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은 정말 더웠다.
살다 살다 그렇게 더워보긴 처음인 것 같다. 37도를 오르 내렸다. 사람 체온보다 높다. 밖에 나가면 숨이 턱턱 막히고 햇빛이 아찔하다.
지금은 언제 더웠나 싶던 어느 여름날...
너무 더워서 에어컨 빵빵한 내 방에서 짜장면이나 한 그릇 시켜 먹어야지 생각 중 이었는데 다음주에 휴가 가는 A 부장이 민어 매운탕으로 휴가턱을 쏘겠다고 한다.
시원하고 칼칼한 민어 매운탕에 반주로 소주 한잔... 회가 동한다.
예로부터 땀을 많이 흘려 기력이 쇠하기 쉬운 여름에는 여러 가지 보양식으로 체력을 보충하는 것이 풍속인데 그중 일품이 민어탕이고 이품이 도미탕이며 삼품이 보신탕이라고 할 정도로 민어탕은 여름 보양식의 대표주자이다.
민어는 성질이 급해 잡히자마자 죽어버리기 때문에 활어로 먹기는 쉽지 않고 대부분 피를 뺀 후 숙성시켜 선어회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민어 역시 다른 물고기와 마찬가지로 뱃살이 가장 맛이 있는 부위인데 "배진대기"라고 불리는 민어의 뱃살은 그 귀하다는 참치의 대뱃살과도 비교할 바가 아니다.
탕으로 끓였을 때 포실 포실하면서도 쫀득하게 견고한 살코기의 맛도 일품이고 여느 생선보다 훨씬 큰 대가리와 뼈에서 우러나온 국물의 맛은 너무 시원하고 개운해서 통쾌하다.
보통 단골집에서는 탕이 나오기전 살짝 데친 두툼하게 썰어낸 부레를 먼저 주는데 부레를 안주삼아 소주가 몇 순배 돌기 마련이다. 부레를 먹노라면 진정한 쫄깃함, 그 조직감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정답을 주는 느낌이다. 하긴 민어의 부레는 그 점성이 강해서 예부터 아교처럼 접착제로 쓰였다고 하니 그 씹는 식감은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겠다.
그래서 민어가 백냥이면 부레가 90냥이란 말이 있는것 같다.
주방에서 서비스라며 전어회 몇 점과 전어구이를 내주었다.
아직 한참 이르기는 하지만 한창 제철의 가을 전어보다 오히려 뼈가 연해 먹기가 좋았다. 전어 대가리를 통째로 씹을 때의 그 고소함이란 이것 또한 글로 표현하긴 어렵다.
삼복더위의 열기와 뜨거운 민어탕 국물 그리고 대낮부터 병수가 늘어나고 있는 소주덕에 얼굴이 불콰하게 활활 타오르고 온몸은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이렇게 삼복더위와 맞짱을 뜨고 나니 땀과 함께 몸속에 열이 빠져 시원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