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남겨놓기

by 이종덕

어릴 때 할머니 댁 마당에 감나무가 몇 그루 있었습니다. 가을이면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감이 풍성하게 열렸고 감 따는 장대로 감을 따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할아버지께서는 감을 서너 개씩은 나뭇가지에 남겨 놓으셨는데 까치밥이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꽤 깊은 산이 있고 등산로도 나있어 주민들이 등산을 합니다. 그런데 해마다 가보아도 도토리 껍질과 빈 밤송이만 나뒹굴 뿐 열매가 없습니다.

아파트 화단에 보면 돗자리를 깔아 놓고 도토리 말리기가 한창입니다. 저걸 저렇게 싹쓸이해오면 다람쥐, 청설모... 산짐승은 겨우내 내 뭘 먹고살라는 말인가요?

뭘 먹을게 없어서 다람쥐 밥까지 뺏어 먹느냐는 말이지요.


미국 yellowstone 국립공원에는 호두까기새가 살고 있습니다.

이놈은 가을이 되면 잣 열매를 잔뜩 따서 자신의 위 옆에 있는 주머니에 담아

20여 Km를 비행해 땅에 구덩이를 파고 열개씩 묻어놓고 그 위에 돌을 올려놓아 표시를 해 둡니다. 가을 내내 그 작업을 반복하면서 겨울준비를 합니다.

새대가리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 녀석은 기억력이 좋아서 겨울에 눈이 내려 쌓여도 70~80%의 확률로 먹이가 있는 곳을 찾아낸다고 합니다.

호두까기 새가 미처 찾아내지 못한 나머지 잣 열매가 이듬해 봄에 싹을 틔우고 잣나무가 되니 이들은 확실한 공생관계인 것이지요.


여지... 뭐든지 조금씩 남겨둬야 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빈틈도 있고 때론 어수룩하기도 해야

그곳으로 사랑도 스미고 우정도 스며듭니다.