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은 전문가가 너무 많다. 저마다 식품에 대해선 할 말이 많고 쉽게 이야기한다. 잊을만하면 식품사고가 터지고 종편을 틀면 의사, 영양학자, 요리사 할 것 없이 암을 고치는 식품, 몸에 좋은 식품 그리고 피해야 할 식품.. 마구 마구 거침없이 떠들며 이슈를 만들어 낸다.
최근에 나트륨 저감화 운동이라는 걸 정부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천일염이 어떻고 정제염이 어떻고 하며 편을 갈라 전무가들께서 설전을 벌이다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셨다.
소금을 적게 먹으라는 얘기는 소금을 많이 먹으면 몸에 해롭다는 얘기일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하는 캠페인인 것 같다.
하지만 명색이 식품과 관련된 일을 평생 해 온 입장에서 난 조금 다른 얘기를 하고 싶다.
초등학교 자연시간에 맛에는 짠맛, 쓴맛, 단맛, 신맛이 있다고 배웠다.
그런데 얼마 전에 어느 유명한 요리사가 말하기를 이 네 가지 맛이 각각 균형되게 맛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맛은 결국 짠맛으로 수렴된다고 했다.
이 말은 결국 요리의 맛은 소금이 좌우한다는 얘기일 것이다.
남양주 체육공원 앞에 우리 식구가 단골로 다니는 곰탕집이 있다. 이 집은 마당 한편에 장작더미가 산처럼 쌓여있고 엄청난 크기의 무쇠솥에 곰탕을 푹 끓여내는 국물 맛이 정말 깊은 집이다.
여느 곰탕집처럼 식탁에는 소금과 후추와 파 다진 것이 세팅되어 있는데 워낙 자주 다니다 보니 나는 파와 후추와 소금을 정확하게 넣어 내 입에 딱 맞는 비율을 찾아내었다.
후추를 너무 많이 넣으면 곰탕의 구수한 맛이 덜하고, 파를 많이 넣으면 누린내는 덜 하지만 국물이 빨리 식어버리고 소금도 1g의 차이도 않나게 정확한 분량을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이게 내 식성이고 내 입맛인 것이다.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맛... 이건 순전히 내 맘이다. 이걸 식성이라 하고 식성은 사람마다 다르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겨울이 깊으면 할머니께서는 팥앙금이 듬뿍 들어간 찹쌀떡을 만들곤 하셨다.
금방 먹어도 맛있고 나중에 굳으면 난로에 구워 먹어도 진짜 맛있는...
팥을 삶고 앙금을 내는 과정은 정말 정성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었던 것 같은데 나중에 곱게 내려진 앙금에 설탕과 소금을 넣어 팥소를 완성하였다.
소금을 넣으면 짜서 맛이 없을 텐데... 하고 어린 마음에 걱정을 했지만 설탕을 아무리 많이 넣어도 소금이 들어가지 않으면 제대로 된 단맛이 나질 않는다고 할머니는 말씀을 하셨고 나중에 이것이 일종의 상승 효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갑자기 소금을 적게 먹어야 하는 일이 이슈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이 입맛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건 이래서 나쁘고 저건 저래서 해롭고 하는 식으로 따지고 들면 맘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게 도대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먹는다는 것이 옛날처럼 먹고, 소화시키고, 배설하는 생존을 위한 단순한 물리적 구도가 아니고 맛이라는 요소가 중요해 진지는 벌써 오래된 일이다.
무엇 보다도 음식은 편안하게 즐기면서 맛있게 먹는 것이 건강에 가장 좋을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렇지 않아도 고령화되어, 너무 오래 살아서 걱정인 세상인데 소금 덜 먹고 조금 더 사는 게 뭐 그리 중요한 일인가 싶다.
마트에 가면 한 병에 7-8천 원짜리 저급 와인이 많이 있다.
여기에 맛소금을 3/1 티스푼 정도 넣으면 환상적인 최고급 와인의 맛을 낸다.
소금에게 너무 뭐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몇천 년 동안 별 문제없이 실컷 먹어 놓고 건강에 해를 끼치는 놈 취급을 하면 너무 미안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