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나쁜 습관

by 이종덕

주말이 되면 이따금씩 아내와 코스트코에 가서 장을 봅니다.

공짜로 주는 것도 아닌데 입장할 때부터 카트가 길게 줄을 서있고 매장에서도 탁월한 카트 운전 솜씨가 있어야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우리는 둘이서 함께 들기도 어려울 만큼의 식료품을 사들였고 카트에서 차로 물건을 옮기는 과정에서 벌써 와인 두병을 깨뜨렸습니다.
이렇게 사들인 물건을 냉장고에 채워놓고 먹고 버리기 시작합니다.
달걀 껍데기이나 닭뼈, 생선가시, 커피 찌꺼기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접시에 너무 많이 담아 먹다 남긴 것, 잊어먹고 있다가 유통기한이 넘어버린 것, 신선도가 떨어져 찝찝해서 버리는 것 등등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는 량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공식품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엄청난 양의 표시사항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아무도 읽지 않지만 법 때문에 그리 했겠지요. 그런 표기 사항중 우리가 꼭 확인하는 게 있는데 바로 "유통기한"입니다.

유통기한은 말 그대로 유통할 수 있는 기한입니다. 어떤 기준선일 뿐입니다. 유통기한이 지나면 못 먹는다는 뜻이 아니라는 얘기지요.

그런데 이 유통기한이 음식을 버리는 기준선으로 작용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식품을 쓰레기통에 넣을 때 어떤 아까움이나 죄책감에 면죄부를 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법적인 개선도 필요하고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생각 입니다. 단지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폐기되어지는 식품의 양이 엄청나게 많을 테니까요.


우리 집에는 두 살짜리 꼬맹이 녀석이 있는데 얼마 전 까지는 우유와 이유식 그리고 간식을 부스러기 하나 남기지 않고 진공 청소기 마냥 잘 먹어댔습니다.
그러다가 어른들이 먹는 음식들을 조금씩 얻어먹어 보더니 요즘은 번번이 밥을 남기고 우유도 3~40cc 정도를 남겨서 버리게 만듭니다.
음식에 대한 자아가 싹튼 것이지요.

식품의 모양을, 맛을, 그리고 무시해도 될 정도의 약간의 결함을 너무 예민하게 따지고 거기다 잘못된 식품에 대한 각종 어설픈 불량지식들이 더해져 우리는 너무 많은 식품을 버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배가 고프고 굶어 죽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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