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은퇴 후의 전원생활에 대한 생각을 한두 번쯤은 하는 것 같다.
서울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적당한 크기의 텃밭과 발코니가 있는
아담한 집과 삼겹살을 구울 수 있는 마당 한편, 그리고 책을 읽기 좋은 나무의자와 파라솔...
생각은 좋은데 실행이 결코 쉽지 않은 많은 사람들의 로망
그래도 나는 꼭 그러고 싶고 아내는 나보다 더 간절하다.
그러자면 지금부터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돈도 모으고 여러 가지 공부로 준비를 해야 하는데
여태까지 그랬듯이 하루가 급하고 한 달을 지내기가 여유롭지 못하다 보니
차일 피일 미루고 그저 생각만 하는 형편이다.
지난 일요일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마누라가 근처 화원에서 나무상자와 흙,
그리고 상추, 고추, 방앗잎을 사들고 와서 나무상자에 심고 물을 주고
볕 잘 드는 베란다 한쪽에 농사지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너무나 진지하고 너무나 열심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자니 그 소망을 함께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심은지 2-3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 조그맣던 상춧잎이 뜯어 먹어도 될 만큼 자랐다는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인터넷도 뒤지고 자금계획도 수립하고 중장기 전략을 세워볼까 하는 생각이다.
맨날 현관에 묶여 사는 까미 녀석도 마당에서 뛰놀게 해주고 싶은데
에고 그 녀석이 그때까지 살아줄려는지.....
그리 멀지 않을 노년의 날들을 생각하며 시 한편 남겨본다.
툇마루가 있는 집
이다음에 살게 될 집에는 툇마루가 있으면 좋겠다.
햇빛 좋은 가을날엔 고추며 무말랭이 널어 말리고
밑에서는 이제 눈뜬 강아지 들이 뒤엉켜 노는..
양지 바른 봄날엔 쪼그려 앉아 발톱 깎고
부슬비 내리는 여름날 책을 베개 삼아 낮잠을 자고
외출 후 돌아와 먼지 툭툭 털고 걸터앉아
담배 한대 피우며 한숨 돌릴 수 있는..
나이 들면 툇마루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
나는 거기서 내 젊은 날에 노래도 부르고
기타도 치고 하모니카도 불며
혹시나 애들이 올지도 모르는 비탈길을 바라보며
세상에서 가장 편하게 늙어가고 있을 거다.
이다음엔 꼭 툇마루가 있는 시골집으로 이사를 할 거다
툇마루 밑에는 늘 하얀 고무신이 놓여있을게다.
마지막 먼 여행을 떠나게 될 때 신고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