접 대면하여 듣고 서비스의 개선점에 대한 힌트를 얻으며,

고객이 우리의 서비스를 사용해 볼 수 있도록 조금 더 고객 친화적으로 영업하는 역할입니다.

현재는 상용화되지 않은 서비스이기 때문에 고객의 피드백을 듣기보다는 시장의 온도를 측정해보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아 고객에게 찾아가 고객의 관심을 끌기도 하고 고객에게 여러 설문을 하며 시장 진입 전 의견도 얻고 이와 함께 서비스와 브랜드를 고객 하나하나에게 인지시키는 역할을 수행 중입니다.

즉, 사전 홍보에 있어 양보다는 질적으로 접근하는 중입니다.

말은 번지르르 해도 방판사원이나 다름없는 모습에 입구에서 쫓겨나기 십상입니다.

고민과 걱정들을 자주 토로하던 에일리입니다.


JK님, 광고가 급해요.
저희가 누군지 모르는 마당에 고객들이
잠시도 이야기 나눌 시간을 내어주질 않아요.


거절도 한두 번이지 하루에 수십 차례 당하니 에일리의 마음이 상하지 않을 리 만무합니다.

어서 광고는 물론 상품이 나와야 그나마 에일리가 이런 미션들을 수행하기가 조금이라도 수월해질 텐데 말입니다.

사전 홍보를 하는데 뭐라도 해보자는 식으로 출동한 에일리 본인의 의지가 되려 에일리를 힘들게 하는 모습이라 저 또한도 속이 상합니다.


지난 금요일(2/4) 출근하자마자 에일리와 함께 고객 방문 영업(홍보)을 나서봤습니다.

일을 거들기보다는 어떤 온도인지, 어떤 고충인지 에일리에게 듣기만 했던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싶었습니다.

한 편으로는 제가 영업에 자신이 조금 있는 터라 모범적인 예시를 들어주고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저 또한도 에일리처럼 입구에서 내쫓기고, 그 간단한 홍보전단물을 전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차갑기만 한 고객들의 반응에 우리의 서비스를 알리기는 고사하고 홍보할 그 3분 마저도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간 외근만 다녀왔다 하면 어두워져 있던 에일리의 안색이 피부로 와닿았습니다.








혁신이 어려운 이유

아군이라 생각했던 분(잠재고객)에게 찾아갔습니다.


한참을 난전을 펼치다가 에일리와 예전에 함께 일도 했었고 줄곧 제가 꿈꾸는 서비스에 대해서 일찌감치 이야기해오던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님을 찾아갔습니다.

우리의 주요 고객은 부동산 공인중개사와 부동산 소비자입니다.

우리의 초반 마케팅과 홍보에 있어 주요 타깃은 부동산 공인중개사입니다.

지인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님을 찾아가게 된 이유는 지금껏 설명해왔던 우리 서비스가 곧 출시하니 사용해보시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마침 손님과 미팅 중이라 30분 정도 기다렸을까요?

지인이며 항상 아군이라고 생각했던 그 대표님은 친절하게 환대해주셨지만 바빠서 한 10분 정도밖에 시간을 내줄 수밖에 없다고 하십니다.

저는 짧고 굵게 저희 서비스를 설명하고 이용해달라고 전했습니다.






JK : 대표님, 예전부터 설명해왔던 서비스가 드디어 론칭합니다.

대표님 : 아 그렇군요. 정말 축하드려요.

JK : 저희 서비스를 꼭 이용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표님 : 음... 아직 잘 모르겠네요. 일단 꼭 검토해볼게요. 





사실 거절도 거부도 없었습니다.

웃음도 가득했고, 친절한 대표님의 태도도 일관적였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표님에게 우리의 서비스와 사용 요청에 대해

몹시 적극적이고 열심히 설명하고 어필했습니다.

하지만 화끈한 대답은 듣지 못하고 사무실을 나왔습니다.


지인이며 아군이라고 생각했던 공인중개사 대표님을 만나고 나와 담배 하나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문뜩 예전에 읽은 '군주론'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마키아벨리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는 것만큼

어렵고 힘든 일은 없다.

왜냐하면 현재의 제도와 시스템으로

혜택을 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편 개혁을 도와줄 사람들은

새로운 질서가 가져다 줄 혜택에 대한

모호한 그림 밖에는 없다.

강력한 적과 미온적인 동지,

이것이 혁신이 성공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이다.


- '군주론' / 마키아벨리






우리 청춘레슬러는 감히 혁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서비스를 준비하며

상당히 강한 경쟁자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고

기술적, 비즈니스적인 높은 난이도의 미션들을 풀어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진심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고 있지만

그 혜택에 대한 모호한 그림을 진하게, 선명하게 보여줄 방안이 우리조차도 뚜렷하게 없는 현실입니다.


그래도 청춘레슬러에 희망이 있는 점은

저 혼자가 아닌 우리 동료들 모두가 하나가 되어 있고

마키아벨리가 말한 미온적인 동지는 우리 내부에 없다는 점입니다.


많은 고민과 미션들을 앞에 두고 적어도 한 가지는 해결했다는 것 확인하고 오늘 일기 마칩니다.


V 두려움 없는 단단한 팀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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