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일이 있어 먼저 살던 동네를 갔었다. 식당, 가게들이 몽땅 바뀌어 있었다. 단골로 다니던 식당들이 모두 문을 닫고 업종이 달라지거나 아나면 간판이 달라져서 주인이 바뀐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경기가 나쁘고 장사가 안된다는 증거다.
매년 50만 개의 식당이 개업을 하고 55만 개의 식당이 폐업을 한다고 한다.
알량한 퇴직금에 대출까지 받아서 그나마 하기 쉽다고 생각되는 치킨집이나 식당을 하는데 이게 다 건물주와 프랜차이즈 본사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라는 기사를 본일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참 전통적이고 오래된 식당이 별로 없다.
외국에는 몇백 년 동안 내려오는 식당들이 많이 있어 맛의 전통이 고스란히 전해내려오고 소중한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대를 이어 장사하는 오래된 가게를 보통 노포(老鋪)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 식당들은 대를 잇기는커녕 1년 버티기도 힘이 들다니 안타까운 마음이다.
어머니가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이 있다. 밥하고 설거지하는 일이 정말 지긋 지긋하다고...
대략 60년을 넘게 하루에 세 번씩 그 일을 반복하셨을 테니 지겨우실 만도 하다.
30년 된 마누라도 휴일엔 밥을 안 주려하는데..
과학이 발달을 해서 하고자 만 든다면 생존을 위한 먹는 일을 알약이라든지 다른 수단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을 텐데 먹는 행위 자체가 전부가 아니어서 인류가 맛이라는 요소를 절대로 포기할 수는 없을 것 같고 함께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친밀해지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가을 날씨가 제법 쌀쌀한데 문득 어머니 아버지 모시고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뭘 드시게 할까 궁리를 하다가 찾은 곳이 "한일관"이다.
70년이 넘은 식당인데 종로에 있다가 얼마 전에 압구정동으로 옮겼다. 오래된 식당인 만큼 음식 맛이 깊고 가짓수가 많아도 소홀한 메뉴가 없다.
어버지께서도 옛날에 직장생활하실 때 드나들며 먹던 맛이 변함이 없다고 흡족해하셨다.
몇 년 전부터 정부차원에서 한식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에 앞서 우리 고유의 맛을 지키는 일과 전통을 이어내려 오는 식당들이 망하지 않도록 문화차원에서 잘 관리하는 것이 우선이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老鋪가 생기길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